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
제1관에서는 저작재산권의 내용을 규정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그러한 저작재산권의 내용도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이 관에서 규정하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의하여 많은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재산권의 실질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제한을 받는 행위를 제외한 나머지가 저작재산권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이 관의 규정을 이해한 후에라야 비로소 저작재산권의 실질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관에서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이라고 하여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각조의 입법취지는 ⑴ 저작물 이용의 성질에서 저작재산권이 미치는 것으로 하여서는 타당하지 않는 것. ⑵ 공익상의 이유에서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 ⑶ 다른 권리와의 조정을 위하여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 ⑷ 사회적 관행으로서 행하여지고 있으며 저작재산권을 제한하여도 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는 것 등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작물이 문화적 소산(所産)이므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관점에서 배려한 것이다.
이러한 저작재산권의 제한제도는 베른협약(§10)이나 각국 저작권법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의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정사용(fair us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미저 §107), 영국에서는 구법(1956년)상 ‘공정거래(fair dealing)’라 하여 포괄적으로 처리하였으나(영 구법 §6) 1988년에 전면개정된 현행법에서는 무려 49개의 조항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는 현행법에서도 1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프저 §122의 5), 독일은 19개의 조항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며(독저 §45~63), 일본도 독일의 예에 따라 33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일저 §30~50) 우리 저작권법도 독일의 예에 따라 17개 조항으로 규정하였다.
제23조 (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재판절차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거나 입법⋅행정의 목적을 위한 내부자료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그 한도 안에서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종류와 복제의 부수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006 12. 일부 삽입)」
23-A. 제한의 첫째는 국가기관 등에서의 저작물 복제이다. 이 조는 재판절차 등에서 필요한 경우와 입법목적이나 행정목적을 위한 내부 자료로서 필요한 경우에는 저작물의 복제를 인정한 것이므로 국가의 목적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일정한 조건하에 저작재산권자의 경제적인 이익에 상충되지 않는 범위에서 복제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조에 의하여 사법, 입법, 행정을 위한 복제를 할 수 있는 저작물은 공표된 저작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므로 미공표의 저작물도 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에 의한 미공표 저작물의 복제는 저작재산권의 제한에 의한 것이고, 저작재산권의 제한은 제38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저작인격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므로 이 조에 의한 저작물의 복제이용이 미공표 저작물의 공표로 되는 경우에는 공표권이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절차나 입법 또는 행정 목적을 위한 내부 자료로서 복제물을 폐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조는 구법(1986년)의 제22조를 2006년도 개정에서 이 조로 하였을 뿐이며, 내용상의 변경은 없다.
23-B. 이 조에 의하여 복제가 가능한 첫 번째의 경우는 재판절차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다. 이것은 판결문 중에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인용의 정도를 넘어서 차용(借用)할 필요가 있는 경우, 또는 소송자료 즉 증거서류나 변론, 혹은 준비서면의 자료로서 제출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다. 그리고 여기서 재판절차라 함은 오직 법원만이 아니라 행정청 등의 준사법적인 절차도 포함되며, 또한 법원이나 검찰청이라고 하는 국가기관만이 아니라 쟁송사건의 당사자인 원고, 피고, 변호인, 증인 및 감정인 등도 필요한 경우에는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 또는 행정을 위한 내부 자료로서의 복제인 경우에는 일반 사인(私人)의 복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나 지방의회 또는 관공서라고 할 수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혹은 그 구성원으로서 하는 복제에만 한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절차인 경우에는 당사자나 증인 등 일반 사인도 이 조에 의한 복제를 할 수 있음에 주의를 요한다.
23-C. 이 조에 의하여 복제가 가능한 두 번째의 경우는 입법이나 행정의 목적을 위한 내부 자료로서 필요한 경우이다. 입법의 목적이라고 함은 오직 법률안의 심의만이 아니라 예산안의 심의 또는 국정조사나 국회 혹은 지방의회가 의사기능을 행함에 필요한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행정의 목적이라고 함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행정청이 소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의사를 결정하거나 행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다. 따라서 단지 관공서의 직원이 업무의 참고용으로 복제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으며, 당해 저작물을 복제하지 않으면 입법이나 행정의 목적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또는 행정의 목적을 위한 내부 자료로 필요한 경우에는 그 필요한 한도 내에서만 복제할 수 있으므로 그 복제물이 작성기관 내에서만 사용되도록 한정되어야 하며, 행정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 이를 홍보자료로 외부에 배포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조에 의한 복제는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된 것이므로, 예컨대 저작물의 한 부분만의 복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저작물의 전부를 복제하거나 혹은 필요한 부수를 초과한 다수의 복제는 필요한 한도 내의 복제가 아니므로 이 조에 해당되지 않아 저작재산권의 침해로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2006.12월에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특허, 의장 혹은 상표에 관한 심사와 실용신안에 관한 기술적인 평가 또는 국제출원에 관한 국제조사 혹은 국제예비심사에 관한 절차에서, 그리고 행정청 혹은 독립행정법인이 행하는 약사(藥事)에 관한 심사 혹은 조사 혹은 행정청 혹은 독립행정법인에 대한 약사에 관한 보고에 따른 절차에도 이 조에 의한 복제가 가능하도록 하였는데(일저 §42), 우리도 이러한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23-D. 끝으로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가 붙어 있으며, 이 단서의 내용은 저작재산권자의 경제적인 이익에 상충하거나 혹은 저작물의 잠재적인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내부 자료라고 하더라도 복제물을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러한 단서에 해당하는 복제물의 작성이나, 혹은 위와 같은 목적 내에서 작성된 복제물이라도 그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은 저작재산권의 침해로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조에 의한 복제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36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그 저작물의 번역이용도 가능한 것이며, 이는 그 저작물을 국가적 목적을 위한 국제관계에 이용하거나 또는 외국저작물을 우리의 국가목적 등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 조에 의한 복제나 번역이용에는 제37조의 규정에 의하여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