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208 musical Jekyll & Hyde: 조승우
110208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지킬, 하이드: 조승우
엠마: 조정은
루시: 쏘냐
그리고 멋진 배우들.
그동안 목소리밖에 듣지 못해서 궁금했던 정은 엠마를 직접 보았는데
일단 예쁘다. 세상에. 드레스가 완벽하게 잘 어울리다니.예쁘고, 목소리도 아름다운 엠마.
타고난 성량이 부족한 편인 것 같긴 한데 나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킬의 죽음을 두고 슬퍼하는 그녀는 얼마나 애달프던지.
같이 간 지인은 정은 엠마의 목소리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했다.
조지킬과의 호흡도 꽤 괜찮았는데 한 가지 애석한 점은,
개인적으로 조지킬에겐 소현 엠마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정은 엠마는 말 그대로 지고지순한 '연인'의 느낌이었는데
조지킬은 중후한 박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젊고 패기넘치는 청년의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그를 품어줄 수 있는 연상의 여인, 때로는 어머니 같은 소현 엠마의 분위기가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쏘냐 루시는 확실히 선영 루시에 비해 약하다.
아 물론 이건 캐릭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조금 더 약한 여자라는 의미.
선영 루시는 강하고(이건 선영씨 특유의 느낌.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도 그랬고.. 그녀가 가진 강함이 있다) 더 당당한 느낌인데
쏘냐 루시는 상대적으로 봤을 때 더 어리고 귀여운 면도 많다.
예를 들어 지킬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Someone Like You나 In His Eyes에서 느껴지는 루시들의 감정이
선영씨는 이미 성숙한 여자의 설렘, 쏘냐는 미성숙한 소녀의 설렘..으로 느껴진다.
선영 루시가 조금 더 거리의 여자, 레드렛의 히로인이라는 느낌인데 쏘냐 루시는 어쩐지 순수해서 좋다.
가장 재미있는 건,
루시가 하이드를 증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끌리게 되는데
그것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선영 루시와는 달리 쏘냐 루시는 이미 사로잡혀 버린 다는 것.
발랄하고 순수해보이는 쏘냐 루시라서 마지막이 참 슬펐다.
이제 지킬, 그리고 하이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맙소사. 조승우라는 배우는 정말 '뛰어난 인간'이었다. 그의 하이드가 이렇게까지 성장해버리다니.
첫 공연을 보고 와서는 내가 뭐라고 했더라. 그때는 그저 그의 지킬을 다시 봤다는 흥분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마주한 지킬과 하이드는 놀라움과 경악의 연속이었다.
그의 지킬은 젊고, 아름다운 남자다(이건 정말. 결혼식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가진 신념에 대해 완벽하게 자신하고 있으며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 위선자들(이사회)에 강하게 불만을 터뜨린다.
사실 그는 전형적인 지킬 박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처음부터 하이드와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지킬이 아닌 것 처럼 보인다.
결국 하이드도 그의 내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흥미로운 사실 중의 하나는 하이드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느끼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루시에 대한 지킬과 하이드의 태도 때문이다.
Sympathy, Tenderness를 부르고 난 후, 지킬은 루시에게 키스한다.
물론 이전에도 키스는 했다.
그러나 서서히 루시에게 끌려서 입을 맞춘 듯한 느낌을 줬던 지난 시즌들과는 달리
이번엔 분명 지킬이 루시에게 다가가 먼저 입을 맞췄다.
이건 순전히 내 멋대로 본 거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같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는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저 분위기에 취해 키스한 것 같지 않았을 뿐더러 지킬은 루시를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으니까.
Dangerous Game을 볼 때까지만 해도 하이드는 루시에게 성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정도로만 보인다.
(하이드가 연쇄살인을 할 때, 루시를 안을 때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킬의 내면에 숨어있다가 세상밖으로 나온 하이드는 본능에 끌리는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어린아이가 있다면 끔찍하겠으나)
그런데 루시를 죽이기 전, 그가 루시를 엄청 소중하다는 듯이 뒤에서 그녀를 꼭 안아주는 모습을 본 순간 부터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심지어 Sympathy, Tenderness를 부르는 하이드의 목소리는 정말 슬프다.
그러나 루시를 칼로 찌르는 손길은 차분하고 침착하다.
예전에 조승우가 연기한 하이드는 그 순간 얼굴에서 살인자의 광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는 지킬과 분리된 하이드였다면 지금은 그렇지 못한 하이드이기 때문인가.
어쨌든 지킬도, 하이드도 루시를 사랑했다. 둘 사이에 교집합이 생겨버린 것이다.
최고의 무대는 The Way Back부터 Lost In The Darkness + Confrontation까지.
그의 Confrontation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예전에 내가 보았던 그 Confrontation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전율이 일었다.
하이드로 변했을 때의 그 몸짓부터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고(지킬의 오른손을 하이드의 왼손으로 잡아 내리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지킬을 향해 조소와 조롱의 박수를 보내는 건 소름이 끼쳤다.
누가 감히 그동안 그런 하이드를 상상했을까. 숨이 막혔다.
내가 이 장면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 외에도 좋은 무대들이 많았다.
I Need to Know를 부를 때나, 이사회 앞에서의 지킬이 보여주는 강한 신념이나
말그대로 살아숨쉬는 괴물이 되어 부른 Alive나.
지킬이면서도 내면의 분노가 올라올 때에는 하이드처럼 왼손을 사용하는 디테일을 포함해서 그의 섬세한 연기는항상 좋다.
어두운 무대 한 편에 서 있을 때 혹은 춤추는 루시를 망설이듯 바라 볼 때,
그리고 결혼식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할 때에도.
브라보.
지킬을 집어 삼킨, 그러나 지킬의 모습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완성되지 않은 완전체의 괴물이 되어버린 하이드를 위한 찬사를 보낸다.
덧: 그러나 승우씨의 지킬과 하이드는 은근히 귀여운 면이 많다.
약혼식 장에서 친구들이 헨리 지킬! 이런 제길! 하면서 양쪽에서 만세- 하고 팔을 들어올릴 때에나
엠마에게 장난스럽게 비콘스필드 부인의 남편에 대해 물을 때에나
약을 주사하고 깔깔거리며 웃을 때.
하이드는.. 역시 야옹인가.
덧: 왠지는 모르겠는데 실험실에서 약을 주입하고 비틀거리며 막 웃다가 잠시 테이블에 기대서 있는 그 여유로운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덧: 나는 커튼콜에 집착한다. 어떤 공연이든 내가 집착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지킬앤하이드는 커튼콜.
그 순간이 왜 그렇게 감동적인 것지 모르겠다.
지킬이 등장하는 순간 부터, 돌아서 머리를 풀어헤치며 하이드로 인사하고 마지막에 주먹 쥔 손을 휘두르며 조명이 딱 꺼질 때.
덧: 오, 미남이시네요.
→ 조선시대 카페 http://cafe.daum.net/sheou ←
?
카페 게시글
실시간 인기게시판
110208 musical Jekyll & Hyde: 조승우
하나의사랑
추천 0
조회 23
11.04.01 23:2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