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END] bawl
영원할거라고 믿었던 소년의 떨림은 잦고
예민해진 청각에 선명히 들려온 소음
감았던 눈과 함께 눈을 뜬 광기
입가에 맺힌 섬뜩한 미소
-쾅!
"강연진! 딸꾹- 어디 처박혀 있는거야! 딸꾹-"
현관문 너머의 소음
-쿠웅!
"어딨냐고! 딸꾹-"
방문 너머의 소음
가까워지는 소음에 심장이 터질 듯 팽창한다.
'더- 더- 가까이 와! 하하하! 더! 더 가까이 와!'
소년의 광기어린 눈빛이 더욱 빛을 발한다.
-콰앙!
그리고 열린 문 사이에 술에 취한 남자가 들어온다.
"이 새끼! 딸꾹- 이 아비가 불러도 대답도! 딸꾹- 안해?!"
"크하하핫! 하핫! 아하하하!!"
"딸꾹- 이 아비가 우스워?!"
-퍼억!
-쿵!
-퍽!
-퍼억!
소년의 흰이마가 찢어지고
붉은 입술이 터진다.
"하하하! 아하하하!!"
"이 새끼가!! 죽어! 죽으란 말이다!"
-퍽!!
-쿠당탕!
쓰러진 서랍에 깔린 다리가 너덜거린다.
".....뭐? 죽어? 쿡쿡! 그래....니가 죽여.. 그 손으로 한 번 죽여봐...쿡쿡쿡!"
"큭큭- 미친놈... 딸꾹- 이거 아주 맛이갔네?"
소년의 아버지는 가차없이 발길질을 날린다.
희고 작은 몸뚱아리는 이리저리 구르며 붉은 액체가
몸을 감싼 싸구려 흰 셔츠와 회색 반바지 곳곳에 번진다.
-콰장창!
높은 곳에서 달빛을 간간히 투영시켜주던 작은 창까지
깨어져 소년의 몸에 박혀 상처를 입힌다.
"너도 니 어미처럼 딸꾹- 이 집구석에서 뛰쳐 나가봐!! 딸꾹-"
"쿡쿡.. 어디서 뒤졌거나 딴 놈이랑 배라도 맞아서 잘 살고있는지 모르는 니 와이프?"
"이익...이 씨발새끼가! 죽고싶어서 환장했나!!!"
-푹
"큭큭...."
-푸욱
"크하하하!!!"
작은 창이 깨어져 달빛이 유난스레 환하게 소년을 비춘다.
흰 셔츠에서 검붉은 혈액이 둥글게 퍼지며 한 송이의 꽃을 만든다.
달빛을 받으며 생기를 띄고 붉게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이란 찬란하다.
희고 작은 몸뚱아리는 가엾고 가련하다.
그러나 흰색과 적색의 대비는 화려하고 아름답다.
아름다운 몸뚱아리의 붉은 꽃 한 송이와
열 아홉의 소년의 얼굴에 스친 아련한 미소는
달빛이 비추는 좁디 좁은 방의 한 가운데
광휘한 빛을 내며 피었고
아주 천천히 부서진다.
마치 지금 이 한 순간을 위해 살아 온 것처럼
"아악!!!!! 으아아악!!!!!!!!!! 아아아악!!!!!!!!"
부서져 가는 소년은 소망한다.
자신의 고함이 모든 이들에게 들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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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느낌이 드셨을까 궁금하네요.
연진이 진정 원하는 무언가가 느껴지셨나요?
연진이처럼 죽기전에 한 번쯤은 고함쳐 보기를 권유합니다.
그닥 재미가 없으셔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ㅜㅜ불쌍해뇨 ㅠㅠ흑흑
아름다워 더 가엾죠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