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플라워
최 병 창
철들려면 아직 멀었어
아직도 멀었어
늦게 핀 꽃은 제일 먼저 시든다고
문틈으로 새어 나온 말이 귀를 가렸다
휘휘 내젓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시끄러워 내 맘이야
다시 한번 토닥여보라는
눅눅한 장마차럼 주룩주룩 비를 내렸다
향기 없는 인연은 단단한 눈높이가 된다
흘러간 노래를 듣는 것처럼 며칠 째 을씨년스러운 소문은 꽃이 피거나
꽃이 진다는 사실 하나로 불현듯 무성한 숲을 시들게 하지만 제 눈에
안경이라며 거칠고 맵게 우는 꽃 그런 꽃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피는 꽃과 지는 꽃의 이인칭이 문제를 짚어내듯 처음 같이
말라버릴 모의는 아예 없었으니 아직까지 분명히 남아있을 진솔한
향기하나 흘러가고 없지만 이실직고는 아직 이르단다
꽃이 되는 추억은 아름답다며 분홍빛 스카프를 감아올린다
맹목(盲目)들이 제풀에 눈을 감으면 마디마디 텅 빈 시간들을 하얗게
기울인다 한 10년이나 백 년쯤이면 마른 꽃 속에서 까치가 울어댈 거라며
변변치 못한 투정을 붙잡는 일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소리를 정제해 본다
보잘것없는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
내 말 안 들리니 꼴좋다 꼴좋아
뻔뻔하게 집 나간 마누라를 생각하듯
끝도 없는 염치를 챙겨본다
향기보다는 고집이 먼저라는 꽃도 아닌 꽃을 위하여.
< 2019. 10. >
cr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