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399) - 북한산(1), 만주족도리풀 외
1. 북한산 일출봉을 오르면서 뒤돌아 바라본 용암봉, 만경대, 인수봉
三峰千尺屹 천 길 세 봉우리 우뚝 솟았고
白雲其上加 그 위에 흰 구름 얹혔구나
陟彼崔嵔處 높고 가파른 저곳을 오르면
可以望天涯 하늘 끝까지 바라볼 수 있으리
――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 외, 『삼각산기행시축(三角山紀行詩軸)』에서
주) 위 시는 추사와 함께 북한산을 간 이도(以道)의 시다. 이도는 어떤 이의 자(字)인듯한데 미상이다.
▶ 산행일시 : 2023년 4월 25일(수), 오전에는 흐림, 오후에 갬
▶ 산행코스 : 효자2동 버스정류장, 밤골,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760m봉, 백운대, 백운대 암문, 용암문, 일출봉,
시단봉(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중흥사, 태고사, 노적사, 중성문, 선봉사, 보리사,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12.5km
▶ 산행시간 : 8시간 35분
▶ 구간별 시간
07 : 05 - 효지2동 버스정류장, 산행시작
07 : 15 - 국사당, 밤골탐방지원센터
07 : 50 - Y자 갈림길, 백운대 2.7km
08 : 35 - ┫자 숨은벽능선 갈림길
09 : 04 - 안부
09 : 12 -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760m봉
09 : 50 - 백운대, 휴식( ~ 10 : 00)
10 : 47 - 용암문, 일출봉
11 : 17 - 시단봉(동장대)
11 : 38 - 대동문
12 : 00 - 보국문
13 : 04 - 중흥사
13 : 16 - 태고사
13 : 31 - 산영루
13 : 44 - 노적사
13 : 56 - 중성문
14 : 07 - 선봉사
14 : 23 - 보리사
15 : 30 -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15 : 40 - 북한산성 입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2. 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C.Morren & Decne.)
국사당 앞 울타리에 피었다.
오늘 산행은 산을 보러 간다기보다는 풀꽃을 보러간다. 이른 아침 구파발역에 내려 인도에 올라서니 사람들이 우산
을 쓰고 다닌다. 부슬비가 내린다. 일기예보에는 흐리다 갤 거라고 했지 비 온다고까지는 하지 않았다. 기분이 착잡
하다. 구파발역 근처 편의점에 들러 여러 먹을거리를 사서 버스를 탄다. 아내에게 평일에도 산에 간다고 도시락을
싸라고 하기에는 미안해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밤골 들머리는 ‘효자2동’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야 한다. 안내방송과 스크린 안내자막에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없어 방심하다가는 지나치기 쉽다. 50m쯤 가면 오른쪽으로 국사당 가는 ┣자 갈림길이 나오
고 얼마 안 가서 밤골탐방지원센터다. 국사당 앞 울타리에 큰꽃으아리가 피었을까 궁금했는데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다. 오늘은 풀꽃을 보는 산행목적에 맞게 가야 하므로 사기막능선 길로 가지 않고, 곧장 골짜기로만 간다.
비는 멎었지만 우중충한 날씨다. 풀숲은 젖었다. 이따금 안개비가 내린다. 바람까지 불어댄다. 찬바람이다. 그럼에
도 애기나리가 반긴다. 애기나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사진 찍기가 무척 힘들다. 오늘만큼은 시간이 온전히
내 편이라 엎드린 채로 바람이 지나가기 끈질기게 기다린다.
계곡은 말랐다. 아마 복류하리라. 밤골탐방지원센터에서 계곡을 0.8km 가면 밤골 유일한 폭포인 2단 폭포가 나온
다. 물줄기가 가늘다. 암벽을 적실뿐이다. 계곡을 가운데 둔 Y자 갈림길이다. 양쪽 다 백운대 2,7km다. 오른쪽으로
간다. 오늘 처음 가는 길이다. 잘난 길이다. 지배(地背)를 철(徹)하도록 사면을 살핀다.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이 물기 머금고도 환하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각시붓꽃을 ‘희귀 및 멸종식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시붓꽃의 속명이고 서양 이름인 아이리스는 ‘무지개’란 뜻인데, 이 꽃말도 비 온 뒤에 보는 무지개처럼 ‘기쁜
소식’이다. 여신 주노의 예의 바른 시녀 아이리스가 주피터가 집요하게 사랑을 요구하자 자신의 주인을 배반할 수
없어 무지개로 변하여 주노에 대한 신의를 지켰다는 전설이 있다. 그 때문인지 붓꽃은 촉촉한 봄비가 내린 후 혹은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싱싱하게 피어오를 때가 가장 아름답다. 붓꽃은 프랑스의 나라꽃이기도 하다.
(이유미, 『한국의 야생화』)
각시붓꽃의 종소명 로시(rossii)는 표본 채집자인 영국 탐험가 존 로스(John Ross, 1777~1856)를 기념하기 위해
붙였다. 중국 라오닝 성 남부의 건조한 제방 비탈면에서 채집(1876년 4월 27일)한 표본으로 첫 기재(1877년 12월
29일)가 이루어졌다. 각시붓꽃이 일본명 에히메아야메(愛媛菖蒲, 愛媛文目)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은 오해다. 일본
명의 에히메(愛媛)는 시코쿠 지역의 지명(縣)에서 유래하는 것이지 예쁜(愛) 각시(媛)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2』)
각시붓꽃의 학명 명명자 베이커(Baker)는 영국 식물학자 존 길버트 베이커(John Gilbert Baker, 1834~1920)이
다. 그는 1878년에 영국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907년에는 왕립원예협회(RHA, Royal Horticultural
Society)가 매년 원예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비치메모리얼메달(Veitch Memorial
Medal)을 받았다.
4. 애기나리(Disporum smilacinum A.Gray)
여러해살이풀이다. 일본명은 치고유리(チゴユリ, 稚児百合)이다.
6. 각시붓꽃(Iris rossii Baker)
8. 매화말발도리(Deutzia uniflora Shirai)
우리가 보는 말발도리는 대부분 매화말발도리라고 한다.
한편, 말발도리를 자주 만나는데 저게 매화말발도리인지 바위말발도리인지 잘 모르겠다.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모두
바위말발도리는 아니다. 매화말발도리(Deutzia uniflora Shirai)도 바위틈에서 자란다. 바위말발도리(Deutzia
grandiflora Bunge var. baroniana (Diels) Rehder)는 보기가 힘들고, 우리는 대부분 매화말발도리를 본다고 하
니 북한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매화말발도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라고 한다.
나이 먹는 것과 비례하여 욕심이 는다. 아무리 그래도 망운대는 오르려고 했다. 이 봄날 거기서 인수봉의 뒷모습과
설교벽을 보고 싶었다. 탁주 독작하며 얼근한 눈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렜다. 안개가 가지
말라 막는다. 숨은벽 능선 갈림길 범골은 안개와 찬바람이 가득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밤골 너덜을 계속 오른
다. 바위틈으로 얼굴 내민 만주족도리풀이 나를 위로한다.
만주족도리풀(Asarum mandshuricum (Maxim.) M.Kim & S.So). 틀림없다. 종소명에 보듯이 만주에서 처음
발견했다. 영종족도리풀이라고도 한다. 명명자 M.Kim & S.So는 전북대학교 김무열 교수와 소순구 교수다. 식물
학명에 우리나라 학자의 이름을 보면 그 식물에 더욱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
10. 만주족도리풀(Asarum mandshuricum (Maxim.) M.Kim & S.So)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골짜기 바위지대에 많다.
안개는 몰려왔다 몰려가기를 반복한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안부에 오르고 그 내리막을 왼쪽 길게 돌아 760m봉
을 오른다. 인수봉 거벽이 바로 눈앞이다. 탁주 독작하며 바라본다. 오늘은 인수봉을 오르는 암벽꾼들이 없다. 인수
봉 협곡은 내려다보기 겁난다. 거기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760m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동벽과 파랑새능선
장군봉이 또 다른 모습이다. 거기에는 아직 봄이 보이지 않는다.
바위 슬랩 살금살금 내리고, 오른쪽 바위 사면 길게 돌아 백운대 암문에서 오르는 길이다. 여태 혼자였던 터라 드물
게 만나는 홀로 등산객이 반갑다. 백운대는 오른다. 혹시 날이 개기라도 하면 절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런 일은 없다. 안개가 몰려온다. 산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산꾼을 만난다. 밤골에서 올랐다고 하자 거기는 이른 봄에
복수초와 노루귀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를 가리키며 저 진달래를 주제로 앞에 설정하되 그 뒤로 인수봉과 돼지코(나는
돼지코를 어디를 말하는지 모른다)를 넣고 그 아래 숨은벽능선과 망운대까지 담으라고 한다. 겨울이면 저 진달래에
핀 상고대 서리꽃이 기경이니 인수봉 돼지코 등의 배경을 깔면 아주 멋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개가 훼방한다. 안개가 좀처럼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발로도 찍지만 인내로 곧 기다림으로도 찍는다. 그는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린다며 남고 나는 내려간다. 바위
가 비에 젖어 미끄럽다. 철봉 핸드레일도 비에 젖었다. 차디차다. 금방 손이 시리다. 내가 성급했다. 백운대 암문
지나 만경대 산허리 돌아가는 중에 안개는 얼추 걷힌다. 노적봉,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가 신록 속에 솟은 한 떨기
꽃이다. 보고 또 본다. 미련 없이 노적봉 직전 안부를 지나고 용암문을 향한다. 풀꽃은 소강상태다.
19. 큰개별꽃(Pseudostellaria palibiniana (Takeda) Ohwi)
일본명은 히게네와치가이소우(ヒゲネワチガイソウ, 髭根輪違草)이다. 큰개별꽃을 동삼(童蔘), 해아삼(孩兒蔘)이
라고도 한다. 꽃말은 ‘은하수’이다.
21.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은 노고산
22. 백운대
23. 백운대 파랑새 능선과 장군봉(아래쪽)
24. 왼쪽은 사기막봉, 오른쪽은 망운대
저 망운대를 오르려고 했으나 안개가 막아서 못 갔다.
25. 각시붓꽃
26. 노적봉
27. 백운대 진달래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백운대 명물이다. 그 뒤로 인수봉, 숨은벽능선, 망운대가 보인다.
28. 인수봉이 안개에 휩싸였다
용암문 지나 일출봉을 오른다. 성곽 길이다. 성곽 길 오르다 뒤돌아보는 만경대 동벽과 용암봉 병풍바위가 눈부시게
화려하다. 이보다 더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을까 싶다. 그 아래로 영봉, 그 너머 오봉은 한참동안 내 발걸음을 붙든
다. 이제 알록제비꽃을 찾는다. 백운동 암문에서 인수암 쪽 계곡, 영봉, 상장능선 혹은 그 계곡을 가지 않은 것은
이 성곽 길에서 알록제비꽃을 보기 위해서다.
알록제비꽃이 성곽 길 말고 다른 길섶에도 있는지는 모른다. 이 길에서만 보았다. 내 눈 기약을 지켰다. 더러는 지고
더러는 몽우리 맺혔고 더러는 활짝 피었다. 워낙 작아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의 발에 밟히
지 않도록 성곽 석축 가까이 자리 잡았다. 시단봉 동장대까지 기어가다시피 한다. 동장대 앞 앵도나무에 아직 남은
몇 송이 꽃을 일별하고 다시 긴다.
우리나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재된 제비꽃은 53종이나 된다. 나는 그 중 알록제비꽃, 남산제비꽃 등 겨
우 몇 종만 알아볼 수 있다. 이유미 박사의 이야기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이 꽃의 자태가 날렵하고 빛깔 또한 제비를
닮았으며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을 피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제비꽃은 흔히 오랑캐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선시대 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와 각 마을마다 이 꽃이 피어날 무렵이면, 북쪽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이유미, 위의 책)
색깔 중에서 보라색을 바이올렛(Violet)이라고 하는데 이는 제비꽃을 통칭하는 속명 비올라(Viola)에서 딴 이름이
라고 한다. 위 정보시스템은 야외에서 알록제비꽃을 보면 누구나 재배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아름답고 귀
여운 식물이어서 자생지에서의 남획이 심하다며, 자생지를 철저한 보호하고 효과적인 번식법을 개발하여 대량 증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알록제비꽃(Viola variegata Fisch. ex Link)의 종소명 바리에가타(variegata) 는 반문(斑紋)이 있다는 뜻으로 잎
에 무늬가 있음에서 유래하였다. 학명의 명명자 Fisch.는 스위스 식물학자인 엠마누엘 프리드리히 루드빅 피셔
(Emanuel Friedrich Ludwig Fischer, 1828~1907)를 말한다. 그는 처음에 약사가 되려고 교육을 받았으나 베른
대학에서 식물학을 공부하고 그 대학의 식물학 교수를 지냈다. 공동 명명자 Link는 독일의 박물학자이자 식물학자
인 요한 하인리히 프리드리히 링크(Johann Heinrich Friedrich Link, 1767~1851)를 말한다. 그는 과학아카데미
회원이었으며,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도 선출되는 등 많은 과학단체에서 활동하였다.
며칠 전에 아부라백작 님이 우리나라 특산식물의 학명에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
등 많은 일본인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린네가 학명 명명법을 고안하여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자연과학에 대한 탐구활동이 붐을 이루던 그때, 하필 그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여서 이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29. 매화말발도리
30. 백운대
31. 원효봉
32. 염초봉
33. 노적봉
34. 흰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Maxim. for. albiflorum T. Lee)
35. 일출봉을 오르면서 뒤돌아 바라본 용암봉, 만경대, 인수봉
36. 가운데는 영봉, 그 뒤는 도봉산 오봉
37. 알록제비꽃(Viola variegata Fisch. ex Link)
39. 앵도나무(Prunus tomentosa Thunb.)
동장대 앞에 있다.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1600년대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대동문. 아직도 보수공사 중이다. 대동문 옆의 야광나무는 올해도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야광나무와 고광나무의 꽃
이 비슷하여 간혹 혼동하는데, 전자는 교목(키 큰 나무)이고, 후자는 관목(키 작은 나무)이다. 성곽 석축 밑을 더듬으
며 간다. 칼바위 갈림길 지나고 보국문이다. 보국문도 대대적인 수리 중이다. 보국문 오른쪽 돌계단 올라 봄 단장한
칼바위를 들여다보고 내린다.
40. 알록제비꽃
42. 북한산 탐방안내도
43. 야광나무(Malus baccata (L.) Borkh.)
새하얀 꽃이 밤에도 빛을 낸다 하여 야광이란 이름이 붙어졌다.
45. 자주알록제비꽃(Viola tenuicornis W.Becker)
46. 금붓꽃(Iris minutoaurea Mak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