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기까지만 하고 거기까지만 산다,
더 이상은 욕심이고 신도 그것을 허락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세상천지가 어둡지만 마음에 눈을
뜨면 세상천지가 환하다,
몽상가들은 호기심 천국에 산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산책하며 가상 현실을
만들어낸다,
어떻게 보면 그보다 창조적일 수 없지만 지나 처서
허황이 되는 게 문제다,
호기심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하다,
충족할 수가 있어야 하니까,
세상은 아는 만큼 멀리 보고 멀리 갈 수 있으니까,
그 걸 그냥 무더 두면 영원히 무쳐지니까,
무식하면 용감하고 알면 조심스럽고 방법을 알고
적소 적소에 쓸 수 있는 지혜는 작은 힘으로 큰
무게를 들어 올린다,
빛이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고 더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나면 길이 되듯
도랑물이 모여 강으로 스며들고 강물은 채울 수 없는
바다를 향해 끝도 없이 흘러가지만 오늘도 바다는
넘치지 못하고 허기져 운다,
우리는 더러 현실과 거리가 있는 곳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곤 한다,
그럴 때일수록 현실의 냉대를 피하지 못하고
따듯한 가슴을 찾지만 찾지 못하면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 유리 벽을 세우고 피난을 떠난다,
고인 물이 썩어 악취를 토하면 흐르는 신선한 물이
그립고 별이 없는 수척한 밤이면 하늘에 별 대신
유난히 더 반짝거리는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나와 멀어지지 않는 현실 속 그림자들이고 거울 속
내 모습들이다,
철 지났다고 버리지 않고 현실과 어울리지 않지만
손때 묻은 것들이어서 더 정감이 가는 것과
이런 것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과
엉뚱한 망상이었지만 신선해서 좋았던 지친 날들
속에서 내 인생의 여행 배낭에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것과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것과
화려한 백조를 꿈꾸다 미운 오리 새끼가 되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다,
끝에 매달려있는 것들은 대롱거리고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바람은 기어코 흔들어 떨어뜨린다,
이런 내 공간에는 그것을 지켜보는 질긴 인내와
단내 나는 고독과 그것에 침묵 지키고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잠재우는 내면에는
살다 보면 아파서 우는 날이 있고
슬퍼서 통곡하는 날도 있지만 나만 슬픈 날이 있고
모두는 없다면 내 눈물이 너무 흔해서 일까,
반대로 다들 너무 슬퍼하는데 나만 슬프지가 않으면
감정이 아주 무디거나 메말랐거나 느낌이 없거나
무엇에 등지고 사는 사람이거나 보고도 꾹 참고
사는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속없는 영혼이거나
좌우지간 이성보다 감정에 더 충실하거나 둘 중 하나
일 테지만 그렇다면 슬픈 날은 웃고 좋은 날은 웃자,
인생은 언감생심 넘쳐나는 곳에 사는 게 아니라
늘 부족한 곳에서 허기를 채워가며 사는지 모른다,
그래서
인생은 가련하고 아픈 손가락처럼 마디마다 아리다,
그럴수록 인생을 틈으로 보지 말고 넓은 창으로
내다봐야 틈새로 보지 못한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사람은 있는가,
반대로 누구를 위해 울어 줄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이런 아픈 영혼들을 위해 누군가 대신 울어주고 눈물
닦아주고 등을 다독여 줄 때 위로 인지는 모르지만,
거미줄에서 풀린 나비가 하늘을 난다,
그물코에 걸린 바람이 하늘을 난다,
거미줄에 매달려 대롱대롱 하던 바람이 난다,
난 그렇게 위로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