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사 났네!!
김용갑 의원의 ‘빨갱이 타령’에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연찬회에서 혁신위와 당권파간에 ‘親박’, ‘反박’, '호박', '순박', '찬박' 등 '박 타령'으로 놀부내 집 박 타는 날처럼 시끌벅적했던 한나라당에 때아닌 경사가 났다.
박근혜 대표에게 그동안 구애의 변을 토해오던 노무현 대통령이 안 되겠는지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그것도 점심이나 먹자고 만나자는 게 아니라 국무총리와 각료를 한나라당이 원하는 인물로 임명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으니 경사도 이만저만한 경사가 아니다.
이참에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골목 강아지, 주막강아지, 개쪽마님들까지 모두 연희동에 모여 한나라 골목잔치마당이라도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 김영삼 대통령에게 몇 차례 제의했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김대중의 제의를 끝까지 거절하다 결국 IMF캉드쉬총재만 만나는 국가적인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야당 대표가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지 다른 뜻은 없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단독회담은 2001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이루어진 후 4년이 지나는 동안 서청원, 최병렬 등 당시로는 거물급들이 대표를 역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다 여성이 대표가 되고 이루어진 것을 보면 ‘고졸 타령’을 즐겨 부르는 전여옥의 입심도 일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표도 지난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정방향의 일대 전환과 정쟁 없는 정치를 위하여 언제든지 대통령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필요하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지만 정치적 사안은 국회에서 여야 대화로 잘 풀어가야 한다"며 거부했고, 상생의 정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상극의 정치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신임 비서실장에게 회담 제의를 전달받았으니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인가. 거기에 노무현-박근혜 단독회담은 참여정부 출범이후 처음 있는 일로,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문화 개혁이 중요하며, 새로운 정치문화를 열어갈 수 있다면 대통령직 사퇴도 할 수 있다”는 선물바구니까지 보냈다. 선물바구니를 받은 박근혜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춤이라도 추고 싶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한 한나라당에게 이런 경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연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한나라당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훗날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연정이 연적이 되어 한나라당이 덤터기를 쓰고. 기득권을 넘겨준 노무현은 권력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총리 한 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5.16군사쿠데타를 성공시킨 공으로 국무총리가 된 김종필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니 연정 제의를 받은 한나라당에게는 대청마루에 가만히 앉아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밭의 호박들을 받은 격이니 박근혜의 입이 얼마나 째지겠는가. 그런데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모 의원은 전여옥 대변인은 연정을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더라고 전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 신여성들은 남편이 죽으면 그 자리에서 웃지 구태여 화장실까지 가지 않는다고 한다. 화장실을 찾는 여성은 무쟈게 순진한 편에 속한다고 하니 박근혜 대표도 신여성에 속한다고 봐야겠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의가 있는 날은 물론, 아버지가 친일파로 분류되어 발표되던 지난29일 보도에도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지도부가 독선과 아집에 빠져있다”는 홍준표 의원의 반발과, 혁신위 안을 지지한다며 “당의 발전적 해체도 가능하다“는 안상수 의원의 극단적인 발언에도 미소로 답했을까..
그렇다고 한나라의 하늘이 지금처럼 항상 맑을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출 악재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여·야 4당의 정책과 정견의 골이 너무 깊고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연정이 이루어지고 한나라당이 총리와 내각 임명권을 움켜쥔다고 해서 50년 넘게 이어져온 병폐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니 민생경제는 물론 지역갈등과 지역차별 해소는 실권을 쥐게 되는 한나라당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얘기다. 하여 한나라당이 딜레마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둘째는 한나라당 내의 차기 대선 후보 싸움이다. 누리꾼들 다수는 다음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감각적으로 하는 얘기지만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가 2년 반이나 남아 있는 데도 대권 후보 경쟁자인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영입파들과의 세력다툼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의 반 아니면 통째로 2선 후퇴 임기단축 등 모든 걸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노무현의 물귀신 작전에 끌려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갑제 옹의 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한 연정을 하게 되면 공격 목표가 사라지게 되는 전여옥 대변인의 주딩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흥미꺼리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에 충고 한마디 하겠으니 명심하기 바란다. 좋은 일에는 항상 마(魔)가 따라다니고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격언을 박근혜 대표 수첩에 적어가지고 다녀라. 만약 어쭙잖은 권력에 취해 호가호위 한다면 대선 패배보다 더 큰 상처를 입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니...
첫댓글 흥부는 맘이 좋아 박 터졌는데...한나라당 이사람들은 속이 검은데 박터지네 ?
쪽박으로 치달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