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37 2 석로釋老
37 제희상인시축題熙上人詩軸 희熙대사 시축에 쓰다
돌골소홍엽柮榾燒紅葉 옹두리며 나무 조각에 붉은 잎새 불사르며
상언화소사相言話所思 우리 서로 생각하던 얘기를 하네.
고등수야몽孤燈數夜夢 외로운 등 며칠 밤을 꾸던 꿈이요
모옥십년비茅屋十年悲 띳집의 십년 긴 슬픔이었네.
급처방주도急處方舟渡 급한 곳엔 띠 배 매어 건너를 가고
평시곤영지平時滾泳之 보통 때엔 꿈틀거리며 헤엄쳐 가리.
중양금일근重陽今日近 오늘은 중양重陽이 가까웠으니
상후국화지相嗅菊花枝 우리 국화 가지를 꺾어 냄새나 맡세.
►시축詩軸 시를 적은 두루마리. 시화축詩畫軸.
시문 두루마리를 간단히 표현 할 때에 시축詩軸이라 쓴다.
►‘마들가리 돌, 가지 없는 나무 올柮’ 마들가리(땔나무로 하는 나무토막) 木材를 자르고 남은 토막
►‘등걸 골榾’ 등걸(줄기를 잘라 낸 나무의 밑동) 마들가리(땔나무로 하는 나무토막) 나무의 이름
►‘흐를 곤滾’ (큰물이)흐르다. 샘솟다. (물이)끓다
●설미雪眉의 詩軸에 題하다/남곤南袞(1471-1527)
우리우봉청학동雨裏偶逢靑鶴洞 청학동 빗속에 우연히 서로 만나니
몽중증식지정시夢中曾識止亭詩 꿈속에도 지정의 시를 진작 알았지
일언아자생청안一言我自生靑眼 한 마디에 나는 절로 청안을 뜨고
만리사금이백미萬里師今已白眉 만리길 스님은 이제 백미가 됐구려
세로풍진성악착世路風塵成齷齪 세로의 풍진 속 너무 악착스러우니
운산병석신휴지雲山甁錫愼携持 운산에 석장 걸고 신중히 다니시길
평봉사해무근체萍蓬四海無根蔕 부평초 같은 인생길 정처가 없으니
타일중심미가기他日重尋未可期 훗날 다시 만날 기약 용이치 않구려
●제로승시축題老僧詩軸 노승老僧의 시축詩軸
승로이농僧老耳聾 스님은 늙고 귀먹음/율곡栗谷 이이李珥(1536-1584)
의동여우투蟻動與牛鬪 개미 움직이는 소리 소 싸우는 소리
요요동일성寥寥同一聲 고요하긴 모두가 마찬가지지.
수지연묵처誰知淵默處 누가 알까, 깊은 고요 속에도
은지해도굉殷地海濤轟 땅을 뒤흔드는 파도 소리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