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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자 -, 꽃무릇을 찾아서!
나들이 개요
ㅇ 언 제 : 2025. 9. 29(월)
ㅇ 누 가 : 길동무 4명
ㅇ 어 디 : 함평(용천사), 영광(불갑사, 법성포)
ㅇ 날 씨 : 맑음
나들이 여정(앨범)
좋은 여행
역마살(驛馬煞)이 낀 건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합니다. 병마와 싸우느라 집구석만 지킬 때도 가끔 카페에서 Trekking note를 뒤적여 서툰 솜씨로 찍은 사진과 글을 읽으며 추억에 젖는 게 낙이었습니다. 아직 몸이 불편하지만, 편안한 곳을 골라 나들이를 준비합니다. 목표했던 곳을 화살표가 가리키는 이정표 따라 걷다가 다른 어딘가로 가고 있거나, 낯선 장애물을 만나 혼쭐이 난다고 해도 조바심 낼 필요 없습니다. 길을 잃어도 뜻밖의 기쁨과 함께 별천지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드디어 떠날 시간입니다. 하수들의 여행인 당일치기라서 조금은 아쉽지만, 일찍 집구석을 나섭니다. 이른 새벽 병원에 가야 하는 내자가 집을 나서며 잘 다녀오라고 말해 줍니다. 혼자 떠나는 것도 좋지만, 다행히(^^) 길동무 4명이 함께 움직입니다. 남도 꽃무릇 탐방길입니다. ‘숙제하듯 살지 말고 축제하듯 살자!’ 무언가에 지친 시기에 되뇌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문구입니다. 오늘도 화려한 잔치가 열리는 축제처럼 밝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가을 전령사(傳令使) 꽃무릇
가을이 시작되는 9월도 이젠 마지막입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붉은 물결처럼 피어나는 꽃무릇이 여행자들을 꼬드깁니다. 모처럼 떠나는 길인지라 조금은 설레는데요, 쏜살같이 지나치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깁니다.
초가을에 잠시 피어나는 꽃무릇을 좋아합니다. 마치 대지를 붉은 융단으로 덮어놓은 듯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죠. 꽃무릇 꽃말의 의미는 다양한데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맘에 듭니다. 꽃무릇은 잎이 먼저 지고 난 후 꽃대만 홀로 올라와 피는 특성 때문에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합니다. 잎과 꽃이 한 계절에 함께 피어나지 않기에 서로 만날 수 없어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는 ‘상사화(相思花)’라고도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붉게 타오르는 꽃모습에 사랑앓이가 떠올라 감성적 울림을 자아냅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떠올리니 여행하는 설렘이 더해집니다.
꽃무릇 축제가 열리는 불갑산(불갑사)은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모악산(용천사)은 처음입니다. ‘용천사(龍泉寺)‘는 전남 함평군 모악산자락에 똬리를 튼 천년고찰인데요, 이때쯤이면 꽃무릇의 물결로 유명합니다. 사찰로 가는 길은 시골의 한적함과 고즈넉함이 느껴져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공기부터가 싸한데, 가볍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저수지를 따라 이어지는 꽃무릇 산책길은 붉은 꽃물결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 눈병으로 고생하는데, 선명한 붉은 풍경에 금방 나아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소리와 함께 사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도 더해지니 떠나기가 싫네요.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도 발걸음을 붙듭니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붉게 피어난 꽃무릇이 마치 붉은 카펫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가을이 시작되면 함평의 모악산자락은 짧지만 강렬한 붉은 빛으로 물듭니다. 용천사 아래 자리한 꽃무릇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자생 군락지로 매년 9월이면 40만 평의 숲이 붉은 파도로 출렁입니다. 산책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詩)입니다. 마치 붉은 물결이 산을 덮은 듯 장관입니다. 그야말로 단순한 경관을 넘어 ‘자연이 빚어낸 예술’이라 불릴 만합니다.
함평 용천사
고풍스러운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세속(世俗)을 잊습니다. 꽃무릇 위로 내려앉은 가을 햇살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꽃무릇이 만개한 구역들을 여유롭게 둘러봅니다. 명상의 숲엔 Healing time을 즐길 수 있도록 쉼터도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도 좋고, 고즈넉한 절의 분위기도 좋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용천사는 가을이면 꽃무릇 천지입니다. 붉은 꽃들이 경내를 가득 채우며 소박한 가을 정취를 자아냅니다. 아쉽게도 2025년엔 용천사 꽃무릇 축제가 취소되었다는데요, 그래서인지 구경꾼이 적어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꽃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경내로 들어서는 길목마다 붉게 피어난 꽃무릇은 길 따라 걷는 노인네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줍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물결은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가을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장소입니다. 용천사의 꽃무릇은 단순한 군락지를 넘어 마음의 휴식을 주는 공간입니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선사의 정취는 일상을 절로 벗어나게 만듭니다. 가을이 주는 선물 같은 이 풍경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입니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만 일정 관계로 꽃무릇의 붉은 물결과 사찰의 고요함, 그리고 가을바람이 어우러진 힐링 명소를 떠납니다. 시간이 없어 소문난 함평의 명물 황금박쥐를 구경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습니다. ‘화양’근린공원 안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으로 이전했다는데...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길 209)
영광 불갑사
영광 ‘불갑사(佛甲寺)’도 들려야 합니다. 일찍부터 꽃무릇 명소 중 가장 소문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불갑산 자락에 자리한 가을의 불갑사는 규모도 크고 웅장하지만, 붉은 꽃이 가득한 멋진 곳입니다. 9월 26일(금)부터 10월 5일(일)까지 상사화 축제가 열리는 중이라 먹거리 부스(Booth)들과 함께 차들도 주차장에 가득합니다.
[상사화 빛에 물들 GO! 영광에 머물 古!]
가을철 붉은 꽃무릇으로 절정을 맞이하는 명소로 들어갑니다. 사찰경내를 가득 메운 붉은 꽃들이 전통 사찰의 기품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합니다. 가을 햇살이 스며든 꽃무릇은 빛을 머금어 더욱 선명하게 빛납니다.
불갑사 꽃무릇 군락지는 전국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요,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물결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넓은 군락 속을 거닐며 계절의 서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축제까지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즐겁습니다.
전통 사찰의 가을풍경, 그리고 지역 문화가 어울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가을 여행에 꼭 포함해야 할 대표적인 꽃무릇 명소란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옛 추억을 더듬으며, 한 바퀴 휙~ 돕니다.
불갑산은 백제 최초로 인도의 ‘마라난타’가 불갑사를 세웠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영광 9경 중의 하나로 꼽히며 전국 최대 규모의 상사화 군락지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꽃무릇이 필 때가 Peak입니다. 7월 중순부터 진노랑상사화가 피기 시작하여 붉노랑상사화, 백양꽃 등 다양한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는데요, 9월 중순엔 전국 최대의 군락지를 가진 석산(꽃무릇)이 피어나 온통 붉게 물들입니다.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불갑사에서 붉게 타오르는 상사화의 황홀한 풍경도 감상하고, 남도의 멋과 흥이 배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450)
법성포
오찬을 위해 ‘법성포(法聖浦)’로 가마를 몹니다.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聖)스러운 포구(浦口)'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다는데요, 그만큼 불연(佛緣)이 깊은 고장입니다. 천 년 전부터 배로 실어 나를 곡식을 쌓아두는 조창(漕倉)이 개설되었다죠. 조선 초기에는 전라도 15개 고을을 관할하여 수군까지 배치될 정도로 중요한 거점이었답니다. 칠산 앞바다에서 조기가 많이 잡히자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19세기에는 영광읍보다 큰 동네를 이루었다는군요. 현역 시절 안마도 기지를 방문하기 위해 머물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법성포 굴비마을엔 굴비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비슷하여 직접 방문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데요, 굴비 자체의 질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오로지 굴비 정식 한 가지의 메뉴만 취급한다는 집구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보리굴비입니다. 내 고향 충남 대천에서 살다가 30년 전에 이주해 왔다는 주인장의 수다도 정겹습니다. 졸깃한 간과 존득한 기름진 식감에 취합니다. 게장도 전혀 비리거나 짜지 않고 신선하여 좋았습니다. 정식에 빠질 수 없는 조기탕도 맛있습니다.
[귀빈식당(061-356-4666) /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로3길 6-15]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모시송편도 한 보따리씩 꿰차고 법성포구를 쓰윽~ 둘러봅니다. 그리고 엎어지면 배꼽 닿는 곳에 경치 좋다는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로 이동합니다. 이국적인 사찰과 불상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한반도의 불교 전파는 고구려와 신라는 비교적 전래 경로가 밝혀졌는데, 백제 불교는 불확실했었답니다. 그런데 인도의 명승 ‘마라난타’ 존자가 영광의 법성포로 들어와 불법을 전하고 불갑사를 지어 백제 불교가 시작되었다는 구전 따라 1998년 학술 고증을 거쳐 이곳이 백제 불교의 최초 도래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법성포의 법(法)은 불교, 성(聖)은 성인인 마라난타를 가리킨다며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적지 주변의 자연 풍경을 함께 즐기며, 옛 백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적 배경을 상상해보는 것도 의미 있습니다.
부용루(芙蓉樓) 안으로 들어가면 섬세한 조각들과 화려한 천장의 무늬들을 볼 수 있다는데, 울 꾼들은 별 관심이 없네요. 그래도 전통 건축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특별한 가을 정취를 완성합니다. 저 멀리 보이는 영광 대교도 한몫 거듭니다. 고개를 어디로 돌려도 시선이 닿는 곳에는 고즈넉함 속에 수려한 공간이 담아집니다. 특히 저녁 무렵에는 노을과 함께 감상하면서 사진으로는 담기 힘든 낭만적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죠.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완벽한 명소입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백제문화로 203)
에필로그
가을은 단풍만큼이나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계절입니다. 가을꽃들이 유혹합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길, 국화 향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정원, 무궁화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마음의 여유를 찾습니다. 꽃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느끼는 시간은 그 자체로 Healing이 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걷는 길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여유를 줍니다.
6개의 가냘픈 꽃무릇 꽃잎이 눈을 온통 빨갛게 물들였습니다. 붉은 꽃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처녀처럼 고왔습니다. 초록 잎이 다 진 뒤에 홀연히 땅을 뚫고 올라오는, 붉은 우산을 쓴 꽃대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짧은 하루라도 꽃밭을 찾아 나선다면, 가을 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까지 해결키로 합니다. 계룡에 도착하여 ‘하이’ 장수국수에서 국수 한 그릇씩 후루룩~! 모두 다 만족한 표정입니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손가락을 겁니다.
(충남 계룡시 두마면 제1산단로 33)
화욜(9. 30) 아침에 갯바위가

첫댓글 덕분에 민발한 꽃무릇 구경과 불갑사 등 감상
너무 잘했습니다. 눈 호강시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존디 댕겨왔네...
국사봉산악회 13인의 위용 훌륭하고 보기 좋군요.
오래도록 함께 하시길 빌며 모두 건승하십시오.
사진은 작가한테 의뢰해서 찍었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