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포럼의 크루세이더 킹즈 3 포럼에는 매월 최소 한번씩은 올라오는 글이 있으니, 바로 비잔티움 제국의 명칭을 로마 제국, 동로마 제국, 바실레이아 로마이온 등등으로 변경해달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크킹3 발표 때부터 계속 올라오다보니 거의 밈화되버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에 또 다시 국명 변경 요청글이 올라왔는데 크킹3의 컨텐츠 디자이너이자 중세사 석사학위를 가지고 비잔티움 제국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ScarecrowKrone이 답변을 해서 번역해서 올려봅니다.
오역이 많을 수 있습니다. 재미삼아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https://forum.paradoxplaza.com/forum/threads/byzantine-empire.1488522/post-27755910
@ScarecrowKrone
앞으로 이 주제(비잔티움 제국의 명명법)가 나온다면 이 내용이 연결되기를 바라며, 제 의견을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중세사 석사학위를 받은 비잔티움 역사학자이며, 현재 비잔티움의 정체성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잔티움의 명명법에 대한 논쟁, 출처 증거, 비판 이론 그리고 학계의 입장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 제가 말할 주제에 관해 알고 있다는 뜻이죠.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있습니다:
1. "비잔티움 제국" 그리고 관련 용어들은 수세기 후에 발명되었지만 "비잔틴"이라는 용어는 학자들이 이 제국과 국민들의 로마성(Romanness)을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일반적인 학문적 용법이 되었습니다. 현재, "비잔티움 제국"은 후기 로마 제국을 가리키는 용어로 받아들여집니다.
2. 비잔티움인들의 로마성은 논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논쟁의 대상인 것은 로마성이 어떤 형태로 변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콘스탄티누스 1세 제국의 로마인들은 유스티니아누스의 로마인들과 달랐고 콘스탄티누스 7세의 로마인들과도 달랐으며, 그들은 항상 차이점과 공통점을 공유했습니다. 우리는 "로마인"이라는 용어가 민족적,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표시로 혹은 이 네 가지의 조합으로 사용되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3. 비잔티움의 천 년 넘는 역사 동안의 "로마화(Romanogenesis)" (어떻게 사람들이 로마인이 되는지)에 관한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우리는 로마성이 어떤 형태를 취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마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적으로 로마인의 정체성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비잔티움 역사의 중기 (800-1100)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4차 십자군 이후, 분열된 비잔티움 제국의 영토에서 특별히 그리스적인(Hellenic) 형태의 자기 정체성이 나타난 것을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최후까지 자신과 신민들의 로마성을 완전히 표명했습니다.
4. 비잔티움인들의 로마성에 대한 중요한 증거는 외국의 자료들에서 나오는데, 가장 강력한 비방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의 문제는, 정체성은 표현(expression)과 같지 않고 외국의 자료들은 분명히 정체성보다는 표현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한다는 것인데, 정체성은 개인에게 실제적이고 진실되게 표현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5. 동시에 여러 정체성을 갖는 것 역시 가능하며, 이것이 비잔티움의 로마성을 증명하거나 반증하는 것도 아닙니다. 역사학자들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창문은 대개 정적이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잊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조사하고 있으며 비잔티움 역사 분야에서 제일가는 학자들 중 한 명까지도 (최소 한번은) 역사속의 개인들이 주체성(agency)을 가졌으며, 자신들이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린곤 합니다. 그들은 로마성의 특징을 파악해서, 우리의 자료에서 볼 수있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180도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처음부터 "진정한 로마인"이 절대 아니었으며, 그들의 정체성이 항상 유동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할까요? 현대 역사 연구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빅토리아 시대의 본질적인 존재론이나 불변의 인류학에 의해 독살된 채로 남아있습니다.
6. 위의 모든 항목을 연결하면: 대중들이 역사적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빚지고 있는 (아니면 최소 건강한 사회에서는 그래야 하는) 우리 학자들은 "비잔티움 제국"이나 "비잔티움인"을 대체할 용어가 무엇인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동로마 제국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로마 제국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논의된 바와 같이 고대의 로마 제국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실레이아 로마이온(Basileia Rhomaion)은 지금 당장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용어가 그리스어의 로마자 표기인 것 외에도 언어학적으로 완전히 정확하지 않기에, 우리는 비잔티움 역사의 전체 기간 동안 이 용어가 충분히 정확할지 알지 못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비잔티움 제국", "비잔티움", "비잔티움인"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용어들은 명명법에 대해 너무 현학적일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할 수도 있는 폭넓은 플레이어들에게 사용하기에 충분합니다. 네, 진짜 국명은 아닙니다. 네, 경멸의 의미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하지만, 언어의 요점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며 - 불필요한 설명 없이 즉시 이해되는 것입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비잔티움은 그 역할을 잘 해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저와 같이 크킹3의 시간대 동안, 비잔티움인들이 로마인들이었으며 그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결론에 전적으로 찬성하신다면, 스팀 창작마당의 AVE MARIA 모드를 확인해보시거나, 역사 고증 커뮤니티 모드들을 역시 확인해볼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Community Title Project 모드 역시 비잔티움인들을 로마인으로 인정하는 업데이트가 곧 이뤄질 예정입니다.
첫댓글 어떻게 보면 고대 로마와 중세 비잔티움의 관계는 중생대 공룡과 신생대 조류의 관계 같은 것일지도... 조류 그 자체가 공룡의 일종인 수각류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조류랑 그 당시 공룡이랑 꼭 같느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죠.
2000년 역사의 테세우스의 배 로마 제국이라 할 수 있겠네요.
로마제국 재건 결단이 자기들이 진정한 로마인임을 재천명하는 내용인게 이때문인가 보군요
개인적으로는 로마->동로마의 관계는 우리가 국어 시간에 배우는 중세 , 고대 한국어와 현대국어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고대 아니 그냥 중세 국아를 재구한 음을 들어보면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당혹감이 앞서지만 알면 알 수록 확실히 다른 점도 있지만 한국어가 맞구나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죠.(동시대에 다른언어를 들어보면 더더욱) 물론 중세 한국어와 현대 한국어는 동일할 수 없지만 그 차이점을 가지고 이건 한국어가 아니다!하고 물어 뜯지 않듯이 로마-동로마 의 관계를 설명할 때도 이와 같은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세월이 지나감에 의해 세태에 맞게 바뀐 거니까요. 사실 차이점을 가지고 그리스 제국이야 진짜 로마가 아니야! 혹은 알렉산드로스 때랑 다를 바 없어 하고 여기는 것은 아집이 아닐지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크킹 본판은 영어로 모든 지명 국명을 나타내는게 원칙이고(예를들어 폴스카-폴란드, 사카르트벨로-조지아) 자국에서 뭐라고 불렀든 간에 영어권에서 통용되는 명칭으로 고수하는듯합니다
비잔티움이라고 썼다고 로마로서의 정통성을 훼손하려는게 아닐뿐더러 역사상식이 부족한 유입유저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표기한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영어권 특히 미국인들은 생각보다 무지합니다
역알못이라 그러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비잔틴 제국이라고 부르는 제국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뭐라고 불렀을까요? 비잔틴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면 동로마 이런 것보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자신을 불렀던 말로 바꾸는게 맞을것 같아요
비잔티움인들은 멸망할 때까지 자신들을 로마인이라고 불렀고 조국을 로마 제국이라 불렀습니다. 위의 답변 작성자도 이를 인정하지만 이미 광범위하게 비잔티움이란 이름이 오랫동안 사용되어서 고착화된 점을 들어 기존대로 게임에 비잔티움을 사용하는게 맞다고 얘기하는거구요.
철저히 서유럽의 시각으로 해석된 결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깐요.
현재까지 역사의 승자는 서유럽이고 동유럽 중심의 사회를 구축한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몇세기동안 동유럽은 폴란드-리투아니아를 제외하곤 암흑기였으니깐요.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세력은 서양이고 결국 이 세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세력이 동유럽이 되지 않는 이상은 서유럽의 가치관에 내각한 역사인식은 뜯어고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만약 로마 제국이라고 인정을 해버리면 현재 그리스역사는 1300년 가까이 외세의 지배를 당했다고 여길테니깐요.
그리고 터키독립전쟁때 당시 그리스 본토의 사람들인 그리스군인이 그리스계 터키인의 아이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그리스인인가?"
"저는 로마인인데요."
그리고 역사에 깨어난 로마인들은 자신이 그리스인과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리스인이고
이때까지 오스만 제국의 신민으로 살아온 로마인들은 자신과 같이 살아온 투르크인들을 이웃이고 같은 나라의 민족이라고 생각했던겁니다.
결국이 로마인이라는 정체성은 터키독립전쟁으로 인해 완전히 소멸하였고 현재는 그리스인과 터키인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승자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일부분은 왜곡된 사실을 우리는 배우고 있습니다.
이 왜곡된 역사, 패배한 국가의 역사에 대한 흔적을 찾아서 퍼즐처럼 끼워맞춰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사학과의 존재의의입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단지 일어났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패배한 국가의 역사를 발굴해서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끔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사료가 됩니다.
단지 역사를 재미로만 평가하지 마시고 역사에 대한 진실, 승자의 기록과 패자의 기록에 대한 이상한 점을 찾고 이 문건에 대한 대립점을 이루는 문건을 찾아보고 그곳에 현지인들의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답사하여 역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역사를 심층적으로 파고들때 마다 항상 생각합니다.
"승자의 말만 듣지말고 패배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 나라의 국민들, 민족들의 말도 들어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