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지미(臨江之麋)
임강의 고라니(사슴)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처지를 재난에 대처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臨 : 임할 임(臣/11)
江 : 강 강(氵/3)
之 : 갈 지(丿/3)
麋 : 고라니 미(鹿/6)
출전 :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
이 성어는 당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의 세 가지 경계할 일(三戒)이라는 글 가운데 하나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序]
나는 항상 저 세속 사람들이 자기의 본색을 헤아릴 줄 모르고 외부의 사물을 빙자하여 함부로 재주 부리는 것을 미워하였는데,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의 세력에 의지하여 자신과 다른 부류를 벗으로 삼고, 어떤 경우는 하찮은 재주를 부려 강자를 격노하게 만드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기회를 틈타 제멋대로 횡포를 부린다. 그러나 결국에는 모두 큰 화(禍)를 당한다.
吾恒惡世之人, 不知推己之本, 而乘物以逞, 或依勢以干非其類, 出技以怒強, 竊時以肆暴. 然卒迨於禍.
어떤 사람이 고라니와 나귀, 쥐 등 세 가지 동물에 관한 故事를 이야기 하였는데, 그 일이 앞의 몇 가지 경우와 비슷했으므로 이 삼계(三戒)를 쓴 것이다.
有客談麋驢鼠三物, 似其非, 作三戒.
중국의 대표적인 큰 강으로 북쪽에 황하(黃河)가 있고 남쪽에는 장강(長江)이 있다. 이 장강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주로 양자강(揚子江)이라고 부른다.
이 양자강 하류의 서쪽 지방이 강서성(江西省)이다. 이 강서성에 임강(臨江)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동물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가서 어린 고라니 한 마리를 생포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주인이 고라니를 들고 오는 것을 보고는, 좋은 먹이가 왔다고 침을 흘리고 꼬리를 세우고서 달려들었다.
주인은 화를 내면서 개들을 꾸짖어 제지(制止)시켰다. 개들 먹이로 주려고 잡아온 것이 아니고 고라니를 애완동물처럼 키우려고 잡아왔던 것이다. 주인이 두려워서 개들은 식욕(食慾)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고라니를 귀여워 하는 주인은 날마다 고라니를 안고 개 있는 데로 가서 개들에게 고라니를 보여 주면서 개들에게 해치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고라니가 조금 더 크자 개들과 어울려 장난을 치면서 지내도록 훈련시켰다. 개들은 주인의 뜻에 따라 고라니와 어울려 재미있게 놀아주었고, 고라니도 자기가 고라니인 줄 전혀 모르고 개들과 어울려 잘 지냈다.
고라니는 개들을 자기의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서로 부딪치고 비비고 뒹굴고 지내다 보니 날이 갈수록 친해져 갔다. 그러나 개들은 주인이 두려워서 주인의 눈치를 보느라 고라니와 가깝게 어울려주는 것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고라니를 잡아먹고 싶은 생각이 굴둑 같았다.
어느 날 그 고라니가 그 집 대문 밖으로 놀러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길에는 마을의 개들이 아주 많이 다니고 있었다. 고라니는 자기의 절친한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하여 곧장 달려가 개들과 어울리려고 했다.
다른 고라들은 개만 보았다 하면 천 리 만 리 달아나는데, 이 고라니는 제 발로 다가오니, 개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개들은 먹이가 제 발로 다가오니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멍청한 고라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고라니가 자기들에게 다가오자마자, 여러 마리 개들이 단숨에 달려들어 고라니의 목을 물어뜯어 죽여 그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길 위에는 고라니 뼈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고라니는 물려 죽으면서도, 자기 친구인 개들이 왜 갑자기 자기를 물어뜯는지 그 이유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麋至死終不悟).
(臨江之麋)
臨江之人, 畋得麋麑, 畜之。入門, 群犬垂涎, 揚尾皆來。其人怒, 怛之。自是日抱就犬, 習示之, 使勿動, 稍使麋與之戲。積久, 犬皆如人意。麋麑稍大, 忘己之麋也, 以為犬良我友, 抵觸偃仆, 益狎。犬畏主人,與之俯仰甚善,然時啖其舌。三年,麋出門外,見外犬在道甚眾, 走欲與為戲。外犬見而喜且怒, 共殺食之, 狼籍道上。麋至死終不悟。(全唐文/卷0585三戒)
온실(溫室)에서 자라던 식물은 노지(露地)에 나오면 금방 얼어 죽는다. 과보호를 받고 자라난 사람은, 세상의 물정(物情)을 모르고 자기 본위로 생각하여 행동하다가 잘 적응(適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만 통용(通用)되던 방식이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바로 보고 올바른 대처 방식을 기르는 것이, 앞으로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적응하는 데 필수요건인 것이다.
▶️ 臨(임할 림/임)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临(림)의 본자(本字), 临(림)은 통자(通字), 临(림)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신하 신(臣; 보다, 눈, 신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品(품, 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品(품, 림)은 자잘한 물건, 또 그것을 구별하는 일을, 臥(와)는 사람이 위에서 내려다 보는 일의 뜻을 나타낸다. 臨(림)은 파수보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臨자는 '임하다'나 '대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臨자는 臣(신하 신)자와 品(물건 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금문에 나온 臨자를 보면 허리를 굽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과 세 개의 술잔이 그려져 있었다. 왜 바닥에 술잔이 놓여있는지 또 이것을 왜 내려다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臨자에 '임하다'나 '공격하다'는 뜻이 있는 것을 보면 전쟁에 임하기 전에 병사들에게 나누어주던 술잔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술을 마시게 했던 행위는 근대까지도 있었던 일이다. 그러니 臨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로 볼 때는 이러한 추측도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臨(림)은 ①임(臨)하다(어떤 사태나 일에 직면하다) ②내려다 보다 ③다스리다, 통치하다 ④대하다, 뵙다 ⑤비추다, 비추어 밝히다 ⑥본떠 그리다 ⑦접근하다 ⑧지키다 ⑨치다, 공격하다 ⑩곡(哭)하다 ⑪장차(將次) ⑫임시(臨時) ⑬병거(兵車: 전쟁할 때에 쓰는 수레) ⑭군의 편제(編制) 단위 ⑮괘(卦)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본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어떤 일에 당하여 정한 때를 임시(臨時), 병을 치료하거나 병의 예방 등을 연구하기 위해 실제로 환자를 접하는 것을 임상(臨床), 어떤 시기가 가까이 닥쳐 옴을 임박(臨迫),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려 할 때를 임종(臨終), 어떤 때에 임함을 임기(臨機), 바다에 가까이 있음을 임해(臨海), 현장에 가서 검사함을 임검(臨檢), 임금이 그곳에 거동함을 임행(臨幸),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군림(君臨), 남이 자기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일을 높여 이르는 말을 왕림(枉臨), 남이 찾아옴의 높임말을 내림(來臨), 신이 하늘에서 속세로 내려옴을 강림(降臨), 다시 옴을 재림(再臨), 임금이 몸소 죽은 신하를 조문함을 곡림(哭臨), 높은 곳에 오름을 등림(登臨), 지나는 길에 들름을 역림(歷臨), 갑자기 생긴 일을 우선 임시로 둘러맞춰서 처리함을 일컫는 말을 임시변통(臨時變通), 환자에게 실제로 약을 먹이거나 시술하거나 함으로써 그 효과를 알아보는 실험을 일컫는 말을 임상실험(臨床實驗),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정해 일을 쉽고 편리하게 치를 수 있는 수단을 일컫는 말을 임시방편(臨時方便),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을 임갈굴정(臨渴掘井), 난리가 난 뒤에 무기를 만든다는 말을 임난주병(臨難鑄兵), 진을 치면서 장수를 바꾼다는 말을 임진역장(臨陣易將), 깊은 곳에 임하듯 하며 얇은 데를 밟듯이 세심히 주의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임심이박(臨深履薄) 등에 쓰인다.
▶️ 江(강 강)은 ❶형성문자로 冮(강)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工(공, 강; 크다)으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江자는 '강'이나 '양쯔강'을 뜻하는 글자로, 水(물 수)자와 工(장인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땅을 단단하게 다지던 도구인 '달구'를 그린 것이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범람하는 강을 다스리기 위해 둑을 쌓는 치수(治水) 사업을 했었다. 그러니 江자에 쓰인 工자는 흙을 높이 쌓아 물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江자는 본래 양쯔강으로도 불리는 중국의 장강(長江)을 지칭하던 글자였다. 예를 들면 중국 상서(尙書)에서는 민산도강(岷山導江)이라 하여 민산(岷山)에서부터 양쯔강(江)까지 물길을 잘 다스렸던 우 임금의 업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江자는 '양쯔강'을 이르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江자는 큰 하류를 통칭하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江(강)은 ①강, 큰 내 ②양자강(揚子江) ③나라의 이름 ④별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물 수(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산 악(岳)이다. 용례로는 강과 산을 강산(江山), 강의 남쪽을 강남(江南), 강의 북쪽을 강북(江北),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강풍(江風), 강물이 흐르는 가에 닿는 땅을 강변(江邊), 강물의 흐름을 강류(江流), 강에서 나는 모래를 강사(江沙), 강 기슭을 강안(江岸), 물 줄기가 길고 큰 강을 장강(長江), 강물에 던짐을 투강(投江),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음을 격강(隔江), 강물을 건넘을 도강(渡江), 가까운 곳에 있는 강을 근강(近江), 큰 물이 넘치는 것을 막거나 물을 저장하려고 돌이나 흙 따위로 막아 쌓은 언덕을 방강(防江), 맑게 흐르는 강을 청강(淸江), 세상을 피하여 자연을 벗삼아 한가로이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강호지인(江湖之人), 자연을 벗삼아 누리는 즐거움을 이르는 말을 강호지락(江湖之樂),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사는 사람을이르는 말을 강호산인(江湖散人), 학문이 두각을 나타낸 후 퇴보하는 것을 뜻하는 말을 강랑재진(江郞才盡), 강이나 호수 위에 안개처럼 보얗게 이는 잔물결 또는 산수의 좋은 경치를 일컫는 말을 강호연파(江湖煙波), 강산은 늙지 않고 영구 불변이라는 뜻으로 불로장생을 비는 말을 강산불로(江山不老), 강과 산 그리고 바람과 달이라는 뜻으로 자연의 경치를 일컫는 말을 강산풍월(江山風月), 강산의 도움이란 뜻으로 산수의 풍경이 사람의 시정을 도와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함을 이르는 말을 강산지조(江山之助), 조선시대에 속세를 떠나 자연을 벗하여 지내면서 일어난 시가 생활의 경향을 일컫는 말을 강호가도(江湖歌道)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麋(큰 사슴 미)는 형성문자로 麊(미)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슴 록(鹿; 사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米(미)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麋(미)는 ①큰 사슴 ②눈썹(=眉) ③물가(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湄) ④궁궁이(芎藭이: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蘼) ⑤죽, 미음(米飮: 푹 끓여 체에 걸러 낸 걸쭉한 음식)(=糜) ⑥부서지다 ⑦짓무르다(채소나 과일 따위가 너무 썩거나 무르거나 하여 푹 물크러지다) ⑧늙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라니의 뼈를 미골(麋骨), 고라니와 사슴 또는 촌스러운 행동의 비유를 미록(麋鹿), 임강의 고라니라는 뜻으로 자신의 처지를 재난에 대처하여야 한다는 말을 임강지미(臨江之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