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월, 미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ABC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샤크탱크(Shark Tank)'에 한 남성이 동그랗고 노란 수세미를 들고 등장했다. 마치 웃는 얼굴처럼 눈과 입이 뚫려 있고, 윗부분은 머리카락처럼 뾰족뾰족한 톱니 모양을 한 스펀지였다.
샤크탱크는 새내기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면 심사위원을 맡은 기업인들이 그 가능성을 판단해 투자를 해주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다.
이날 자신을 아론 크라우스라고 소개한 남성은 "이 수세미의 이름은 '스크럽대디(Scrub Daddy·문질러, 아빠!)'이고, 당신이 투자한다면 이 세상 모든 부엌을 문질러 빛나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스크럽대디는 연간 3300만개가 팔리는 '미국 국민 수세미'로 자리잡았다. 한 개에 3.99달러(약 4500원)인 스크럽대디는 지금까지 약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 어치가 팔렸다. 70명 직원만으로 연간 2500만달러(약 28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 언론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라고 부르며 스크럽대디를 샤크탱크 방송 시작(2009년) 이래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꼽고 있다. 미국, 유럽 등 13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스크럽대디는 최근 한국 시장에도 진출을 시작했다. 값싸고 흔한 아이템인 수세미로 어떻게 1억달러 사나이가 될 수 있었을까? 창업자이자 CEO인 크라우스에게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
―스크럽대디를 어떻게 만들게 됐나?
"스크럽대디의 가장 큰 특징은 물 온도에 따라 스펀지의 감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플렉스텍스처(FlexTexture)'라는 소재는 따뜻한 물에서는 부드러워지고 차가운 물에서는 딱딱해져 설거지부터 마루 청소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두 달간 사용해도 악취가 나지 않고 세균도 번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처음부터 수세미 용도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원래 자동차 광택을 낼 때 사용하는 패드를 만드는 사업을 했었다. 스크럽대디는 자동차 수리공들이 더러워진 손을 쉽게 닦을 수 있는 도구로 개발한 것이었다. 손가락을 넣고 닦을 수 있게 구멍을 냈고, 손톱 밑도 쉽게 닦을 수 있게 윗부분을 톱니 모양으로 만들었다."
―어떤 계기로 수세미로 팔게 됐나?
"자동차 광택 패드 사업을 2008년 3M에 매각했다. 스크럽대디 제품도 함께 팔려고 했지만 3M이 거절했다. 스크럽대디는 그 후 5년 동안이나 공장에 처박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가구 청소를 시켜 3M 수세미로 가구를 박박 문질렀는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말았다. 문득 스크럽대디가 생각나 이참에 쓰고 버리려 했다. 그런데 써보니 가구에는 손상을 입히지 않고 정말 잘 닦이는 것이 아닌가. 설거지용으로도 딱이었다. 구멍을 이용해 접시와 포크 등을 손쉽게 닦을 수 있었다. 한국의 젓가락도 구멍에 넣어 쉽게 닦을 수 있다. 2012년 '스크럽대디' 회사를 만들고 수세미로 팔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인지도 3위의 수세미 브랜드가 됐다. 수세미 시장 점유율이 85%인 3M의 몇 안 되는 경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