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거지였는지..축생이었는지...
저는 나이롱에 게으른 사람입니다.
머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메뚜기이기도 하구요.
포장을 좀 하면, 순천자(順天者) 혹은 '모든 순간이 완벽하다는 믿음'(태장계?)에 의지하는 사람이구요
직설적으로 까발리면, '업력에 순응하는 자' 입니다.
그런데 또 굼뱅이도 기는 재주는 있지 않습니까?
저도 좀 잘 붙는..그런 영역들이 좀 있기는 합니다.
어릴 적에는 제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깐..그냥 기질과 성향이 맞아서 그런 거였죠.
먼저 제가 굉장히 불리한 영역부터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 글이 길어질 듯한 불길한 예감이...
저는 기면증 환우입니다. ㄷㄷ
(보건복지부에서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했는데... 장애인 등록은 안 되서 쪼~끔 안타깝슴다 ㅋㅋ)
제가 꿈쟁이가 된 것도 기면증의 증상 중 하나입니다.
- 저는 잠에 들면서부터 꿈을 꾸는 경우가 굉장히 많슴다.
기면증의 핵심은 의식의 각성도가 매우 낮은 거라..
고도의 집중과 자각을 요구하는 선정수행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려는..
악업의 과보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ㅎㅎ
저의 장애?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감정, 감성이 굉장히 드라이해서.. 거의 머리로 세상을 사는... 메마른 캐릭터 입니다.
공감, 자애, 연민이 보살 지망생의 필수 덕목인데.. 저는 서류전형에서 탈락이죠.
그래도 또 정신승리가 저의 심화전공인 관계로..
'나는 아라한의 길을 간다'고 셀프 세뇌를 걸면, 뭐 나름 괜찮은 것 같슴미다.
자연스럽게 제 장점으로 넘어가는 단어가 나왔네요. 아라한...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애착과 집착, 기대와 바람 같은 것들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놓아버리는 것은
쉬웠습니다.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화살은 의연하게 맞아주는 것도 잘하고
두 번째 화살로 나아가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잘하는 편이죠.
십여년 전쯤인가.. "아, 이제는 삶에서 어떤 일을 겪어도 감당할 수 있겠다(무너지지는 않겠다)"라는
내적 선언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어느덧 직장도 10년 넘게 다니고, 결혼해서 아이도 키우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이 선언이 유효합니다 ㅎㅎㅎ
이전 글에서 소개한 꿈의 메시지( "세상으로 나아가라. 흘러가라. 그곳이 어디든 간에")대로
세상에 부대끼면서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집-회사만 무한반복.. 만나서 노는 친구도 (거의)없고..별다른 취미도 없고...
수행자도 아니면서(수행을 안 하니깐.. ㅠ ㅠ)
재미나게 사는 사회인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중생입니다.
......이번글도 삼천포로 샛군요..
친근하네요.. 삼천포..
뭔 얘길 하고 있었더라..
아, 결론은 머냐면..
특정 조건으로 인해, 선정이나 보살의 자질 등에 접근하기에는 매우 열악하지만
또 다른 조건으로 인해, 이런 저런 다른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것은 거의 거져 먹었다는 거죠..
말은 거져먹었다고 하지만.. 매우 많은 시간과 정신의 투입이 있었슴미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즐거웠고, 아웃풋도 잘 나왔기에..
결국은 거져먹었다는 표현도 무리는 없겠슴미다..
위에서 죽 적었듯이..
저는 요리보나 조리보나 업력에 순응하는 사람으로서..
역류하는 듯 보이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고, 감탄이 나옵니다.
수행은 역류문이라는데.. 저도 조금씩이나마 역류문에 발을 담가서
한 번 사는 인생.. 좀 간지나는 후반부 스토리를 써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담배 끊는 것 부터 시작해 봐야겠어요.
글 다 적고 한대만 피고 집에 가겠습니다.
(회사에 잠깐 나왔어요 ㅎ)
신경쓰면 글 자체를 쓰기가 힘들어서..
말 그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산만하게 적었는데요..
어지러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첫댓글 드뎌 제대로 말문이 터졌구려..신내린 애동제자가 말문 터지 듯 말이오..
저런 말문 AI가 흉내나 낼 수 있을까 ㅜ
ㅜ .. 오늘 밤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싶습니다 ..황벽님 꿈에 꼭 나투셔서
마정수기 주시라꼬 ㅜ 저녁겸 한 잔 술이 더 땡긴다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