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가 또 중징계를 받았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사태를 다뤘다가 중징계를 받은데 이어 두 번째다. 방통심의소위원회(위원장 권혁부/새누리당 추천)는 JTBC의 ‘뉴스큐브6’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 2항 ‘공정성’, 제11조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제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유우성 출연’ JTBC에게 또 다시 중징계
지난 2월 18일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유씨와 변호인을 출연시켜 인터뷰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당 추천 소위 위원들은 유씨와 변호인이 JTBC에 출연한 것은 ‘범죄 혐의자에게 자기 주장을 할 기회를 준 규정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3일 방통심의소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야당 추천 위원들과 JTBC 측은 ‘뉴스큐브6’가 유씨와 변호인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했으며, 검찰과 국정원의 입장 또한 방송 전후로 충분한 보도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징계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정말 중징계를 받을 만큼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 유씨와 변호인이 출연했던 부분을 주의 깊게 재시청해 보았다. 진행자인 박성태 앵커가 유씨와 변호인에게 질문을 하고 출연자 두 사람이 답변을 하는 식이었다.
<중징계 받은 박성태-이지은 앵커의 '뉴스큐브6'>
진행자가 던진 질문은 ▲왜 북한에 들어 갔나 ▲국정원이 간첩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있나 ▲화교신분인데 어떻게 탈북자가 됐나 ▲국정원과 검찰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나 ▲증거가 조작된 게 확실한가 ▲국가보안법 혐의가 있는데 어떻게 서울시 공무원이 됐나 등이었다.
다시 들어봐도 공정성 문제 없는데
질문이 유씨 입장에 치우쳤다고 보기 어렵다. 진행자는 시청자들이 사건의 핵심과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씨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도 여과없이 질문을 던졌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그런대로 잘 견지된 인터뷰였다. 친정권적이지 않으면 불공정 보도란 말인가?
정치적 심의였다. 이번 방통심의소위 전체회의를 상세하게 보도한 ‘미디어오늘’의 관련 기사를 종합해 보면 여당 추천의원들과 야당 추천의원들이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게 확인된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간첩조작 사건으로 보지 않는다. 간첩혐의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방통심의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박만 위원은 ‘뉴스큐브6’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논란”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거조작이 아니라 간첩조작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사건을 악의적으로 확대하고 무죄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라며 심각한 공정성 위반이라고 강변했다.
<간첩조작 사건 관련 유씨와 변호인 인터뷰/2014.2.18>
정치적 심의, 여당위원 ‘단순 서류조작’ VS 야당위원 ‘간첩조작’
그는 또 ‘뉴스큐브6’가 유씨 출연 이후 검찰 측을 인터뷰한 것은 “공정성 위반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해 추후에 검찰 측을 인터뷰 한 것”이라고 JTBC를 몰아세웠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명백한 간첩조작 사건으로 본다. 국정원이 유씨를 간첩으로 기소하기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간첩조작’사건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경신 위원(야당 추천)은 “공권력이 죄 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려는데 언론이 어떻게 이를 무시할 수 있겠나”며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책무에 대해 매우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김택곤 위원(야당 추천)은 “증거들이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는 국가적·국민적 관심사”이고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을 다루는 것은 언론의 사명”이라며 여당 위원들의 처사를 비판했다.
방통심의위가 또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친정권 성향의 방송이 공정성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이후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또 전후에 어떤 식의 보도를 했는지까지 살피며 빠져나갈 길을 열어주거나 징계 수위를 크게 낮춰온 것에 비하면 JTBC에 대한 조치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외국 정부문서 날조, 법무부장관은 “불미스러운 일”
간첩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보니 국가정보기관이 증거를 날조한 것 아니겠나. 국정원과 검찰 입장을 십분 헤아려 아무리 너그럽게 봐 주려해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간첩일 것 같다는 심증만으로 어떻게든 간첩으로 엮기위해 벌인 위험한 불장난’이라는 정도에서 그친다.
방통심의위까지 나서 ‘간첩조작’이 아니라 서류 몇장 위조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우기는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이 사건의 최고지휘자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발언에서 그 일단이 읽힌다.
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답변자로 나선 황 장관은 간첩조작 사건을 질타하는 야당 의원에게 “사건의 본질은 북한을 드나들며 간첩행위를 했다는 것”이라며 “수사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점이 있었던 것은 유감이지만 사건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간첩조작 사건이 아니”라며 “간첩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성’, 사전에 없는 의미로 재해석하는 정권
황당한 주장이다. ‘본질’이 없기 때문에 ‘본질’을 만들어내려고 증거를 날조했다는 사실이 대명천지에 다 드러났는데도 주무장관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저런 얘기가 나오다니 놀랍다.
국가정보기관이 증거를 날조하고 검찰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결정적 증거라며 재판부에 제출했다. 민주헌정질서를 짓밟은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런데도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점”일 뿐이라고 우긴다. 치부와 오물이 다 밖으로 드러났는데도 장관이 나서 두둔하기 바쁘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항에는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규정을 TV채널 거반을 장악하고 있는 지상파와 종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방통심의위가 일년 내내 매일 밤 철야근무해도 모자랄 것이다.
박 정권 들어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없는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공정성’이라고 쓰고 ‘친정권’이라고 읽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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