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연중 25주간)
제 이 권
시편 제51편
(지휘자를 따라 부르는 다윗의 노래, 다윗이 바쎄바와 정을 통한 다음 예언자 나단이 찾아왔을 때 지은 시)
1 하느님, 선한 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어지신 분이여, 내 죄를 없애주소서.
2 허물을 말끔히 씻어주시고 잘못을 깨끗이 없애주소서.
3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4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만 죄를 얻은 몸, 당신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한 이 몸, 벌을 내리신들 할 말이 있으리이까? 당신께서 내리신 선고 천번 만번 옳사옵니다.
5 이 몸은 죄 중에 태어났고, 모태에 있을 때부터 이미 죄인이었습니다.
6 그러나 당신은 마음속의 진실을 기뻐하시니 지혜의 심오함을 나에게 가르쳐주소서.
7 정화수를 나에게 뿌리소서, 이 몸이 깨끗해지리이다. 나를 씻어주소서, 눈보다 더 희게 되리이다.
8 기쁨과 즐거움의 소리를 들려주소서. 꺾여진 내 뼈들이 춤을 추리이다.
9 당신의 눈을 나의 죄에서 돌리시고 내 모든 허물을 없애주소서.
10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새로 지어주시고 꿋꿋한 뜻을 새로 세워주소서.
11 당신 앞에서 나를 쫓아내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뜻을 거두지 마소서.
12 그 구원의 기쁨을 나에게 도로 주시고 변치 않는 마음 내 안에 굳혀주소서.
13 죄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치리니 빗나갔던 자들이 당신께로 되돌아오리이다.
14 하느님, 내 구원의 하느님, 죽음의 형벌에서 이 몸을 건져주소서. 이 혀로 당신의 정의를 높이 찬양하리이다.
15 나의 주여, 내 입술을 열어주소서. 이 입으로 주를 찬양하리이다.
16 당신은 제물을 즐기지 아니하시며, 번제를 드려도 받지 아니하십니다.
17 하느님, 내 제물은 찢어진 마음뿐, 찢어지고 터진 마음을 당신께서 얕보지 아니하시니,
18 어지신 마음으로 시온을 돌보시어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쌓게 하소서.
19 그 때에는 번제와 제물을 올바른 제사로 기뻐 받으시리니, 송아지를 잡아 당신 제단에 바치리이다.
----------------------------
시편으로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큰 축복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시편 전체가 ‘사적이며 즉흥적인 기도’ 아니라 ‘정해진 기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편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무궁무진한 인간의 상황과 경험을 내 것으로 가져와 드린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시편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할 때, 체념할 때, 고난,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상황 한가운데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반대로 그 어떤 행복보다 기쁘고 만족스러운 상황과 감정으로도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시편 본문은 우리를 좀 더 진지하게 삶의 깊이를 경험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독창적이고 즉흥적인 기도가 갖는 매력보다 더 오랫동안 이어지고 불려지고 바쳐진 시편 말씀의 생명력이 훨씬 크다는 말입니다. (에리히 쨍어, “함께 담을 넘는 하나님” 참조)
오늘 우리가 묵상하며 기도할 본문 앞에는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
다윗이 충성스러운 부하 우리야의 아내 바쎄바를 범한 후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쓰다가 급기야 우리야를 전쟁에 내보내 죽게 합니다. 예언자 나단이 그 죄악을 고발합니다. (사무하 12, 13장 참조) 나단의 고발 후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하느님 앞에서 참회하며 드리는 회개 기도입니다. 심상치 않은 내용이지만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가장 대표적인 회개의 시이자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죄의 본질에 대해 깊이 묵상하도록 이끕니다. 선하신 하느님께 자신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자비를 구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씻어 주실 전제는 바로 ‘회개’입니다. 내 죄를 내가 알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3절) 자신이 죄인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에게 지은 죄보다 더 엄중한 죄가 바로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하느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했다는 말은(4절) 언제나 우리는 하느님 앞에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 생각과 말과 행동이 항상 하느님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칠 제물은 우리의 상하고 찢긴 마음, 유약하고 볼품없는 우리 심성임을 고백합니다. 완벽과 화려함의 허상을 벗고 이 모습 이 대로를 받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나의 아픔과 고통, 두려움과 고민을 안은 채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상하고 깨어진 마음으로 간절히 그리고 겸손히 하느님의 마음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부족한 사람임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간구하오니, 나의 허물을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성벽을 다시 쌓을 힘을 주시어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소서.
진실한 참회는 곧 성벽을 쌓는 영광의 근원입니다.
첫댓글 아멘. 보잘것없는 나를 내놓아 반석 위 튼실한 성벽을 짓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