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 에세이] 수성못의 낮과 밤
수성못을 찾은 시민들이 울긋불긋 물든 왕벚나무길을 걸으며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구름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 석양이 수성못에 반영되어 잔물결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시민들이 못 주변을 뛰거나 산책하면서 일상 속 여유를 즐기고 있다.
한 연인이 수변데크에 설치된 아늑한 조명을 벗삼아 절정의 가을 낭만을 즐기고 있다.
시민들이 새롭게 조성된 수변데크를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래사랑봉사단이 감미로운 노래를 선사하며 늦가을밤 정취를 더하고 있다.
▲... 수성못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성유원지는 대구시민들에게 추억과 낭만의 공간이다. 1925년에 조성된 대구 수성못은 저수량이 70만t에 달하고 못 둘레도 2천20m에 이른다.
예전 수성못은 수성 들판의 젖줄이었고, 대구 제1의 관광지였다. 당시에는 수성못에서 배 한 번 타면 큰 자랑거리였다. 수성못이 유원지로 고시된 것은 1965년이다. 현재의 수성못 일대 모습이 갖춰진 것은 1983년 동대구로와 연결되는 유원지 진입로 확장공사를 거쳐 도시 근린유원지로 개발되면서부터다.
수성못에는 넓은 초지나 울창한 숲은 없다. 하지만 차 한 잔 마실 벤치와 주변 경관이 빚어내는 풍광이 시민들을 유혹한다. 봄이면 꽃 터널을 이루는 왕벚나무 산책로가 시민들을 반기고, 가을이면 진홍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단풍을 선사한다. 둑길을 걷는 산책객의 여유로운 발걸음과 물 위에 떠 있는 오리배가 한가롭게 느껴진다. 빨간색, 갈색의 낙엽들이 산책로마다 수북이 쌓였고, 그 길을 천천히 거닐며 속삭이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매일 산책 나온다는 김정자씨(여·47·대구 수성구 두산동)는 “아침 식사 뒤 운동을 하러 수성못으로 나오는 게 일상이 됐다. 연못을 돌며 느끼는 상쾌한 기분은 걸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가족과 함께 온 이은화씨(여·38)는 “단풍잎이 곱게 물들어 풍광이 아름답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도 편해 아이들과 함께 자주 온다”고 했다.
단풍이 곱게 물든 요즘, 수성못에는 주말이면 약 2만명이 찾아 차량 교통이 혼잡할 정도로 붐빈다. 못 주변에서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주변 식당 및 커피숍을 찾기도 한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산책로에 거리악사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곳이 대구 시민들의 명소가 된 데는 지난해 12월경 65억원을 들인 ‘수성못 생태복원 사업’이 큰 몫을 했다.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기존 콘크리트 호안을 갈대나 붓꽃 등 수변 식물로 단장했으며 수중에는 연꽃, 꽃창포 등 수생식물을 심었다. 산책로 주변 녹지에는 맥문동, 수호초 등 20여만 포기의 화초류를 심었다. 특히 수변 무대에 설치된 조명은 아늑한 분위기의 야경을 연출한다.
대구 달서구에서 왔다는 이서원씨(여·27)는 “오랜만에 수성못에 와 보니 산책로 조명이 로맨틱해서 마치 해외여행 온 것 같다”고 했으며, 같이 온 정민지씨(여·27)는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이렇게 멋진 길을 산책하며 아마추어 밴드의 음악까지 들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이 일행은 “늦가을 멋진 분위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 돼 축복받은 기분”이라며 입을 모았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기 시작하는 11월, 전국의 명산을 수놓던 화려한 단풍잎은 이미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수성못의 가로수들은 오색 단풍 빛깔을 아직 뽐내고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단풍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가 있다면 가족, 친구와 함께 수성못에서 늦가을 정치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지. 글·사진=이현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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