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와 유효기간
최 병 창
말인즉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느냐 한다지만
살아보니 돈 나고
사람 났다는 게 맞는 말인 것도 같네
지금은 한바탕 돈의 인산인해네, 현금인가 싶더니 수표나 어음도 있고
증권인가 싶더니 파생상품도 돈이 된다나 뭐라나
거기다가 국채다 지방채다 무슨 무슨 시장 상품권이다 신용카드다
하면서 현금대신 쓸 수 있다는 대체화폐가 무궁무진하다니
도대체 통화가치는 어디로 가고 유통단계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소비자도 잘 모르는 화폐시장을 늙어 가는 머리로는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돈 나고 사람 났다는 말은 따져보지 않아도 말는 말
같기도 한데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세, 통화량이 즐비해도 그 모두는 불환 지폐일 뿐
목표보다는 목적에 우선함이 아니던가, 무주공산이 따로 없네
이웃집 할머니 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눈이 펑펑 쏟아져도 방바닥
밑에 깔아놓은 돈다발이나 냉장고 속에 숨겨둔 현금뭉치는 유효기간과
은행규정을 따지는 금융기관 보다도 훨씬 마음이 놓인다는데
파고 파고 파다 보면 끝으로는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린 끝에는 돈보다도
사람 나기 쉽지 않은 세상, 갑자기 옷을 홀딱 벗고 춤이라도 추어야겠네
욕망에
노예가 되지 말라는 건
아무래도 헛소리인 것 같네
돈 나고 사람 났다는 헛소리같이.
< 2017. 03. >
자목련 봉오리
크로커스 ( 2024.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