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오히려 집값 하락 신호와 폭락하는데 규제 왜 안풀어주나요.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2022. 12. 13.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규제지역을 전국에 5곳만 빼고 모두 해제한 가운데 규제지역으로 남겨진 경기 광명·과천 지역의 집값도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다.
12월 12일 뉴시스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광명의 지난 10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23% 변동률을 보였다. 이는 경기 전체(-1.59%)와 전국(-1.20%) 변동률보다 더 큰 하락폭이었다.
경기 과천 역시 전월보다 -1.29% 떨어지면서 올해 1월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과천 지역 아파트 값은 기준점인 지난해 6월 당시보다도 더 낮아졌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먼저 서울 주변지역을 풀고나서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고, 단계적으로 푸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후 연내 추가해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푼지 얼마나 됐다고 또 (푸냐)"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것을 푼다고 해서 갑자기 가격흐름이 바뀌거나 거래가 살아난다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정부 발표 이후 규제지역으로 남겨진 서울과 경기 4곳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쪽은 "규제완화가 오히려 집값 하락의 신호"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편, 한 쪽에서는 "우리도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왜 풀어주지 않느냐"며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이들을 제외한 전국의 규제가 해제된 이후 약 한 달간 해당 지역에서는 수억원씩 떨어진 아파트 실거래가가 속출했다. 경기 과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59㎡는 이번 달 3일 9억8000만원(8층)에 거래되면서 10억원 아래로 집값이 떨어졌다. 지난해 6월 기록한 14억7000만원(14층)에 비하면 5억9000만원이나 하락한 값이다.
과천 부림동 대장주 아파트 중 한 곳인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지난달 16일 14억5000만원(9층)에 거래돼 최고가 21억5000만원(21층)보다 7억원이나 하락했다.
또 경기 광명 철산동 '철산래미안자이'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중순 7억8000만원(2층)에 실거래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 최고가 13억5000만원(15층)까지 기록했던 곳이었다.
특히 이 단지는 인근 신규단지 전용 59㎡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져 인근지역 예비 청약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달 분양하는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896만원으로 전용 59㎡는 7억원 중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한 예비 청약자는 "같은 가격이면 전용 59㎡보다는 국민평형(84㎡)이 더 낫지 않겠냐"며 "집값이 이렇게 떨어지면 청약의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에도 이처럼 하락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주정심이 3번이나 열린다는 것은 정말 파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서울과 극인접지역을 제외한 경기도·인천·세종 등이 모두 해제됐지만, 이것 만으로 지역부동산 거래의 활성화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규제지역 완화 및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서울·수도권이 사실상 조정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 가장 크다"며 "추후 서울·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고 해도, 금리인상·하락론 등 여전히 다른 저해요소들은 그대로다. 조금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