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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도명(欺世盜名)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둑질한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을 속이고 거짓 이름(虛名)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欺 : 속일 기(欠/8)
世 : 세상 세(一/4)
盜 : 훔칠 도(皿/7)
名 : 이름 명(口/3)
출전 : 한비자(韓非子), 순자(荀子)
이 성어는 한비자(韓非子)의 기세(欺世)와 순자(荀子)의 도명(盜名)이 합쳐 이루진 성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에 있는 자가 법률과 규칙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신하를 생살하는 권리를 독점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 법률과 규칙을 충성으로 지키는 자가 충성심에서 위와 접근하려고 하는 것은 볼 수가 없고 말로만 비위를 맞추어 간사한 짓을 하여 잘만 되면 세상을 한번 뒤흔들어 보겠다고 하는 자들만이 군주로부터 존대를 받는다. 법률과 규칙을 지키고 나라의 군왕에게 충성심을 가진 자가 없다. 교묘한 말로 비위를 맞추거나 간사한 짓을 다 해 어떻게든 한바탕 세상을 속이고 뒤흔들어 볼까 하는 자들이 오히려 윗사람의 신임과 존대를 받아 자주 등용되는 꼴을 우리는 본다.
上握度量, 所以擅生殺之柄也; 今守度奉量之士欲以忠嬰上而不得見, 巧言利辭, 行姦軌以倖偷世者數御。
(韓非子/詭使)
이 말은 한비자에 나오는데 이행투세자(以倖偸世者)라 하여 요행으로 세상 사람을 속여 분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으려는 자를 말함이니, 이것이 기세(欺世)다.
순자에 남이 싫어하는 것은 나도 싫어한다. 대체로 부유하거나 고귀한 자들에게는 오만하게 굴고, 가난하고 미천한 이들에게는 애써 유순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일반적인 감정이라 할 수 없다.
간교한 자는 난세를 틈타 헛된 명성을 도둑질하려는 것이니 음침하고 교활함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명성을 훔치는 것은 재물을 도둑질하는 것보다 훨씬 나뿐 것이다. 이것이 도명(盜名)이다.
是非仁人之情也, 是姦人將以盜名於晻世者也, 險莫大焉. 姦人盜富貴分賤之名於昏闇之世. 晻與暗同. 故曰; 盜名不如盜貨.
(荀子/不苟篇)
기세도명(欺世盜名)
동물들 사이에도 다 엄격한 위계질서(位階秩序)가 있다. 예를 들면 사슴은 스라소니를 두려워하고, 스라소니는 호랑이를 두려워한다. 호랑이는 겁내는 짐승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호랑이는 말곰을 아주 두려워한다.
말곰이라는 것은 큰 곰이라고도 하는데, 곰의 종류에 속하면서 아주 날래고 사납다. 털을 뒤집어쓰고 사람처럼 서서 다른 짐승들을 공격하는데, 아주 힘이 세서 호랑이도 꼼짝 못하고 당한다.
호랑이가 꼼작 못하니 다른 짐승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짐승은 때로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중국 초(楚)나라의 남쪽 지방에 대로 피리를 만들어 온갖 짐승들의 소리를 아주 똑 같이 내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 소리가 실제 짐승의 소리와 너무나 흡사하여, 짐승들도 완전히 자기들의 소리로 알 정도였다.
이 사람은 활과 화살과 피리를 들고 혼자 산 속으로 들어가, 피리로 사슴의 소리를 내면, 산 속에 있는 사슴들은 자기의 친구가 부르는 줄 알고 곧장 모여드는데, 그러면 활로 쏘아 잡아 살아갔다.
그런데 매일 사슴만 모여들면 아무 일이 없었겠는데, 어느 날은 그 가까이에서 배가 고파 먹이를 찾고 있던 스라소니가 사슴 소리를 들었다.
스라소니는 반가워서 소리 나는 곳으로 재빨리 찾아가 보았더니, 사슴은 보이지 않고 피리 부는 사람만 있었다. 그래서 스라소니는 잘 됐다 싶어 그 사람을 잡아 먹으려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겁이 났으므로, 호랑이 소리를 내서 그 스라소니를 놀라게 하자, 스라소니는 도망가고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랑이가 온 것을 보고 더욱 겁이 난 그 사람은 호랑이를 이기는 말곰 소리를 냈다. 말곰은 자기의 친구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달려갔다.
그러자 호랑이는 도망가고 말곰이 나타났다. 말곰이 가까이 가서 보니, 자기 친구는 없고 사람만 서 있었다. 그 말곰은 그 사람을 잡아 먹어버렸다.
우리는 이 피리 잘 부는 사람이 한 짓을 보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자신의 처세방식(處世方式)이 이와 유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깊이 있는 전문성(專門性)을 갖추지 못한 채 적당히 손쉽게 남들의 눈을 속이면서 살아가다가는 언젠가는 낭패(狼狽)를 당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한두 번은 적당히 남의 눈을 속일 수는 있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적당하게 세상을 속이면서 자기가 마땅히 누려할 그 이상의 명예를 누리는 경우를 두고, 기세도명(欺世盜名)한다고 한다.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둑질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유학(儒學) 가운데서도 성리학(性理學)이 성행했는데,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에 이르러 그 수준이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성리학은 이론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 하면 공허(空虛)한 이론 논쟁으로 흐르기 쉽다.
조선 중기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성리학에 대해서 논하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남명(南冥) 조식(曺植)선생은 이를 두고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둑질하는 짓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지식인들은 노력하여 자기의 실력을 높이기에 노력해야지, 노력 없이 사이비(似而非) 지식으로 세상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되겠다.
▶️ 欺(속일 기)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하품 흠(欠; 하품하는 모양)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其(기)로 이루어졌다. 기력을 잃고 하품을 한다는 뜻에서 음(音)을 빌어 '속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欺자는 ‘속이다’나 ‘거짓’, ‘허위’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欺자는 其(그 기)자와 欠(하품 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其(그 기)자는 곡식의 겨·티끌·싸라기 등을 걸러내는 데 쓰는 ‘키’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欺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欠(하품 흠)자를 응용한 글자로 ‘속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欺자에 쓰인 欠자는 남을 속이기 위해 입을 떠벌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欺(기)는 ①속이다 ②업신여기다 ③보기 흉(凶)하다, 추(醜)하다 ④거짓, 허위(虛僞) ⑤기만(欺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속일 사(詐), 속일 궤(詭), 속일 무(誣), 속일 휼(譎), 속일 편(騙)이다. 용례로는 남을 그럴 듯하게 속여 넘김을 기만(欺瞞), 자기의 양심을 속임을 기심(欺心), 속이어 농락함을 기롱(欺弄), 속이어 미혹하게 함을 기혹(欺惑), 남을 조롱하거나 속여서 우습게 봄을 기소(欺笑), 사람을 속임을 기인(欺人), 속이고 감춤을 기은(欺隱), 남을 속이고 토색질 함을 기색(欺索), 남을 속이고 우롱함을 기우(欺愚), 남을 속이고 해침을 기해(欺害), 세상을 속임을 기세(欺世), 속맘을 드러내지 않음을 기정(欺情), 속이고 깔봄을 기릉(欺陵), 꾀로 남을 속임을 기사(欺詐), 꾀로 남을 속임으로 남을 속이어 착오에 빠지게 하는 위법 행위를 사기(詐欺),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속임을 자기(自欺), 거짓으로 꾸며 속임을 무기(誣欺),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비뚜루 말하여 속임을 저기(詆欺), 사람을 속여 돈이나 물건을 빼앗는다는 말을 기인취물(欺人取物), 나라를 속이고 백성을 해친다는 말을 기국두민(欺國蠹民), 세상 사람을 속이고 헛된 명예를 탐낸다는 말을 기세도명(欺世盜名), 사람을 속이고 재물을 빼앗는다는 말을 기인편재(欺人騙財), 그럴듯한 말로써 남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을 가기이방(可欺以方),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라는 뜻으로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을 풍자한 말을 자기기인(自欺欺人), 스스로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뜻으로 스스로에게 엄하고 정직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말을 불기자심(不欺自心) 등에 쓰인다.
▶️ 世(인간 세/대 세)는 ❶회의문자로 卋(세)의 본자(本字)이다. 세 개의 十(십)을 이어 삼십 년을 가리켰으며 한 세대를 대략 30년으로 하므로 세대(世代)를 뜻한다. 삼십을 나타내는 모양에는 따로 글자가 있으므로 이 글자와 구별하기 위하여 모양을 조금 바꾼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世자는 ‘일생’이나 ‘생애’, ‘세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世자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함께 그린 것이다. 世자의 금문을 보면 나뭇가지에서 뻗어 나온 새순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世자의 본래 의미는 ‘나뭇잎’이었다. 나무는 일 년에 한 번씩 싹을 틔운다. 나뭇잎이 새로 돋는 것을 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나뭇잎이지는 것을 보며 한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世자는 후에 사람의 생애에 비유해 ‘생애’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世자가 가차(假借)되면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艹(풀 초)자와 木(나무 목)자를 더한 葉(잎 엽)자가 ‘나뭇잎’이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世(세)는 (1)지질(地質) 시대(時代)의 구분(區分)의 한 단위(單位). 기(紀)를 잘게 나눈 것 (2)일부(一部) 국가(國家)에서) 왕조(王朝)의 임금 순위(順位)를 나타내는 말. 대(代). 이세(二世) 등의 뜻으로 ①인간(人間) ②일생(一生) ③생애(生涯) ④한평생 ⑤대(代), 세대(世代) ⑥세간(世間: 세상 일반) ⑦시대(時代) ⑧시기(時期) ⑨백 년(百年) ⑩맏 ⑪세상(世上) ⑫성(姓)의 하나 ⑬여러 대에 걸친 ⑭대대(代代)로 전해오는 ⑮대대(代代)로 사귐이 있는 ⑯대를 잇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대신할 대(代), 지경 역(域), 지경 경(境), 지경 계(界), 지경 강(疆)이다. 용례로는 세대(世代), 세상(世上), 세상에 흔히 있는 풍속을 세속(世俗), 그 집에 속하는 신분이나 업무 등을 대대로 물려받는 일을 세습(世習), 조상으로부터의 대대의 계통을 세계(世系), 주로 명사 앞에 쓰여서 세상에서 흔히 말함의 세칭(世稱), 온 세상이나 지구 상의 모든 나라를 세계(世界), 세상의 풍파를 세파(世波), 세상의 돌아가는 형편을 세태(世態), 숨어 살던 사람이 세상에 나옴을 출세(出世), 현실을 속되다고 보는 처지에서 현실 사회를 일컫는 말을 속세(俗世), 일신 상의 처지와 형편을 신세(身世),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현재의 세상으로 이 세상을 현세(現世), 죽은 뒤에 가서 산다는 미래의 세상을 내세(來世), 가까운 지난날의 세상을 근세(近世), 잘 다스려진 세상으로 태평한 시대를 청세(淸世), 세상에 아첨함을 아세(阿世), 이 세상에서 살아감을 처세(處世),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세상만사(世上萬事), 자손 대대로 이어져 내림을 세세손손(世世孫孫), 세상의 도의와 사람의 마음을 세도인심(世道人心),세상 물정과 백성의 인심을 세태인정(世態人情), 세상일의 형편을 세간사정(世間事情), 세상이 그릇되어 풍속이 매우 어지러움 세강속말(世降俗末), 대대로 내여 오며 살고 있는 고장을 세거지지(世居之地), 여러 대를 두고 전하여 내려옴 세세상전(世世相傳), 대대로 나라의 녹봉을 받는 신하를 세록지신(世祿之臣), 세상일은 변천이 심하여 알기가 어려움을 세사난측(世事難測), 신세대가 구세대와 교대하여 어떤 일을 맡아 본다는 세대교체(世代交替) 등에 쓰인다.
▶️ 盜(도둑 도)는 ❶회의문자로 沇(연; 침을 흘리다)과 皿(명; 그릇)의 합자(合字)이다. 접시 속의 것을 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다, 전(轉)하여 훔치다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盜자는 '훔치다'나 '도둑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盜자는 마치 次(버금 차)자와 皿(그릇 명)자가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盜자의 갑골문을 보면 次자 아래로 舟(배 주)자가 그려져 있었다. 次자는 입을 벌려 침을 튀기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갑골문에 나온 盜자는 배 위에 침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舟자가 皿자로 잘 못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盜(도)는 ①도둑 ②비적(匪賊: 떼지어 다니는 도적) ③도둑질 ④훔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몰래 엿듣는 도청(盜聽), 남의 명의나 물건을 몰래 쓰는 도용(盜用), 도둑 맞는 재난을 도난(盜難), 남의 산의 나무를 몰래 베어감을 도벌(盜伐), 훔친 물건을 도물(盜物), 남 몰래 사람을 죽임을 도살(盜殺), 몰래 엿봄을 도시(盜視), 남의 것을 훔치는 버릇을 도벽(盜癖), 폭행이나 협박 등의 수단을 써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 또는 그러한 행위를 강도(强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 또 그 사람을 절도(竊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침 또는 그 사람을 투도(偸盜), 개처럼 몰래 들어가 훔치는 도둑을 구도(拘盜), 나라의 보물을 훔치는 도둑을 방도(邦盜), 잡히지 않고 남은 도둑을 잔도(殘盜), 도둑은 주인이 자기를 제지하여 재물을 얻지 못하게 하므로 이를 미워한다는 뜻으로 사람은 다만 자기 형편에 맞지 않으면 이를 싫어한다는 말을 도증주인(盜憎主人), 도둑에게도 도둑으로서의 도리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도역유도(盜亦有道),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엄이도종(掩耳盜鐘), 남의 시문을 표절하여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슬갑도적(膝甲盜賊),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문필도적(文筆盜賊),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으로 천한 재주를 가진 사람도 때로는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계명구도(鷄鳴狗盜),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궁해도 불의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인데, 도덕률의 엄격한 준행을 이르는 말을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盜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도둑을 청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화를 불러 들인다는 말을 개문읍도(開門揖盜) 등에 쓰인다.
▶️ 名(이름 명)은 ❶회의문자로 夕(석; 초승달, 어두움)과 口(구; 입, 소리를 내다)의 합자(合字)이다. 저녁이 되어 어두우면 자기 이름을 말해서 알려야 했다. ❷회의문자로 名자는 ‘이름’이나 ‘평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名자는 夕(저녁 석)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夕자는 초승달을 그린 것으로 ‘저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이야 한밤중에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어두운 저녁 저 멀리 오는 누군가를 식별하기 위해 이름을 불러본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名자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래서 名(명)은 (1)이름 (2)숫자 다음에 쓰이어 사람의 수효를 나타내는 말 (3)사람을 이르는 명사의 앞에 붙어서 뛰어난, 이름난, 훌륭한, 우수한 또는 무엇을 썩 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이름 ②평판(評判), 소문(所聞) ③외관(外觀), 외형(外形) ④명분(名分) ⑤공적(功績) ⑥글자, 문자(文字) ⑦이름나다, 훌륭하다 ⑦이름하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컬을 칭(稱), 이름 호(號)이다. 용례로는 세상에서 인정 받는 좋은 이름이나 자랑을 명예(名譽), 명목이 구별된 대로 그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분수를 명분(名分),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다른 것 끼리 구별하여 부르는 이름을 명칭(名稱), 세상에 떨친 이름을 명성(名聲), 이름이나 주소나 직업 따위를 죽 적어 놓은 장부를 명부(名簿),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성명과 해당 사항을 간단히 적은 문건을 명단(名單),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승(名勝), 명분과 의리 또는 문서 상의 이름을 명의(名義), 이름난 의원이나 의사를 명의(名醫), 일년 동안의 명절날과 국경일의 통칭을 명일(名日), 뛰어나거나 이름이 난 물건 또는 작품을 명품(名品), 이름이나 직위 등을 적어 책상 따위의 위에 올려놓는 길고 세모진 나무의 패나 문패 또는 명찰을 명패(名牌), 잘 다스려서 이름이 난 관리를 명관(名官), 훌륭하고 이름난 경치를 명소(名所), 이름과 실상이 서로 들어맞음을 명실상부(名實相符), 이름난 큰 산과 큰 내로 경개 좋고 이름난 산천을 명산대천(名山大川), 남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깎는 일을 명예훼손(名譽毁損),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란 헛되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명불허득(名不虛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