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거처/이정록
옥수숫대는
땅바닥에서 서너 마디까지
뿌리를 내딛는다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도
길게 발가락을 들이민다
허방으로 내딘는 저 곁뿌리처럼
마디마다 맨발의 근성을 키우는 것이다
목 울대*까지 울컥울컥
부젓가락 같은 뿌리를 내미는 것이다
옥수수밭 두둑의
저 버드나무는, 또한
제 흠집에서 뿌리를 내려 제 흠집에 박는다
상처의 지붕에서 상처의 주춧돌*로
스스로 기둥을 세운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
버드나무와 옥수수
푸른 이파리들 눈을 맞춘다
* 목 울대:울대뼈나 목청을 이르는 말
* 주춧돌: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놓은 돌
화자는 옥수숫대를 보고 있다. 옥수수대는 땅에 닿지 못할 헛발일지라고 뿌리를 길게 서너 마디까지 내 딛습니다. 닫지 않더라고 근성으로 뿌리를 내리며 부젓가락(불을 피울 수 있게 도우는 쇠로된 젓가락)처럼 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버드나무도 마찬가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버드나무는 자신의 흡집에서 뿌리를 내려 그 흠집에 박아낸다. 사진의 상처에서 희망을 꺼내 자신의 기둥으로 삼으며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댓글 이시 정말 좋네요..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한 눈과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감정을 이입시킨 부분이 감정선을 살살 건드렸네요../ 3연의 서술은 지성과 감성을 제대로 풀어 버무려 놓았군요.. 결규에서 생이란 이렇게 서술적이면서도 사처와 허방에 발을 놓는 옥수수 뿌리를 본 시인의 시선이 아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ㅠ 저는 요즘 세 감정에 스스로 빠져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