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담배보다 더 위험"…노년 건강 위협한다는 '이것'
‘친밀한 인간관계, 걷기 운동, 규칙적인 숙면, 풍부한 야채·과일 섭취….’
세계적 장수의학자인 박 연구석좌 교수(사진)는 8일 인터뷰에서 30여 년간 전 세계 백세인을 연구해 내린 장수 비법을 이같이 정리했다. 그는 “노년에 친구가 없다는 것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우거나 과음하는 것처럼 위협적이며 비만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년기의 고독감이 장기화되면 생체기능을 떨어뜨리고 우울증, 치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장수촌 대부분 마을 입구에 정자가 있어 노년층이 그곳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는 구조다. 그는 “사람을 만나 눈을 마주치거나 악수하면 애정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어들며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했다.
그는 “사고방식과 인간관계, 식습관, 운동, 수면 등 생활 패턴에 따라 신체의 호르몬과 면역기능, 생체기능 등이 크게 좌우된다”며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노화 현상은 장기에 따라, 조직에 따라, 세포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유전 조작으로 이를 한꺼번에 교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생활 패턴의 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장수에 영향을 주는 모든 인자를 분석한 ‘장수 집짓기’ 모델 이론을 처음 소개했다. 유전자, 성별, 성격, 사회문화, 환경생태 등 다섯 가지가 장수라는 집을 짓기 위한 토대라고 평가했다. 또한 운동, 영양, 관계, 참여 등 네 가지를 집의 기둥으로 봤다.
사회 문화와 환경 생태가 수명에 끼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세기까지 30대에 불과했던 인류의 평균 수명이 19세기 말 50대로 급증한 배경엔 산업혁명의 영향이 컸다며 △상하수도 구축에 따른 깨끗한 물 공급 △전기 생산에 따른 냉장고 보급 확대 △백신 공급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백세인은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블루존(장수마을) 식단과 비교해볼 때 한국의 전통 식단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물 등 야채 섭취량이 많다”며 “채소는 항산화 효과에도 좋고 돌연변이 억제 효과도 있다”고 했다. 또 된장 청국장 등 발효음식에 풍부한 ‘비타민 B12’는 뇌신경 기능 퇴화를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수 비법으로 ‘숙면’을 꼽았다. 그는 “잠잘 시간이 되면 TV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끄고 자는 것이 장수인의 패턴”이라고 강조했다. 운동과 관련해선 빨리 걷기와 천천히 걷기를 교대로 반복하는 ‘인터벌 워킹’을 추천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노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노화의 원리’의 동양인 최초 편집인, 국제노화학회장 등을 거친 세계적인 노화 연구 학자다. 2013년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을 맡으며 당시 장수 연구에 관심이 많았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도움으로 세계 노화 연구를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