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은 1975년, 최인호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을 원작으로 한 하길종 감독의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주제곡으로 채택되면서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하길종 감독은 영화의 배경 음악을 1970년대의 거물급 인기 가수 겸 작곡가 송창식에게
부탁했고, 송창식은 '왜 불러'와 '고래사냥'을 이 영화의 삽입곡으로 쓰기 위해 작곡, 작사
했지만, 영화 곳곳에 흐를 배경 음악을 만드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길종 감독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중에
영화의 주제곡으로 쓸만한 노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대학가 주변의 술집과 다방을
전전하던 중 '날이 갈수록'을 듣고서 영화의 주제곡으로 최적격이라는 판단을 내린 후,
작곡, 작사자를 수소문한 결과 김상배와 만날 수 있게 되고,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송창식의 노래로 영화의 주제곡이 된 것이라고 한다.
[김정호의 리메이크]
영화속에서는 송창식이 불렀지만, 방송가에서 히트하게 된 것은 또다른 1970년대의 거물급
인기 가수 김정호의 리메이크이다.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이 작곡, 작사한 노래만을 취입하는 가수로 알려진 김정호가,
다른 사람이 작곡, 작사하고 다른 가수가 이미 발표한 노래를 취입했다는 사실은, 김정호가
이 곡을 얼마나 높이 평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호의 대부분의 노래를 편곡해준 안건마에 의해 편곡된 김정호의 리메이크는,
“시절, 시절, 시절들”을 “우리들의 시절”로 바꾼 것과, 맨 마지막 부분에 “꽃이 지네,
가을이 가네, 세월이 가네, 젊음도 가네”를 한 번씩 더 반복한 것을 제외하고는 가사 내용도
원곡 그대로이고 노래의 멜로디도 원곡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배경반주를 음반과 방송 매체에
맞도록 대대적으로 편곡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 감고 노래 부르는 것으로 잘 알려졌던 우수(憂愁)에 가득 찬 이미지의 가수 김정호가
눈을 감은 채 눈물까지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이 노래의 쓸쓸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