“문제는 문학의 위기가 아니다. 문학의 존재, 그 자체의 불안이다!”
문학평론가 서영인의 세 번째 평론집
* 책소개
“이젠 문학의 위기가 아니다. 문학의 존재성 자체의 불안을 말할 때다.”
7년 만에 내놓는 서영인의 세 번째 평론집
2000년 창비 신인평론상 수상 이후,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과 『타인을 읽는 슬픔』 등의 평론집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쳐온 문학평론가 서영인이 7년 만에 세 번째 평론집 『문학의 불안』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서영인이 말하는 ‘문학의 불안’은 시장화나 영상 및 기술매체의 위력을 거론하며 반복되어 왔던 한국 문학의 위기 담론 그 이상이다. 민주주의의 퇴행과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자본주의가 공통 상식과 윤리를 해체하고 있지만 문학은 그러한 현실과 똑바로 대면하지 못했고, 바로 그것이 문학의 존재 자체(곧 비평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바로 그런 조건 속에서 불안을 응시하며 분투하는 오늘의 문학들을 포착하고, 그것이 처한 곤경과 가능성을 드러낸다.
* 출판사 서평
발밑부터 허물어지는 세계, 문학이 짊어진 불안
2000년 창비 신인평론상 수상 이후,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과 『타인을 읽는 슬픔』 등의 평론집을 출간하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쳐온 문학평론가 서영인이 7년 만에 세 번째 평론집 『문학의 불안』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서영인이 말하는 ‘문학의 불안’은 시장화나 영상 및 기술매체의 위력을 거론하며 반복되어 왔던 한국 문학의 위기 담론 그 이상이다. 신경숙 표절 사태가 보여주듯 오히려 한국 문학이 그런 흔한 위기담론에 너무나 충실하게 적응하면서 자신의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문학의 위기 근저에는 문화산업에 급속히 편입되면서도 여전히 텍스트 중심의 문학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학의 이중적 태도가 있다. 민주주의의 퇴행과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자본주의는 공통 상식과 윤리를 해체하고 있지만 문학은 그러한 현실과 똑바로 대면하지 못했고, 바로 그것이 문학의 존재 자체(곧 비평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불안과 의심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그는 바로 그런 조건 속에서 불안을 응시하며 분투하는 오늘의 문학들을 포착하고, 그것이 처한 곤경과 가능성을 드러낸다.
1부 ‘재현의 정치성’에서는 퇴행하는 민주주의와 전방위적 자본주의가 파괴한 현실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문학을 점검하면서, 작가들이 분열된 세계를 어떻게 재현하고 직조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주체를 발견하려는지 탐색한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 상업주의에 적응한 비평과 제도를 비판하면서, 현실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탐색되고 의미화되는 재현의 정치성을 분별하고자 했다. 정유정, 박솔뫼, 강영숙, 편혜영, 조해진 등 2000년대 이후 작가들부터 시작해 공선옥, 권여선, 한강, 조갑상, 최인석 등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면밀히 읽으면서 오늘의 문학이 어떤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드러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2부 ‘리얼리티 스펙트럼’에서는 문학적 사실주의의 기율을 넘어서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뒤쫓으며, 그 상상력의 현실적 근거와 효과를 가늠한다. 르포르타주로부터 판타지까지, 작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는 현실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통해 문학과 현실의 접촉면을 더 유연하고 근본적으로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쓰여진 공지영의 의자놀이, 박민규, 윤이형 등의 SF적 상상력, 황정은, 염승숙, 최진영 등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 등을 비판적으로 읽으면서 저자는 오늘의 문학이 짐진 과제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리얼리티 스펙트럼이란 변화된 현실을 탐문하는 한국 문학의 모색이자 그 가능성에 다름아니다. 예컨대 저자는 편혜영 소설을 통해 2000년대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흐름과 특징인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비미메시스적 글쓰기’가 어떤 한계에 봉착했는지를 밝힘으로써 역설적이게도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언한다.
3부 ‘고통의 문장’에서는 미문의 추억과 무력한 현재에 안주하는 단꿈을 거부하며, 타인의 고통을 응시하고 그들의 삶을 문장 속에 새겨넣는 작가들의 고투를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한수영, 임철우, 이혜경, 공지영, 김인숙, 김금희, 황시운, 강동수, 주영선, 홍양순의 작품들에서 우리 존재가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고통으로부터 연원하고 그 고통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읽어낸다.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기 위해 문학은 타인의 고통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현실의 불능을 탐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각각의 작가들은 보여준다
◆ 차례
책머리에
1부 재현의 정치성
○재현의 정치성과 새로운 주체
○문학의 빈곤과 전환의 상상력
○문학장의 존재 방식과 비평의 이데올로기
○‘국민되기’의 소망에서 새로운 국민의 ‘탄생’으로
_조갑상의 밤의 눈
○정치적 인간을 위한 근원적 질문
_조해진의 로기완을 만났다
○사랑, 안락하고 비참한 자본의 왕국에서
_최인석의 강철 무지개
○집단기억과 개별성의 고통 사이
_한강의 소년이 온다
2부 리얼리티 스펙트럼
○망루와 크레인, 그리고 요령부득의 자본주의
_판타지와 르포르타주를 통해 본 우리 시대 문학의 난경
○탈현실의 문학에서 현실을 묻다
○불가능의 세계에서, 악마처럼 유령처럼
○이미지에서 서사로, 악몽에서 일상으로
_편혜영 소설의 변화와 2010년대 소설의 향방
○근원적인 것의 심연
_최진영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발랄하게 상상하고 우울하게 인식하라
_김애란의 비행운
3부 고통의 문장
○지도에는 없는 고독
_한수영의 조의 두 번째 지도
○사라지는 것들은 이야기를 남긴다
_한수영의 플루토의 지붕과 임철우의 이별하는 골짜기
○반전의 용도, 욕망의 성분
_이혜경의 너 없는 그 자리
○대중성과 사회성, 그 위태롭고도 절묘한 접점
_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통입골수(痛入骨髓)의 소설 미학, 불가해한 삶과의 힘겨운 화해
_김인숙의 안녕, 엘레나
○‘불행한 세대’의 의식 지도 한 장
_김금희의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차갑고 날카로운 성장
_황시운의 컴백홈
○단단하고 적막한 오늘의 시간
_강동수의 금발의 제니
○벽촌(僻村)에 내리는 눈: 불가능한 희망에 길을 묻다
_주영선의 모슬린 장갑
○불안한 삶의 근원을 탐문하다
_홍양순의 나비, 살랑거리다
◆ 표4글
이제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문학의 불안을 말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불안에 대한 문학이 아니라 문학의 존재 그 자체의 불안이다. 이러한 생각은 세간의 평처럼 독서 대중의 감소와 출판 시장의 불황 같은 외적 여건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며, 문학이 문화산업과 속도 경쟁의 시대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은 이미 그러한 외적 여건에 적응하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내부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스스로 불안을 자초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적응한 나머지 문학이 있어야 할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상식이 무너지고 공공성이 실종되고 있는 폐허가 지금 우리의 문학이 서 있는 자리다. 당연하다고 전제해 왔던 가치들이 붕괴된 현상보다는 무엇이 그 가치를 무너뜨리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게 하고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때이고,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 처한 불안은 한층 깊고 무겁다.
_「책머리에」 중에서
◆ 작가 소개
서영인
1971년생. 2000년 창비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몇 군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는 한편, 계간 『실천문학』 편집위원으로 한국 문학의 현재를 고민하고 있다. 평론집 『충돌하는 차이들의 심층』, 『타인을 읽는 슬픔』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