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어른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자기 자식만 잘 되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사는 나라.
어려운 살림 쪼개가며 자녀의 교육비에 아까운줄 모르고 투자하는 어른들이 사는 나라.
하지만 정작 우리 나라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책을 읽을 도서관조차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는 이상한 어른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교육은 100년지 대계"라고 했던가요?
저는 다음글을 읽어 보고 이상한 나라에 사는 어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100만인 서명 운동>
"국제아동문학관을 지어 주세요"
19세기 미국의 작가 에머슨은 '자연'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
습니다.
'마음을 열고 있는 이에게는
아무리 별이 멀리 있어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경치 좋은 땅을 자기가 소유하고 있지 않아도
그 경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땅의 소유자보다도 더 부유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 마음을 가지면
빛나는 태양의 아름다운 광채를 보며
매일 감동하는 생활을 한다.'
Kid's Room(과천어린이신문)
<국제아동문학관 건립 100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각 도서관들은 어린이도서를 보존 관리할 수 없어 버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어린이전용도서관인 서울 시립 어린이도서관조차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999년 국립 중앙도서관은 분관이었던 어린이도서관을 폐쇄시키고 11월 1일, 분관을 '학위논문관'으로 기능 전환하여 재개관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곳에 있던 어린이도서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검색대에서는 '아동·청소년 도서'가 단 한 권도 검색되지 않습니다. 일반인에게 공개는 물론, 열람·대출도 불가합니다. 이렇게 어린이도서가 방치된 채 3년이 되었습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1999년 3월 22일 '국립어린이도서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IMF 외환 위기로 국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국립 어린이도서관 하나 없는 나라라는 말입니까?
저희 Kid's Room 어린이들과 저는 지난 2년간 이에 대한 대안으로 꾸준히 국제아동문학관 건립 운동을 펼쳐 왔습니다. 국제아동문학관은 국제적 규모의 아동문학 연구·자료·정보 센타의 기능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어린이 도서 및 관련 자료를 종합적으로 수집·보존·정리·공개하는 것은 물론, 아동문학과 어린이 교육·문화 연구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중심공간으로, 아동문학을 통한 국제적 연대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1948년, 전후 독일은 인종과 문화가 서로 다른 세계 어린이들이 책을 통하여 서로를 알고 이해하며 관용을 배워 서로 사랑하며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로 '뮌헨국제아동문학관'을 설립하였고, 그에 이어 일본에서는 오사카에 국제아동문학관이 설립되었습니다.
일본 오사카 국제아동문학관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어린이 도서 및 잡지·유물·영상자료는 65만 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일본은 지난 해 도쿄 우에노 공원 우에노 공원 내에 초대형 국제어린이도서관(www.kodomo.go.jp)을 개관했습니다.
사계(史溪) 이재철(李在徹) 박사(국제아동문학관 준비위원회,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 아세아아동문학학회 공동회장)는 오사카 국제아동문학관에서 교환교수를 하고 돌아온 1985년부터 이에 대한 필요성을 국내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처음 이 사안에 대해 접하게 된 저는 과천시에 '국제아동문학관 건립 건' 검토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이성환 전 시장 당시, 이재철 박사가 40여 년 아동문학 연구 자료 및 도서 2만 점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극적으로 이 일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습니다.
과천시는 우선 과천시 도시계획시설결정시 문화지구(박물관 부지)로 지정된 문원동 일대를 예정부지로 내정하고, 2002년도 국제아동문학관 타당성 용역비 60,000천원을 예산에 반영하여 2002년 상반기 중 해외자료 수집, 전문기관 타당성 연구 용역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따라 국제아동문학관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었습니다.
한편 장성유(동화작가)와 Kid's Room 어린이들은 '땅 없는 땅'에 국제아동문학관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3월 31일, 땅 '1만 5천 3백 평'을 사고, 땅 모양은 우리나라의 지도 모양으로 정리한 뒤, 그 남쪽에 팻말을 박았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짓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은 각자 자신이 짓고 싶은 국제아동문학관 조감도를 완성해 2001년 7월 26일 이성환 전 과천시장님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과천 어린이들은 국제아동문학관에 있어야 할 다양한 시설에 대해 상상하여 그려 나갔습니다. 2년이 지난 2002년 8월 10일, 우리는 드디어 '땅 없는 땅'에 국제아동문학관을 건립하였습니다.
이것이 틀림없이 현실의 땅에 국제아동문학관이 세워지는 씨앗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8월 31일, 태풍 로사의 빗줄기가 창을
때리는 가운데 과천문협 회장·사무국장·학부모·과천시대신문 국장을 모시고 자축하였습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새로 시장님이 부임하면서, 이 사안이 전면 보류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제 싹 하나가 겨우 햇빛을 받으려고 나오려는데, 그 가능성마저 잘려 버릴 위기에 처해버린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깊이 좌절하고 몇 날 며칠을 고심했습니다. 이 일을 여기에서 포기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저는 숲으로 달려가 동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아니다.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국가도 못하고 재정이 넉넉하다는 과천시에도 못한다면 누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저는 저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일이 진행되어온 과정을 설명하고 심정을 토로한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무래도 이 선생님이 거리로 나가야겠구나."
그러자 어린이들은 너도 나도 못난 저에게 용기를 실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서슴없이 손을 번쩍 들면서 나섰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일을 할 사람은 국가도 아니고 과천도 아니고, 바로 어린이 그들이구나.'
이렇게 하여 우리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국제아동문학관 건립 100만명 서명 운동>이 조용히, 그러나 아주 힘차게, 멀리 멀리 퍼져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하늘이 열리는 10월 3일 개천절, 지금 태백산 천제단에서는 어린이들로부터 시작된 이 <국제아동문학관 건립 100만명 서명 운동>이 하늘에 고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새로 출발입니다.
이재철 박사는 누구든 국제아동문학관을 지을 수 있다면, 개인이든 단체든 기업이든 기꺼이 소장해 온 자료 2만 점을 기증할 뜻을 갖고 계십니다. 그동안 이 일에 깊이 관심을 기울여 주셨던 학부모 님, 지역 협회장님, 신문사 기자님 감사드립니다. 모든 일에는 주인이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것입니다. 자, 그 주인을 찾으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