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펫 글/그림 · 김소정 번역
두레아이들 · 2024년 02월 15일
누구나 하나쯤은 있으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감추고 싶은 비밀’
소똥구리 더기가 숨겨 온 비밀은 ‘똥’을 좋아하는 자신의 특별한 식성!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똥 도시락을 놀이터에 감추어야 하는 두기는
과연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요?
아이폰 안 쓰면 왕따?
아이들 사이의 또래 문화나 짧게 지나가는 유행이라고 넘겨 버리기엔 심상치 않은 현상이 있다. 특정 브랜드 상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특정 상품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유행에 뒤처지기 싫고 소위 잘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고가의 물건을 사고 SNS에서 자랑하는 일은 이미 20~30대 청년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소위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고가의 브랜드 상품들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고민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어떤 집단에 속하기 위해 의사결정이나 기호를 다수의 의견에 맞추도록 심리적으로 강요당하는, 동조 압력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데, 특히 아동, 청소년들의 또래 집단에서 두드러진다. 아이들은 또래 집단이 요구하는 행동을 함께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타인의 의견에 휩쓸리면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 떨어져 주체성을 상실하기도 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주변 친구들의 위험한 행동에 동조해 사회 규범을 어기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주위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우리 사회의 특성은 동조 압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 친구들이 모두 값비싼 패딩을 입고 있으면 혹시나 내 아이만 뒤처져 보일까 걱정된다며 똑같이 값비싼 옷을 사준다는 부모들. ‘나만 없어,’ ‘나만 안 먹어 봤어’라며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겨 몰개성을 강요하는 듯한 홍보 문구나 ‘벼락 거지’ 같은 신조어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획일화된 삶의 기준이 다양성보다 우선시되는 듯하다. SNS와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급변하는 유행의 홍수 속에서 남과 다른 나만의 특성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다름을 존중받는 문화가 더욱 절실해진다.
내 안의 소리를 듣고,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기
『나는 똥이 좋아』의 주인공 더기 역시 학교에서 인기 있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럽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을 평범한 딱정벌레라고 속였지만, 사실 더기는 소똥구리다. 똥은 더기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더기의 아빠는 소똥구리 집안의 아이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똥구리는 배설물을 처리해 주변 환경을 더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동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집파리 허먼이 더러운 음식을 먹는다며 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본 더기는 자기도 허먼처럼 외톨이가 될까 두려워 학교에 가져간 똥 도시락을 놀이터 옆 큰 바위 아래에 숨겨놓는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몰래 홀로 도시락을 먹는다.
어느 날 우연히 수업 시간에 벌어진 사건에서 특기를 발휘한 더기는 처음으로 친구들의 주목을 받는다. 인기 있는 친구들의 점심 식탁에 초대받았지만, 더기는 똥 도시락을 내놓을 수 없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더기가 바위 밑에서 똥 도시락을 꺼내든 그때 친구들에게 도시락을 들키고 만다. 친구들은 집파리 허먼의 도시락이 분명하다며 허먼에게 똥 도시락을 쏟아 버리라고 더기를 몰아세운다. 진정한 자기 모습을 친구 앞에서 드러낼지, 아니면 허먼에게 뒤집어씌움으로써 위기를 모면할지, 선택의 갈림길에서 더기는 고민한다. 과연 더기는 친구를 위해, 그리고 진짜 자아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다르다는 게 틀렸다는 건 아니야.
멋있어 보이는 벌레 친구들처럼 되고 싶은 소똥구리 더기는 인기와 관심을 쫓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들의 동조 압력 앞에 진실을 밝힐지 말지 갈등하는 더기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이 학교 안과 밖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들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급식실에서 꿋꿋이 혼자 똥 푸딩을 먹는 집파리 허먼의 말은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다른 곤충들이 내가 사는 방식에 참견하면, 나는 비참해질 거야.”
자기 고유의 특성을 감추고,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기 의견을 꾹꾹 누르고,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기준에 억지로 맞춰 사는 것은 잠깐의 소속감을 줄지 모르지만 진짜 나를 영원히 발견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정은 친구의 진짜 정체성 또한 영영 알 수 없게 만들고 만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 끝에 더기가 솔직한 자기 모습을 고백했을 때, 봇물이 터지듯 쏟아지던 벌레 친구들의 ‘커밍아웃’이 일종의 해방 선언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가 ‘꾸며서 보여주기’에 너무나 지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작은 감동을 선사하는 마크 펫의 『나는 똥이 좋아』는 우정과 어울림, 그리고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책이다. 한 번의 우연한 실수로 ‘자유’를 되찾은 아이의 유쾌한 이야기로,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실수한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웃고, 즐겁게 살아가라!’라는 교훈을 주어 독자들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작가 마크 펫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각양각색의 벌레들에 관한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들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이 책은 중요한 사회 정서 학습 테마로 가득 차 있다. 교실과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 괴롭히기와 친절하기
- 친구를 옹호하고 자신의 신념을 말하기
- 차이를 드러내고 받아들임으로써 다양성을 포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