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양의 시(제7)
클로델
당신께서는 저를 이기셨습니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분이여! 나의 원수여
당신은 내 손으로부터 하나하나 무기를 빼앗고 마셨습니다.
이제 나는 그 어떤 방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벗이여, 저는 당신 앞에 알몸으로 있습니다.
젊음의 욕망도 나쁜 꾀를 꾸미는 이성도
미혹받는 말과 같은 망상도 내게
충실치 않았고 확실이 않았다! 모든 것이 배반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비열한 마음도 구실은 되지 못했다.
도망은 헛일이었다. 가는 곳마다 법은 있었다.
마침내 굴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오 문이여.
나그네를 맞아 들어오게 해야 한다.
휘청거리는 마음이여, 기쁘게 주님을 맞이해야 한다.
네 속에 계시며 나보다 더욱더 나 자신인 그 어느 분을
하늘이여 천체여, 여기 있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죽은 자의 부름을 능가하여 나는 현존한다.
올바른 심판자여, 영원자여
거룩하신 하느님이시여, 전능하신 하느님이시여
나는 살아 있으면서 당신의 엄격한 손안에 있는 것입니다!
[작가소개]
클로델(Claudel) - 1868~1955년. 프랑스의 시인으로 20세기 전반
프랑스 문학에서 금자탑을 이루었다. 작품이 지닌 서정적 영감, 통
일성과 광대함, 예언적 어조 등은 작가의 신에 대한 전적인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그가 일찍이 썼던 정형률과 압운이 없는 장시들은
자신의 영감을 포괄하여 나타내는 데 아주 적합하고 강력하면서도
유연한 형태였다 ‘클로델적 시련’을 알려져 있는 이 시형식은 프랑스
시에 대한 그의 기여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 《도시》, 《정오의 극점》,
《5대 송가》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