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효자리의 박 효자 전설’(《고양군지》, 1987)과 조선
영조 때 살았던 실제 인물 박태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성중이 1778년에 쓴 박태성의 묘비명에 따르면,
박태성은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조금도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18살 때 ‘아버지의 얼굴을 몰라 슬프다’면서 시묘를 시작했는데,
나무 숟가락과 대나무 젓가락으로 나물밥을 먹고 지내면서도
긴 시묘로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켜 드리려 애썼
습니다. 시묘를 마친 뒤에는 어머니가 속상해하지 않도록 슬픈 내색
을 보이지 않으면서, 어머니를 돌아가실 때까지 정성껏 모셨다고 합니다.
노년에는 아버지 무덤가에 초막을 짓고 살았는데, 그때부터 그 근방에는 맹수들이 나타나질 않아 사람들이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
고 살게 되었다 하지요. 또 박태성이 무덤 앞에 엎드려 울 때마다 신기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늘 같은 나무 가지에 앉아 함께 울었
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설 속의 호랑이 이야기나 묘비명에 쓰인 맹수와 새 이야기들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지극한 정성은 하늘을 울리고 뭇짐승의 마음까지도 움직인다’고 믿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나온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겁니다.
작품 소개
이런 호랑이 한번 만나 볼까요?
눈빛이 숯불 같은 호랑이, 수염이 대바늘 같은 호랑이, 황톳물 빛 몸뚱이에 검은 줄무늬가 산맥처럼 꿈틀대는 조선 호랑이.
풍채가 태산 같은 호랑이, 움직임이 강물 같은 호랑이, 그러나 나서야 할 땐 바람처럼 나타나는 날랜 호랑이.
산 위에 산처럼 점잖게 앉아, 누가 숲을 해치고 어느 놈이 물을 더럽히는지, 누가 누구를 속이고 괴롭히는지
속속들이 지켜보는 호랑이, 그러다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르면 벽력처럼 온 산을 뒤흔드는 산군 호랑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는 호랑이,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는 호랑이,
그 사람을 오래도록 지켜 주다가 그가 세상을 뜨자 밤새도록 무덤가에서 통곡하는 호랑이,
결국은 저승까지 그를 따라가 지켜 준 심지 굳은 호랑이.
이런 호랑이 한번 만나 볼까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른이 되자 얼굴도 아득한 아버지의 삼년시묘에 나선, 어떻게든 도리를 지키며 살려고 한 사람.
그 도리 끝까지 지키겠노라, 멀고 험한 산길을 날마다 넘나들던, 미련토록 정성이 지극한 사람.
정성으로 뭇짐승의 마음을 움직이고 산군 호랑이의 가슴까지 울려, 평생지기 저승친구로 삼은 대단한 사람.
★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호랑이와 효자>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convertIframeTag.nhn?vid=A72AF64BFBDE1E54EA29264FEEF201E046B6&outKey=V1210522891832a4f8723b915120ecaa4c9cf1ede632d7bdfc006b915120ecaa4c9cf&width=720&height=438
정성과 도리, 굳은 심지가 간절한 시절에,
그 호랑이와 그 사람이 인연 맺은 이야기 ‘북한산 호랑이와 효자 박태성 전설’이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전통사회에서 으레 '충'과 함께 한 낱말을 이루어 수직적 도덕윤리를 대표하던 ‘효’ 관념은, 이제 수평적 사랑과 배려로
다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든 ‘사랑’이든 그 바탕은 정성스런 마음이며 사람이 영원히 지켜야 할 도리입니다.
지금은 갈수록 물욕이 득세하는 세상입니다. 부와 성공과 효율만이 최고인 듯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정성과 도리가 더욱 간절한 이 시절, 박태성의 지극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래서 굳은 심지가 더욱 간절한 이 시절, 북한산 호랑이의 우직한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 봅니다.
지극한 사람과 심지 굳은 짐승이 서로 통한 이야기를
반세기를 그림으로 살아온 백성민 화백이 그려 냈습니다.
춤추듯 말 달리듯 하는 노화백의 힘찬 붓질이, 태산 같고 강물 같고 바람 같은 조선 호랑이를
코앞에서 만난 듯 생생히 살려 놓았습니다. 정성 지극한 사내를 끝까지 지켜 주고 끝내 따라간 굳은 심지를,
느껴질 듯 간절하게 그려 놓았습니다. 노화백의 그림을 보고 한눈에 반한 글쓴이가,
호방한 붓질을 방해하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여백을 채우며 산군과 사내의 이야기를 나직나직 들려줍니다.
이야기를 다 읽고 책장을 덮었다면, 이제 북한산 자락 효자동 어름 전설의 현장을 나들이 삼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첫댓글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맹수라기보다 삶의 회로애락을 함께 하는 이웃과 같은 존재죠. 때론 어리석게, 때론 우직하게, 때론 효성스럽게.. 그런 호랑이가 사라진 것은 문명의 발달로 기인한 것도 있지만, 일제 강점기 때 토호대 부대가 씨를 말렸다는 사실.. 저희 카페로 옮겨갑니다. 여백에 어울리는 그림이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