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라고 그리움마저 없다더냐!
幸福한 삶 梁南石印
황혼녘 언저리 기웃거린다고 아름다운 사랑, 가슴 뭉클한 사랑, 이성만 봐도 얼굴 붉히는 애틋한 사랑, 서설이 내렸다고, 잔주름에 검버섯이 핀다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중년일망정 마음만은 청춘과 견줘 뒤질 하나 없음에도 기력이 쇠해가는 중년이라고 열정을 토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을 논할 수 없다고 그 뉘가 말하더냐!
잰걸음으로 뒤 쫓아와 눈을 부라리며 어서 물러나라며 다그치듯 달려드는 젊은이 못지않은 끓어 넘치는 기백이 살아 꿈틀거리며 청춘 남녀 못지않은 그리움과 사랑을 향한 열정이 꺼질 줄 모르고 활활 불타오르고 있건만 중년이라고 물러설 때가 되었다고 씨부렁거리는 자 그 누구냔 말이다.
찬란한 빛을 바라며 수평선을 언저리 기웃거리는 태양과 견줘 하등 이상할 것도 없는 중년, 삶의 끝자락을 향한 곡절 가득한 삶의 갈피들 사이사이 되 집어 보며 하나씩 정리해 가는 중년이라고 다 끝난 것은 아니란 말이다.
호시절 잠들지 않은 열정으로 몸 사리지 않고 바동거리며 살아왔기에 스스로를 위로하고픈 나이, 그만 쉬고도 싶은 나이, 연륜도 쌓을 만큼 쌓아온 나이가 중년이라지만 아직도 못다 이룬 꿈과 욕망이 끓어 넘치고 있거늘 중년의 꿈을 접으라 뇌 깔이는 자 누구냔 말이냐!
더 늙어 기력마저 쇠잔해 지기 전에 용솟음치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도전해보고 싶은 나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숙명이든, 아쉬움이든, 뭔들 어떠랴!
두 눈 질끈 감고 알량한 자존심 잠시만 뒤주머니에 구겨 넣고서 착각에 빠지던, 상상 속에 빠지던, 이루고 싶은 환상 속을 거닐며 붙잡지 못한, 품어보지 못한,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며 실현 가능한 포부가 있어 어찌어찌 인연의 숲을 기웃거리다 맘속에 들어온 그 누군가를 필연이라 여기고 생의 막바지 불꽃을 태우기 위한 열정을 불사르고 싶은 맘 어디 나 하나뿐이랴!
한사람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죽음이 갈라놓을 때 까지 당연시 하고 함께 할 줄 알았던 한사람, 그 사람과 감내할 수 없는 이별을 고하고 잊을 수 없는 몸부림에 초췌한 모습, 상처로 얼룩졌다고, 첫사랑에 실패한, 중년이라고 해서 어찌 사랑을 모르고 그리움을 모르겠느냔 말이다.
어느 인연 주어지면 신뢰와 믿음으로 새록새록 쌓여지는 그리움 가득한날 만날 수 있는 핑계는 내가 만들고 멋쩍게 화답할 이유는 네가 만들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등을 토닥여 주기만 해도 위안이 되는 살갑고 따뜻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호탕하게 크게 한번 웃어보고 싶은 중년이란 말이다.
한세상 살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랄까 예고도 없이 찾아들어 피하고 싶은 인연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 중에 서로가 동 시대를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온 공감대가 있기에 이해 못할 것도 용서 못할 것도 없는 너그러운 중년이란 말이다.
숙명으로 다가와 가슴 속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슬픔도, 기쁨도, 함께할 소중한 인연, 내 삶의 뜰 안에 꽃 한포기 심어 가꿔갈, 인연이, 벗이면 어떻고, 연인이면 어떠리! 함께 외롭고 그리운 마음 나누며 행복을 가꿔갈 인연이면 흡족한 마음을 탓하지 말란 말이다.
한세상 살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 우연하게 알게 된 한사람과 서로 공감하는 것이 있고 호감 느끼는 것이 있어 하루, 한 달, 지속된 만남을 꿈꿔보는 중년이란 말이다.
뿐이더냐! 첨부터 무언가 모를 부담스러운 사람, 또는 별 볼일 없는 전혀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 느껴져 하는 말마다 하는 짓마다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사람이 오가며 접하다 보니 소박하면서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 내면의 진실함, 세상 때하나 묻지 않은 순수함에 화들짝 놀라 자빠질 만큼 좋은 면을 보게 되어 경계하지 않고 지내다 보면 가까이 하고픈 사람을 그려보는 것도 중년이란 말이다.
하여 내게 남겨진 삶에 있어 좋은 사람 만나고 좋은 인연 맺으려 애쓰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면 상대방도 내게 다가와 좋은 사람이 되여 줄 것이라 터득하는 것도 중년이란 말이다. 만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니까!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중년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든다. 만남을 통해 지혜롭게 역어간 인연을 혼자만이 아닌 서로가 행복을 공유할 수 있고, 진정 좋은 사람으로 늘 기억될 수 있도록 마음을 추스르고 인연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면서 애써 꾸미고 치장해 가식으로 덧칠한 마음보다는 불평 없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 묵묵히 있어주는 사람으로 살다보면 나를 알게 된 상대방은 나와 맺어진 인연에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나를 아끼고 보듬어 행복을 키워갈 것이라 믿는 것도 중년이란 말이다.
지혜롭고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은, 부와 명예를 손에 쥐고 값진 것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소망하는 것을 진솔하고 성실이 가꿔서 최고의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도 중년이란 말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이 처마 끝에 매달려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달콤한 소리, 뚝뚝 떨어지는 저 소리는 멜로디 소리, 낙숫물 소리에 그렁그렁한 눈빛 속에 들어온 바람결에 흩날리는 저 머리카락은 낙숫물 음률에 무희가 넋을 잃고 춤추는 모습이라 우길 수 있는 중년이란 말이다.
마음이 울적할 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리 길을 마다않고, 잰 걸음으로 달려가 그녀의 넋두리를 묵묵히 들어주며 그녀가 아파하는 부분들을 함께 나누며 토닥여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도 중년이란 말이다.
빛바래진 추억, 질곡의 발자국 마다, 깨알같이 역어간, 세속의 삶속에 수정같이 반짝일 수 있는 꿈들을 키워낼 줄 아는 서글픈 중년의 꿈은 아직도 젊은 청춘과 견줘 뒤질 것 하나 없는 애틋한 그리움이 꿈틀거리고 있는 가슴을 소유한 중년이란 말이다.
벽밖엔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없는 조용한 거실에 홀로 앉자 외로움에 젖어 써내려간 일기장을 빼곡히 채워 넣을 미지의 여인과 호젓한 강기슭을 거니는 환상을 그리며 넋두리로 주절거리는 어느 중년이 회한과 설렘에 빠져 작은 소망이 영글어 채색되지 않을 행복을 가꿔갈 수 있는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멋진 하루 만족스러운 하루를 꿈꾸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