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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지난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찍은 모습 |
이런 가운데 2002년 5월 방북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면담을 가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비밀대화록’ 존재 여부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박 후보는 한국미래연합 대표 시절인 지난 2002년 5월 11~14일까지 3박 4일 동안 평양을 방북해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당초 박 후보는 베이징에서 1박을 한 후 ‘고려항공’으로 입북할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를 보내 전용기를 타고 입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 후보는 외국 귀빈들이 머무는 백화원초대소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방북 인사들이 대개 1박 2일 정도 머문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랄 수 있다. 평양 체류기간 동안 박 후보는 김정일 위원장과 속기사만 둔 상태에서 1시간동안 둘만의 비밀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예는 국가 차원의 공식 방북인사들조차도 갖기 어려운 만남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박 후보는 귀국 후 다음날(15일)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자신이 방북기간 동안에 겪은 일을 상세히 구술했고, 그 내용은 기사형태로 <연합뉴스>에 실렸다. 그 가운데 ‘단독면담’ 부분은 아래와 같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은 이날(5월 12일) 점심식사 뒤 전해 들었다. 가슴이 뛰긴 했어도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북측 안내원이 김 위원장이 저녁 7시에 숙소를 찾아온다면서 구체적인 면담 일정을 알려줬다. 단독 면담은 백화원초대소 내 별도 회의실에서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면담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이다.
면담 말미에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가면 특별한 스케줄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일부러 돌아갈 필요 없이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솔직히 김 위원장의 제의가 반가웠다. 김 위원장은 가식없이 솔직하게 얘기했고, 나도 솔직하게 얘기했다. 첫 만남이라고 하지만 (선친들간에) 과거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을 탁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비밀회동에서 두 사람은 “아버지(박정희, 김일성) 대에서 이룩하지 못한 7.4 공동성명의 열매를 맺자”고 한 대화 이외에도 김 위원장이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과 ‘김신조 등 청와대 습격기도사건’(소위 ‘1.21사태’) 등에 대해 박 후보에게 공식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당시 박 후보는 참여정부의 특사나 공식적인 방북인사 일행으로 간 것이 아니라 ‘유럽-코리아재단’의 이사 자격으로 방북했음에도 몇 거지 ‘합의’를 하고 돌아왔다. ‘방북기’ 가운데 해당 부분을 소개하면,
“나는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 설치와 6.25 전쟁 당시 행방불명된 국군의 생사 확인,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 북한 축구국가대표단 초청 등을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전부 흔쾌히 수용했다. 김 위원장은 `면회소 설치 장소는 금강산 관광길의 적당한 곳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사실은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김 위원장과 면담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고 사전 준비도 했다. 막상 김 위원장과 면담이 성사되니 할말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귀국 후 박 후보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을 계기로 그를 평가하면서 “우리(남한)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거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등의 호평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에서 비판이 제기됐는데 조갑제 씨는 “김정일을 만나고 온 뒤로는 그(박 후보)로부터 북한정권의 만행에 대한 본질적 비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박 후보를 비판했다. (<조갑제닷컴>, 2009. 7. 19)
▲ 방북 이틀째 박근혜 후보가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면담을 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
방북 이틀째인 5월 12일 오후 7시부터 박근혜-김정일 두 사람은 평양 백화원초대소 내 별도 회의실에서 한 시간 동안 ‘단독면담’을 가졌다. (단독면담 뒤 김 위원장과 김용순 비서, 장성택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 등과 우리 일행이 함께 2시간 정도 만찬을 했다.) ‘방북기’에 따르면, 단독면담 뒤 결과 발표 형식을 놓고 박 후보가 “어떻게 정리해서 알리면 좋겠느냐” 물었더니 김 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알아서 하시라”며 박 후보에게 일임했다.
귀국 후 박 후보는 김 위원장과의 단독면담과 관련해 특별히 문서로 언론에 발표한 바는 없다. 박 후보는 “(단독)면담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그대로이다.”고 ‘방북기’에 썼을 뿐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합의’한 내용 등은 대화과정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또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 외에 다른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합의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그 내용은 오직 북측과 박 후보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한편, 박 후보는 2004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신분으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연락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과 ‘독자적인 핫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었다. 대북업무 담당자가 아닌 자가 개인적으로 북한, 그것도 북의 최고 권력자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야권의 인사가 이같은 발언을 했다면 아마 적잖은 문제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박 후보가 이런 일로 수사를 받았다는 기록은 알려진 바는 없다.
박 후보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월남전 참전 48주년 국가안보결의대회에 참석했다가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무력화를 약속한 녹취록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고서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관계된 사람들 아니겠느냐”며 “여기에 관련이 된 사람들이 관련된 사항에 대해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은근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겨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상회담 관련 문건을 작성했던 배기찬 전 청와대 안보실 동북아비서관이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문헌 의원이 비밀단독회담이 있었던 것처럼 단독회담 자료라고 제시한 문건이 제가 만든 문건”이라며 “정 의원이 그러면서 단독정상회담이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했던 것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제가 만든 합의문 해설자료로, 여러분도 인터넷을 검색하시면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다. 당장 여러분께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해설자료라고 치면 바로 뜬다”고 밝혔다. 단독회담의 비밀대화록은 없다는 얘기다.
불똥은 결국 문재인 후보한테까지 튀었고, 결국 그도 나서게 됐다. 문 후보는 이날 평택 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밀대화록 존재가)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대신 제가 사과드리겠다”며 “제가 책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면 정 의원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우상호 문재인캠프 공보단장도 “문재인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겠다고까지 발언했다. 박근혜 후보도 나서야 한다”며 박 후보를 배후로 지목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박 후보 역시 2002년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의 단독면담 과정과 ‘비밀대화록’ 존재 여부, 그리고 미처 공개하지 않은 면담내용이 있다면 이제라도 그 전모를 밝혀야 할 것이다.
특정 후보 위해 MBC 민영화한다는 황당한 발상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경영진이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를 전제한 것으로, 야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대선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양측이 지난 8일 만난 자리에서 MBC는 “내년 상반기 MBC를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 30%를 파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이사장은 보유 중인 부산일보 지분 100%를 부산·경남 기업인들에게 매각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BR><BR>이 같은 보도를 접하며 우리는 우선 그 발상의 황당함에 아연할 뿐이다. 도무지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공공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 지분을 놓고 마치 제 것인 양 감놔라 배놔라 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정수장학회가 부산 기업인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강압적으로 빼앗은 것임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2월 법원이 강제헌납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적도 있다. 그 점에서 정수장학회의 보유자산은 장물이나 다름없다. 이를 매각한다는 것은 장물을 처분하겠다는 발상이다. 부산일보의 경우는 법원이 김지태씨 유족들의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로, 함부로 매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다음은 공영방송을 누구 맘대로 민영화하겠다는 것인가의 문제다. MBC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공영방송으로 자리잡게 됐는가.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에 힘입어 국민적 토의와 합의를 거쳐 제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탄생한 것이 공영방송 MBC다. MBC 노조가 올해 무려 170일 동안 기록적 파업을 벌인 본질적 이유도 방송의 공영성 수호였다. 방송 장악을 노리는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김재철 MBC 사장 아래서 극도로 위축돼 가는 공정보도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 정권이 그동안 공영성 탈색을 노려 끝없이 MBC 민영화를 획책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드러난 매각 논의는 김 사장이 밀실에서 집요하게 MBC 민영화를 추진해 왔음을 보여준다. <BR><BR>개탄스럽게도 이번 논란에서 다시 거명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다. 최 이사장은 MBC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해 부산·경남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이것은 대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이 지역에서 박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활동을 하겠다는 말도 된다. 설혹 백번 양보해 공영방송 민영화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이것만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김재철과 최필립 두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방송의 공영성을 내준다는 말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론화 과정은 일체 생략된 이런 황당한 계획이 현 정권과의 교감 아래 진행된 것인지, 또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후보에 대한 일방적 선물로 나온 구상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이 도리어 박 후보에게는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 사람은 황당한 시도를 거둬야 한다.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