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 살아야 부산시민이고, 강서에 살면 사람도 아닌가요. 대체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23일 부산 강서구 대저1동 옛 택지개발 예정지구(490만9000㎡). 강서신도시 사업이 백지화(본지 2010년 12월 8일 자 11면 등 보도)된 지 1년, 이곳은 흉흉했다. 마을은 결딴났고, 민심은 들끓고, 주민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다.
'신도시를 못하면 도시답게 개발하라'. 황량한 도로와 골목 곳곳에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 간 양극화도 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포기 이후 부산시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이곳을 개발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려면 먼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해제돼야 하지만, 신촌·중리·당리·서연정 마을 등은 여전히 그린벨트에 묶여 있다. 이들 마을은 '1만 ㎡ 부지 안에 20가구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그린벨트 해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6년 4월 LH의 공람공고 이후 사업이 무산된 지난해까지 5년. 이들은 재산권 행사는커녕 화재로 타버린 집도 수리하지 못한 채 빚만 떠안았다. 그런데 시가 이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에서도 제외돼 이제 더는 희망이 없다. 그린벨트가 해제된 마을도 나아진 건 전혀 없다. 그린벨트가 풀려 1종 일반주거지역이 되자마자 공장과 물류창고가 마을을 점령했다. 땅값이 싸고, 오랫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되지 않은 대지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는 우모(47) 씨는 "얼마 전 옆집이 헐리고 공장이 섰다. 기반시설은 없고 공장만 생기는데 누가 여기 살고 싶겠느냐"며 "조만간 빈 땅에 공장만 있는 대형 슬럼지대로 전락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려면 6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계획이 나온다 해도 1조 원 이상의 예산을 마련할 묘안도 없다. 여기에다 공장은 난립하고 진입도로가 놓여 실제 개발을 시작하려면 보상비 문제에 부딪힐 게 뻔한 실정이다. 결국 '대저동을 서부산권 중심지로 만들고, 심각한 동·서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애초 택지개발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4100여 가구, 9100여 명의 주민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민 김모(58) 씨는 "그린벨트가 해제되지 않은 마을 주민은 연간 이행강제금으로 6000만 원을 물기도 한다"며 "제멋대로 사업한다고 행위제한을 했다가 우리를 이 지경까지 내몰았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댓글 참.. 입지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책적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다 안간다. 부산시가 자체적으로 한다더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