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불을 켜고 자면 당뇨병, 우울증, 비만 등이 생길 위험이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밤에 불을 켠 채 자는 사람이 많다. 깜빡 잠들었거나, 어두운 게 무서워서 등의 이유로 불을 켜고 자는데, 이 습관이 반복되면 당뇨병, 비만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슐린 제대로 기능 못 해 당뇨병 위험
밤에 불을 켜고 자면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있다. 불을 켜놓은 상태로 자는 사람은 불을 모두 끄고 자는 사람에 비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수치가 50% 이상 떨어진다. 이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생체리듬이 깨진다. 이때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도 커진다. 인슐린은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아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수면의학회 연구팀에 따르면 수면 중 희미한 빛에만 노출돼도 인슐린 저항성이 많이 증가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수면 질 떨어져 우울증 생길 수도
밝은 불빛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정신 건강도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일본 나라현립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침실 조명이 밝은 사람이 조명이 어두운 사람보다 우울증 증상을 보일 확률이 1.9배 높았다. 그리고 뇌 기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고려대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성인 남성 20명을 대상으로 자는 동안 10lux 정도의 빛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뇌 하부 전두엽에 악영향을 미쳐 작업기억능력이 떨어졌다. 작업기억능력은 감각기관을 통해 입력된 정보를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이다. 10lux는 물체를 겨우 인식할 정도의 약한 빛이다.
◇생체리듬 깨지면서 살찔 수도
불을 켜고 자는 습관은 비만도 유발한다. 밤에 빛을 받으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신진대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다. 그리고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고, 아침에 많이 나와야 하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줄여서 식욕을 촉진하며, 비만을 일으킨다. 실제로 런던 암연구센터에 따르면 밝은 곳에서 자는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BMI)와 허리 및 엉덩이둘레 수치가 컸다.
조명뿐 아니라 TV를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에 의한 빛도 유사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연구팀은 건강한 35~74세 여성 4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잘 때 TV나 조명을 켜고 잔 여성은 5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증가할 확률이 17%나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