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던 점은 바로, 할아버지의 세계1차 대전 참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란 손자가 그것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에요.
샘 멘데스 감독은 어릴 적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할아버지댁에 자주 놀러갔습니다.
런던 토박이 손자에게 할아버지는 별난 모험가였고, 수다스러운 이야기꾼으로 아주 멋진 분이셨지요.
그런데 그런 할아버지가 열아홉살에 참전해 끔찍한 일들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손자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손을 그렇게 많이 씻어요?"
할아버지는 한 번에 몇 분씩, 강박적으로 손을 씻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대답은 어린 멘데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전쟁 중 손에 묻은 참호의 진흙을 기억하고 절대로 그걸 깨끗하게 씻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열 살 무렵부터 할아버지에게 들은 전쟁 이야기는 섬뜩하고도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했다고 합니다. 1차 대전 당시 적진을 뚫고 참호까지 부축해온 부상병이 자기 대신 총을 맞아 이미 숨져 있었다거나, 폭발로 머리가 떨어져 나간 독일 병사가 몸은 계속 도망치고 있었다는 등의 일화들...
또 체구가 작고 빨랐던 할아버지는 1917년 통신병으로 선발돼 서부전선에 나섰습니다. 바로 전 전투에서 그의 대대 3분의 1가량이 죽어 나간 직후, 적진에 에워싸인 아군 생존자들을 복귀시키는 지령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1917’이 전부 실화는 아니겠지만, 맨데스 감독은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많은 이야기를 자료로 했을 겁니다.
영화 속 참호의 모습.
질척질척한 흙으로 뒤덮여 있는 비참한 느낌.
가족과 헤어져 전쟁터로 떨어진 많은 병사들의 비참한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여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죠.
전투 장면이 많지는 않았지만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것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작품^^
첫댓글 저는 얼마전에 <빵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1차대전, 2차대전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전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의 밀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근데 전 영화 중에 유난히 이런 전쟁 영화는 싫어해요.
아, 그 책. 예전에 심상우 작가가 추천해줘서 읽었어요.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영화 속 참호가 정말 참혹하더라구요. 예전에 읽은 그림책(참호 속에서 대치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날, 그날만이라도 싸우지 말자라고 했던)이 떠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