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예민한 사람인가요?
“ 우리 아이는 뭐든지 해주는 대로 먹는 법이 없어요. 입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원래 자기가 먹던 것에서 조금만 달라져도 엄마 이거 다른 거 넣었지 안 먹을래 라고 귀신같이 알아 차리는 거예요. 순둥순둥 크는 큰애와 달리 어쩜 저리도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어요. 굶기면 먹겠지 하지만 입에 안 맞으면 쓰러지기 전까지도 안 먹어요. 저 키에 몸무게가 비정상이라니까요.”
예민한 아이들을 보면 대체로 부모님의 예민함을 유전 받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영향력은 그리 높지 않다. 태어나서 겪게 되는 관계 속에서 경험이 더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예민함에 대해 대체로 한 사람의 성격이나 경향성으로 치부하고 심각할 정도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예민함을 문제 삼지 않음에도 은근히 불편감을 주고받으며 살피지 않자 그저 한 개인의 성격상 문제로 굳어져 버린 부분도 많다.
일상에서 불편은 병리적인 부분과 연결되고 예민함의 경중도에도 따라 일부는 치료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이차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민함 (sensitivity)에 대해 연구한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오카다 다카시는 자신의 병원 외래에 오는 50% 정도의 사람들이 예민함으로 고통받는다고 했고 이러한 고통은 부정적 사고와 연결되어 사회적응, 삶의 고달픔, 행복 정도에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예민함을 좀 더 세부적으로 신경학적 예민함, 심리·사회적 예민함, 병리적 예민함으로 구분하고 하위 영역에 감각 과민, 적응하기 어려움/ 애착 불안, 마음의 상처/ 신체화 현상, 망상적 사고로 요인 분석을 하였다. 여기서 애착 불안이나 심리적 상처는 후천적인 생활 안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이러한 예민함이 해결이 안 되고 강화되면 망상으로 넘어가서 피해 사고를 만들어 낸다.
예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내고 자신만 외톨이를 만든다든지, 세상은 다끼리 끼기로 누구 하나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라서 자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은 나에게서 뭔가를 얻기 위해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라고 방어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채워진다. 결국, 혼자 외로운 일상을 보내게 되고 사회를 회피하며 사회 공포증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회 공포증의 원인에는 앞의 이유도 있지만, 오히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취약해서 자신이 사회로부터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두 경향이 있다.
예민함은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서 지속하는 심리적 문제와 더불어 신경학적인 예민함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감각이 과민한 사람도 있다. 특히 영유아기에 잠을 편안하게 자지 못하는 아기, 편식이 심한 아이, 낯선 장소에 두려움을 유난히 느끼는 아이, 작은 자극에도 울음이 많고 칭얼이는 아이 등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아이들은 감각 반응이 예민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의 아이들이 가지는 심리적 상황은 불안, 걱정, 두려움임으로 안심하고 안정적인 심리적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 답이다. 유난히 우는 아이는 따뜻한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드는 경험을 강화 해주고 겁이 많은 아이는 단계 단계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자세히 설명하고 스스로 경험을 선택하게 해줌으로 아이의 마음이 공포로부터 안전하다는 경험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예민함은 당연히 성인까지 이어지고 남녀관계나 친구,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경험을 통해 회복의 기회를 늘려가면 예민한 경계도 겹겹이 쌓아 놓은 경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심리적 사회적 안전지대를 경험하며 자신의 건강한 마음 텃밭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