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겸손하게 가다가 후반기에 스퍼트를 하겠다. 일단 4강에 턱걸이라도 한다면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롯데손해보험 최규병 감독은 지난 4월 개막식에서 자신의 팀을 이렇게 자평했다. 과거 영남일보로 이끈 명장이지만 그 당시엔 다들 덕담 수준의 멘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개월 여가 흐른 지금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롯데손해보험이 드디어 승률 5할을 맞췄다. 13일의 금요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10라운드 5경기에서 롯데손해보험은 최명훈 나현의 반집승에 힘입어 강유택이 버틴 Kixx를 4-1로 누르고 6위에 올라섰다. Kixx는 2승8패.
●○…자책의 뺨때리기 ① 박민규-김정현 ② 강유택-박준석 ③ 박정상-최명훈
1,2국에 나선 박민규(2승4패)와 박준석(1승)은 락스타 1지명이어서 만만찮은 승부가 예상되었지만 역시 노련미에서 아직은 밀렸다. 두 판 모두 전투가 벌어졌다. 박민규는 김정현을 맞아 중반에 들어서 중앙과 하변에서 큰 대마가 잡혔고, 승부로 나서서 좌변을 취하는 듯했지만 좌변에서 또 수가 나는 바람에 결국 항서를 쓰고 말았다.
2국에 나선 박준석은 강유택과는 상대전적 1승1패. 그러나 바둑리그 무대에서는 강유택이 대선배인 셈. 강유택은 현란한 몸동작으로 펀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좌하귀와 좌변 그리고 중앙 흑대마가 모두 수습에 성공하자 박준석은 그만 해볼 데가 없었다. 결국 유리했던 강유택이 팻감이 많은 것을 깨닫고 상중앙에서 패를 들어간 것이 결정타.
1-1이었다. 박정상은 실질적인 Kixx의 에이스였고 최명훈은 2승4패. 당연히 박정상에게 표가 많이 갔을 것이다. 흑을 든 최명훈은 초반 공격에서는 실패했지만 재빨리 좌변을 키워가면서 승부를 길게 끌고 있다. 좌변에서 흑 집이 기대만큼 나지 않자 백이 유망한 종반이었다.
이미 기운 바둑이라서 TV카메라도 철수해버린 상황에서, 반면 10집 이상의 차이가 나는 바둑에서 최명훈은 1집 2집 따라붙으며 계가를 확인해본 결과 흑이 반집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박정상은 계가에서 자신이 반집을 진 사실을 확인하고서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심한 자책을 했다.
●○…신산(神算)의 대결은 반집의 대결 ④ 박영훈-나현 ⑤ 송태곤-한태희
롯데손해보험으로서는 1-2가 되어야 할 성적표가 2-1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4,5국인데 아직도 롯데로서는 안심할 수가 없다. 솔직히 전력으로는 두 판 모두 51:49로 밀린다고 하겠다. 공교롭게 전반기 때 만난 그 매치가 또 성사되었다. 전반기에는 나현과 한태희가 이겼다. 그런데 후반기에도 나현과 한태희가 이겼다.
송태곤-한태희 대국은 피차 거대한 두 개의 집으로 나뉘어졌다. 바둑판의 좌상 방면이 모두 백 집이었고 나머지 우변과 하변은 흑 집. 상변과 좌변 흑이 잡히면서 백 집은 20집 가량 흑에게 앞서있었다. 남은 큰 끝내기는 세 곳이었다. 그러나 끝내기 과정에서 좌하귀 우상귀 우하귀 등 20여 집에 해당하는 끝내기를 하나도 차지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졸전으로 송태곤은 역전패했다.
3-1로 팀 승부는 결정되지만. 박영훈-나현 대결도 엄청 관심이 쏠렸다. 백을 든 나현은 중앙 말에다 가일수를 한 것은 지나치게 두터웠다. 게다가 중반 이후 좌하방면 흑을 공격했지만 오히려 백 한 점을 보태주어서 상당히 비세. 그러나 종반 들어설 무렵 끝 질기게 추격한 나현은 과연 ‘신산대결’ 답게 반집을 남겼다.
●○…5승5패끼리 중원혈투
14일(토)은 1라운드 1경기 정관장-넷마블의 중원혈투가 개시된다. 양 팀 모두 5승5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라운드를 마치면 ‘5할 초과’ ‘5할 미만’ 팀으로 나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위권에 많은 팀이 얽히고설켰는데, 4강 경쟁을 하는 중위권 팀에게 일격을 당하면 그 아픔도 두 배가 될 터.
① 김기원-김기용 ② 안성준-한웅규 ③ 박정환-박진솔 ④ 안형준-김형우 ⑤ 이원영-원성진(앞 정관장, 뒤 넷마블)의 매치 업이다.
박정환이 나서는 경기는 락스타 박진솔이지만 원성진이 나서는 5국은 아쉽게도(?) 이원영이다. 그 외의 매치 업은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총체적으로는 정관장이 조금 앞선다.
2012 KB한국바둑리그는 지난해 우승팀인 포스코LED를 비롯해 넷마블, 신안천일염, Kixx, 티브로드, 한게임 등 지난해 참가팀 6개팀과 롯데손해보험, SK에너지, 정관장 등 3팀을 더했고 '스마트오로'가 마지막 제10구단으로 합류하며 역대 최다 10개팀으로 출범했다.
한국바둑리그는 이전의 '2일 1경기'를, '1일 1경기'로 변경해 속도감을 크게 높였으며, 매 경기는 매주 목,금, 토, 일 저녁 7시(1, 2국) 저녁 8시(3국), 밤9시(4, 5국)에 동시대국으로 펼쳐진다. 모든 대국은 40초 초읽기 5회. 2012 KB 한국바둑리그 규모 역시 역대 최고 40억이다.
한국바둑리그 정규리그는 10개팀 더블리그(18라운드)로 총90경기(대국 수 450국)가 벌어지며, 순위는 팀 전적(승률)→개인승수→승자승→동일팀 간 개인승수→상위 지명자 다승 순으로 가린다. 10월 말부터 열리는 포스트시즌은 정규리그 상위 4팀이 스텝래더(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확정하게 된다.
한국리그의 모든 경기는 바둑TV에서 방송 생중계로 진행하며, 사이버오로에서 인터넷 중계한다. 오로바둑 어플로 모든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관전할 수 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사이버오로 바둑리그 홈페이지에서 바둑리그 순위, 팀 선수, 대회 일정, 뉴스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자료제공 | 바둑TV]
▲ 김정현은 거대한 대마를 잡으며 무난한 승리.
▲ 강유택도 박준석에게 낙승을 거두었다.
▲ 박정상은 여유 있는 바둑을 반집차로 패하자 책망하는 모습.
▲ ‘웃어도 웃는 게 아냐’ 송태곤도 20집 이겼던 바둑을 역전패했다.
▲ 젊은 신산의 반집승.
▲ 반상의 땅 절반씩 나눠가진 모습.
▲ '뉴 신산' 나현.
▲ 롯데손해보험 검토진. 이창호는 대국에는 빠졌지만 검토엔 끝까지 참석했다.
▲ Kix 검토실이 한가하다.
▲ 김성래(오른쪽)와 바둑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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