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체험에 대한 경험을 하나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일상의 평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모든 경험을 제 기준에서는 '신비체험'으로 정의하겠습니다.
실제로 신비한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신비와 같은 체험이 드러난다는 의미일뿐입니다.
제게 일어난 체험들은 강렬한 동일시를 유발하는 과거의 기억, 삼매의 체험, 일상의 평면에서도 가끔 드러나는 다양한 존재들과의 상호작용 등을 말합니다.
특히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것은 집중에 들기 전, 얕은 선정 상태에서 시각 정보가 활성화되는 현상입니다.
이때 시각 정보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도 함께 활성화됩니다.
제가 화엄의 가르침을 통해 깊이 배운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경험이 나타날 때의 대응 방법과, 의도한 체험이 일어났을 때의 마음가짐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습관이 없다면, 시각 정보나 체험의 스토리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가르침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
앉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활성화는 보통 정에 들기 전, 혹은 앉기 전에 의도한 바가 있을 때 나타납니다.
때때로 전생의 기억이라는 이름의 강력한 동일시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별 다른 의도가 없을 때는 방의 모습이나 신적인 존재로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도를 가지고 감성을 불러 일으키면, 음성이나 시구가 떠오르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삼매 훈련, 졸화, 또는 쿤달리니 등으로 인해 공감각적 신경 회로가 활성화되거나 신경망이 연결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면, 망자를 보았을 때 슬픔이 일어나고 그 슬픔이 오감과 맥락으로 형상화되어 공감각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체험을 실제 존재하는 것을 보았다거나 신비한 무언가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감정이 공감각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으로,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꿈의 기전이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무미건조하게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기준을 설정하고, 내면에서 그 기준을 넘는 임계점의 징후로서 체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중에 그나마 강렬했던 경험 하나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관정 스님이었나요..그 방문객님께서 선정의 대상을 놓쳤다는 측면으로 말씀해주셨던 것이 기억이나서..ㅋㅋㅋ
그리고 꿈에서 꿈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분명하게 있는 상태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참 생기차제 수행에 집중하고 있던 때입니다.
당시 저는 '사가행'이라 불리는 예비적 수행 단계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은 백자진언 백만 번, 오체투지 십만 번 등 종파마다 다르지만 본 수행에 들어가기 전 업을 정화하고 무르익게 하기 위한 수행의 한 단계입니다.
저는 꿈 속에서 증험이 나타날 때까지 생기차제를 계속하겠다는 서원을 세웠습니다.
이는 지도해 주시던 분과의 합의(?)에 따라 증험을 얻기 전까지 사가행을 이어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준비가 되면 증험이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것이라 믿으며,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2017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예비행을 마친 후 자리에 누워 꿈을 꾸었습니다.
이 꿈은 세월이라 할 만큼 긴 시간의 흐름과 서사가 담긴 생생한 체험이었습니다.
꿈은 눈 내리는 설산에서 제가 어떤 경지에 드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설산의 절벽 어느 곳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반으로 보이는 다른 이들도 함께 일렬로 앉아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의를 탈의한 채 반개하여 입정에 들고 있었는데, 살을 애는 듯한 추위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추위와 고통을 거부하지 않고 진하게 느끼며 입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저는 어떤 자리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살을 애는 듯한 추위 속에서도 추우면서도 춥지 않는, 어찌보면 따듯하다 할 수 있는 진공묘유(?)의 자리였습니다.
“지금의 그 자리를 절대 잊지말라”
뒤에서 저를 지켜보시던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것은 당부의 말씀이자, 인가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하산하여 속세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티베트의 한 마을이었고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현대는 아니었습니다.
속세에서의 삶은 그곳의 다른 이들처럼 산에서 물도 길러오고 장사도 하는 그런 일상의 삶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하루의 삶을 여실히 사는 그런 삶이었습니다.
꿈 속이지만 몇년의 세월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시장 한복 판에서도,
물을 기를 때에도,
설산에서 얻은 자리를 잊지 않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물며 살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을 때, 눈 속에 파묻힌 석판을 발견했습니다.
사각형 석판에는 티베트어로 어떤 글이 씌여있는데 그것은 밀라래빠님의 예언이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진실로 수행하려는 자, 뜻이 있는 자, 이 과업을 성취해 보일지어다.
누구든 이 과업을 성취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나 밀라래빠가 직접 나타나 증험을 보이리라.'
(다섯 가지 정도의 과업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저는 밀라래빠님의 예언을 읽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매진했습니다.
주로 어떤 물건을 구해오거나(무역을 하거나), 어떤 이들을 도와주거나(마을에 머물러 살며), 설산 깊은 곳에 오르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과업에 매진하기를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정확히 7년이라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과업을 완수한 저는 석판을 들고 하늘을 보며 밀라래빠님께 간청하였습니다.
“제가 이제 존자님이 말씀하신 모든 과업을 이루었으니 나타나 증험을 보여주십시요.”
그렇게 읇조리는 순간,
손에 든 석판이 깨지고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밀라래빠님이 돌기둥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어리둥절했습니다. (진짜로 밀라래빠님이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거대한 밀라래빠님은 돌기둥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셨는데, 자비롭게 웃으시며 준비된 자에게 약속을 지키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선택의 길을 열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하늘에서는 차원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함께 꽃비가 내렸으며, 수많은 다키니들이 내려왔습니다. 다키니들은 환한 미소로 축하의 표시를 했습니다.
밀라래빠님은 어느덧 사라지고, 눈 앞의 땅은 다시 더 크게 갈라지면서 거대한 돌기둥 5개가 올라왔는 데 그 위에는 각각의 부처님들이 앉아계셨습니다.
모두 그 크기가 보통의 인간의 10배는 되어보였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다섯 부처님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한분 한분 반투명한 신체를 갖고 계셨고 각각 다른 색상의 신체를 지니고 계셨습니다.
맥과 나디가 보일 정도로 반투명한 신체였고, 플라즈마와 같은 투과형 몸이었습니다.
각각 부처님들은 여러 법구와 다양한 보석으로 몸을 장식하고 계셨었습니다.
그 중 푸른 몸의 부처님은 약사여래라는 것을, 붉은 몸의 부처님은 아미타여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부처님들의 주변은 공간이 일렁일 정도로 강한 왜곡장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압도적인 경외감은 이루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다키니 중 한 분이 제게 말씀하시기를, 하나의 길을 택하라 하셨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아미타부처님을 택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부처님들은 사라지셨고 아미타부처님만 남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의 기억이 중첩되어 돌아왔습니다.
저는 저를 포함하여 저의 가족, 부모님, 친구들, 도반님들, 인터넷 상에서 도담을 나눈 모든 분들, 스처가며 만난 이들까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실 삶의 수행 성취와 행복을 발원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미타부처님께서 일렁이는 공간 속으로 무지개신처럼 더욱 투명해지시더니 이내 사라지셨습니다.
다만, 여전히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노래가 들리고 꽃비가 내리며 수 많은 다키니들이 하늘과 땅에 계셨습니다.
여래께서 떠나시자 아까의 그 다키니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이곳에서 당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은 사실입니다.
당신의 수행과 발심, 발원, 부처님께서 모습을 보이심 모두 사실로서 드러난 일입니다.
그러니 바라건데 아미타여래께서 진실로 존재하심을 절대 의심하지마세요.
삶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잊지말고, 의심치말고 항상 수행에 매진하세요.
그렇다면, 언제든 그대에게 우리의 축복이 깃들것이며, 그대의 발원과 수행 모두 성취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깨워주겠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면 곧 바로 지금의 경험을 적어두어 망각에 들지 않도록 하세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순간 세계가 흐려지며 스러졌고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새벽 4시경이었습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꿈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모두 글로 적었고 본 수행에 들어갈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저도 '한 꿈' 하는데.. 스케일이 장난 아니네요ㄷㄷ
제 꿈들이 충무로 단편영화라면.. 이건 헐리우드 스펙터클 액숀 무비네여ㅎㅎ
수행을 열씨미 하시는 게 멋지십니다. -()-
저는 꿈을 잘 안꾸는데, 정말 아주 가끔..긴~꿈을 꿉니다.
단편 다작 감독 VS 장편 소작 감독..
예사롭지 않더니 미투 멋지십니다..어느 경에선가도 수행이 무르익으면 분명 증험이 있을것이란 내용을 본 거 같기도 합니다..부럽스므니다 ..우몽은 왠 괴물 기차거틍 거나 보이고 하는데 말입니다..
아니 이차저차 신비한 꿈도 없지 않았으나
살불살조를 주어 듣고 개꿈이거니 뭉게고 해쓰미다..기회가 주어진다면 바짝 정신차려서 챙겨 보아야겠습니다 ..멋찌십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