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정신과 채상병
- 성일종 위원의 발언에 즈음하여-
논설위원 / 최기복
필자는 월남전이 끝나갈 무렵인 1972년 10월 31일부로 해병장교로서 3년간의 군복무를 마쳤다. 지옥훈련 과정이라는 장교 교육훈련 과정을 겪었고 기압이라는 이름의 혹독한 시련도 겪었다. 이제 지나간 역사지만 후회는 없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국군 간부로서 초급장교를 해병대로 지낸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임관 직전 탈락한 동기생도 있고 이제 유명을 달리한 동기생도 있다. 당시 필자는 기수의 명예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국제신사로서의 품위와 특히 선후배 개념이 강한 해병정신의 틀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 바 있고 지금도 선 후배 간의 단결과 신뢰는 유달리 돈독하다. 해병대는 무적 해병이라는 표현과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경구(警句) 같은 표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적과의 싸움에서 남긴 많은 신화들이 그렇고 지금도 쉬워 보이지 않는 훈련이 그렇다.
6.25 당시 인천상륙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작전참여 군대는 미 해병대였으며 한국 해병대는 6.25와 월남전에서 그 존재가치가 역대급이었다. 상륙 작전이란 적진에 교두보를 만들기 위하여 해병대는 단독으로 육군·공군·해군 역할을 수행하여 적진으로 향하는 죽음의 다리를 먼저 건넌다. 이를 상륙전이라 부른다. 해병대는 상륙전이 전쟁의 개념이며 항상 적진을 향해 먼저 죽으러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군대다. 하여 "훈련에서 땀을 많이 흘려야 전쟁에서 피를 적게 흘린다."라는 의미로 그 명찰이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 바탕에 이름자는 땀을 상징하는 노란색이다
창군이래 지금까지 지켜온 해병대의 전통과 역사가 채상병의 죽음을 정치문제로 랭크시켜 현역은 물론 전 해병대 출신의 선배들에게 심려를 끼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군의 정신은 국민의 생명과 목숨을 지키는 일이고 대민 구호작전은 말단 지휘관에게도 부여된 사명이다. 물에 떠내려가는 국민을 보고 이를 구하기보다 작전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그 책임운운하는 어설픈 논거로 호도하지 마라. 당시 하급지휘관은 잘못이 없다.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발뺌하는 상급자가 비겁해 보인다. 지휘관의 판단에 의하여 부대가 전멸하기도 하고 신승하기도 한다. 작전이란 으레 그런 것이다. 수마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를 구호하는 일은 경각에 달려 있는데 보고 책임문제를 운운하며 본질을 호도하려 마라,
채상병의 소중한 죽음을 정치문제화 하려는 저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국가의 책임은 채상병의 해병정신과 명예를 수호하고 그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며 적법한 예우를 치러야 한다. 정치권은 거기에 합심하여야 한다. 설마 대통령이 그의 죽음에 대하여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하였겠는가. 성일종 의원의 말처럼 일선 최하위 지휘관인 중대장 (보통 대위까지 지휘관이라고 부른다) 수준은 함께 작전에 투입된 해병이다.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한 것이라는 이야기에 동의한다. 그것을 대통령의 가신들이 대통령을 위한답시고 뒤집어쓰고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것이리라. 언론은 기삿거리로 만들고 정치문제로 이슈화해서 여론몰이로 호도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가 지휘관이었다고 해도 수마로 국민이 물에 휩쓸려 나가는 상황이라면 우선 부대원으로 하여금 긴급 재난 구호를 명하였으리라. 보고는 사후 보고밖에 할 수 없고 그 책임도 지휘관인 필자가 졌으리라. 대통령께서도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히고 국민정신개혁에 혼신을 다했으면 한다. 내로남불로 얼룩진 이기지심이 전 공직사회에 얼룩져 있다. 자기가 그러니 위정자들도 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기조를 이룬다. 채상병의 죽음을 놓고도 애도보다 먹거리 생산으로 치부하려는 무리들은 쓰레기다. 전장(戰場)의 시쳇더미 속에서 죽은 자의 금이빨 빼려 다니는 무리가 되지 마라.
필자는 어쩌면 막내아들 항렬에 들어있는 젊은 후배 해병 채상병의 죽음에 해병가족으로서의 슬픔을 느끼며 지금도 애도한다. 그 가족의 슬픔이야 어디에 비길 수 있을까? 그는 지금 지하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첫댓글
내로남불로 얼룩진 이기지심이 전 공직사회에 얼룩져 있다.
자기가 그러니 위정자들도 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기조를 이룬다.
채상병의 죽음을 놓고도 애도보다 먹거리 생산으로 치부하려는 무리들은 쓰레기다.
전장(戰場)의 시쳇더미 속에서 죽은 자의 금이빨 빼려 다니는 무리가 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