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가족
수업중유경이가말했다.“ 인동초달인물이종기에좋대요.”
“인적 뜸한 산골에 / 별자리처럼 아빠 손 꼭 붙잡고 사는 유경이 / 벌써 몇 년째 / 몸져누워 계시는 아빠를 위해서 / 지난 주말도 인동초 따러 / 산에 올랐다는 유경이 얘기에 / 친구들이 귀를 쫑긋 세운다 / 약초 박사 유경이에게 / 인동초를 배우는 시간은 /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착한 학생이 된다”- <인동초를 배우는 시간>
지난해 상옥분교에서 만난 유경이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유경이 가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경이 어머니를 잊을 수 없다. 2학년 예경이와 3학년 준경이, 6학년 유경이, 중학생 현경이까지 사 남매를 구김살 없이 바르게 키워 낸 것도 대단하지만, 병원에서도 손 놓은 남편을 산골로 데려와 사시사철 약초와 산나물로 극진히 돌보시는 모습에서 자못 경건함까지 느꼈다.
언젠가 유경이 어머니와 상담하던 중이었다. “많이 힘드시죠, 어머니?” “아니요. 오히려 감사하지요. 저는 남편을 하느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예경이, 준경이, 유경이, 현경이도 모두 제가 모시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데 힘들 이유가 있나요? 오히려 감사해야지요.”그러고는 환하게 웃으셨다. 그처럼 따스하고 충만한 웃음을 본 적이 없었다. 상담이 끝나고 빈 교실에 있는데 마음이 자꾸만 욱신거렸다. 그날 나는 유경이 어머니에게 큰 가르침을 얻었다.
유경이가 써 오는 일기는 그야말로 하느님 가족의 동화다. <인동초를 배우는시간> 도 그렇게 얻었다. 다슬기를 주우면서도, 오디를 따면서도 모든 이야기는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과 엄마를 위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상옥분교를 떠날 즈음, 유경이 집에 들렀다. 글쓰기 지도를 잘해 주어 감사하다는 뜻으로 초대받은 것이다. 어머니 마음이 느껴지는 고봉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오는데, 유경이 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오셨다(유경이 말로는 흔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유경이 아버지는 내 손을 꼭 붙잡더니 고맙다고 하셨다. 예경이, 준경이, 유경이, 현경이가 빙 둘러섰고, 어머니도 계셨다. 그때 비로소 알았다. 별자리처럼 손 꼭 붙잡고 사는 이들이 하느님 가족이라는 것을.
김현욱 님|포항죽장초등학교 교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