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새해 통상 환경 리스크 조기 해소 기대 어려워”
‘극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라, 2024년 글로벌 통상 환경 전망’
2024년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4년 12월 28일 ‘극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라, 2024년 글로벌 통상 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전쟁 장기화와 회복 지연 ▷40여 개국의 선거와 리더십 교체 ▷본격화되는 공급망 분절 ▷보호주의 심화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푸에블로=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한국 풍력타워 제조업체 씨에스윈드(CS윈드)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2024년에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리더십 교체를 놓고 선거가 치러지며, 선거 승리를 위한 자국 중심적 색채가 뚜렷한 공약이 발표되며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 혼탁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11월 5일 대통령, 연방 하원 전체(435명), 연방 상원 3분의 1(33명)에 대한 선거가 있다. 유력 대선후보인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국 강경 기조와 미국 우선주의적 입장이기에 어느 후보가 이기더라도 미국의 통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특히 미 대선은 경합주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의 표심이 중요한데, 해당 지역 산업에 우호적인 발언과 공약 제시가 이뤄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2개월째 계속되고 있으나 뚜렷한 전황의 변화가 없는 가운데 점차 소모전이 되어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46개국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종전되더라도 무역·투자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EU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나 휴전 모두에 부담을 안고 있으며, 가자지구 분쟁 발발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 분산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도 동참하고 있는 미국·EU 중심의 대러시아 제재와 수출 통제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 제한, 흑해 곡물 협정 파기 등 러시아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으며, 서방 기업이 철수한 자리에 중국 자본이 침투하고 있고 전쟁이 끝나더라도 경제 제재 해제와 정상화까지는 장기간 소요돼 기업 경영 리스크의 조기 해소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비화된 가자 지구 분쟁이 유가 등 국제 경제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나, 후티 반군의 수에즈 항로 공격과 그에 따른 대응 등으로 인해 해상 운송과 물류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있다.
분쟁이 주변국까지 퍼지지 않는다면 유가는 일시적인 급등락 상황 이외에는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활동에 나서고 ‘이란 배후설’이 제기되는 만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갈수기로 파나마 운항이 제한적인 가운데 수에즈 운하의 통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 부담 증가와 납품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EU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 외에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6월에 치러질 유럽 의회 선거와 이후 예정된 EU 집행위원회 교체 모두 전쟁과 대외 이슈(원조, 이민, 부채)와 관련된 경제 문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전망
미국과 EU는 대중국 견제를 두고 분리(디커플링)가 아닌 관리(디리스킹)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분산 및 국내·역내 산업 육성 강화 움직임과 그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EU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목적의 ‘디리스킹’을 발표하고, 미국도 첨단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는 ‘좁은 운동장에 대한 높은 담장’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이로 인해 2023년 미국과 EU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감소했다.
중국의 반도체 및 소부장 산업의 국산화율 제고, 희소 금속 등 수출 통제 등 보복 조치는 중국과 서방국 간의 제한적 디커플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분절 속 인도와 광물 보유 신흥국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전략적 가치 제고 노력이 잇따르고 있으나, 자국 내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 미진해 중국을 대체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모디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 유입이 증가하고 있고, 이미 대규모 FDI 유치에 성공한 베트남은 제2의 중국이 되고자 하나, 여전히 중간재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2024년 1월부터 첫 내재 배출량 보고가 실시되는 EU CBAM과 미-EU 간 ‘지속 가능한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SA)’ 논의 지속 등 탄소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반덤핑·상계관세 등 전통적 수입 규제 조치의 강화와 예기치 않은 관세 인상 등 보호주의 조치의 확대가 기업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전환 기간에 돌입한 CBAM의 경우 2023년 4분기에 대한 내재 배출량을 2024년 1월까지 보고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당장은 인증서 구입 부담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부과받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232조 관세 부과 이슈에 관해 EU와 논의 중인 GSSA의 경우 협상 시한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그러나 탄소 기준 미달 국가의 시장 접근 제한, 탄소 집약도 개선을 위한 국내 정책 지원 보장 등에는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미국의 수입 규제 제도 강화 및 우회 조사 등 신규 조치 증가 우려, EU의 보조금 조사 증가, 공급망 분리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이려는 신흥국의 관세 조치 등의 가능성도 서서히 늘어날 전망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어려웠던 2023년의 통상 환경 변수들이 2024년에도 유효한 가운데, 전쟁·정치 등 지정학적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선거 기간 내 표심을 겨냥한 자극적 발언에 동요되기보다, 발언 및 공약이 제시된 배경과 실현 가능성을 따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4분기 들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무역수지도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새해에 마주할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한국무역협회는 실효성 높은 정보를 시의적절하게 전달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