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 18,21-28; 마태 5,20ㄴ-26
+ 찬미 예수님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하여, 악인도 회개하면 살 것이고, 의인도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면 죽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과거가 어떻든지 간에 앞으로가 중요하다’, 그런 말씀인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23절에 나오는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라는 말씀에 주목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모든 이에게 손을 내밀고 계시고, 악인이라 하더라도 그 손을 잡고 하느님과 화해하면 산다는 것입니다. 회개는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으신 하느님께서 먼저 손을 내밀고 계신데, 하느님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화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1독서는 말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살인하지마라’는 계명의 참된 실천으로 형제에게 성을 내지 말고 욕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말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우리가 하는 말을 살펴야 하겠습니다.
‘바보’로 번역된 ‘라카’는 ‘머리가 빈 사람’이라는 뜻이고, ‘멍청이’로 번역된 ‘모레’는 ‘하느님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다른 욕들은 괜찮지만, 이 욕들은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 아니라, ‘형제를 비하하는 말을 하지 마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시대에 ‘제단’은 단 하나밖에 없었는데요, 예루살렘 성전에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동물을 잡아 예물로 바치려다가, 형제가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그 동물을 제단 앞에 그대로 놓아두고, 먼저 형제와 화해하고 오라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산상설교의 일부인데요, 산상설교는 갈릴래아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예루살렘에 제사를 드리러 갔다가, 그대로 두고 갈릴래아로 돌아온 후 화해하고 다시 예루살렘에 가서 제물을 바치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어제 구글맵으로 찾아보았는데요, 왕복 340km인데요, 요즈음은 길이 잘 나 있어서 80시간이면 걸을 수 있습니다만, 예수님 때에는 가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오늘날로 치면, 로마에 성지순례 가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다가, 누군가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이 생각나면, 미사 드리다 말고 한국에 와서 화해하고 다시 가서 드리라는 말씀입니다.
왜 그렇게 하라고 하실까요? 기왕 간 김에 먼저 예물을 바치고 돌아가서 화해하면 안 될까요? 예물을 그대로 두고 먼저 화해하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하느님은 동물을 잡아 바치는 제사보다 형제와 화해하는 것을 더 기뻐하시고 그것을 진정한 예물로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교부의 말씀입니다.
둘째, 1독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화해는 미루면 안 되고 즉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에서 ‘지금 즉시 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깨어 있는 것, 당신을 따르는 것, 그리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화해하려는 마음이 들면, 지금 즉시 해야 합니다. 더 미루었다가는, 평생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불목하여 지내는 형제자매가 있다면, 먼저 화해를 청하면 어떨까요? ‘왜 내가 먼저 해야 돼? 그 사람이 더 잘못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해는 더 잘못 한 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할 때,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이고, 내가 하느님을 더 닮은 사람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으신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화해를 청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익명의 교부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대가 사과를 받고서야 마음이 풀어진다면, 주님 앞에 무슨 의로움을 보일 수 있겠습니까? 주님께서는 그대가 먼저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사순시기에 내가 누군가에게 화해를 청한다면, 그것이 주님께 바치는 가장 큰 예물이 될 것입니다.
https://youtu.be/UFrstvFGXwc?si=fnIrLqu6UfeBSiCW
가톨릭 성가 213번
예루살렘에서 카파르나움까지 걸어서 3일 11시간 걸린다고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