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근속에 6300만원(GDP 2.6배)이 많은 액수라면, 도대체 얼마나 받아야 마땅하냐고 물어 오는 사람이 많다. 아마 내가 액수를 제시하면 "애걔, 그것 같고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등등 비난을 퍼부어 댈 것이다. 당연히 천문학적 부자를 들먹이며, 총구를 엉뚱한데로 들이댄다고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런 우문에 답하지 않는 것은 이런 비난 때문이 아니라, 진짜 같이 고민해 봐야 할 사항이, 현재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돈-생활비 논쟁에 묻혀버리기 때문이다.
도대체 진짜 같이 고민해 봐야 할 사항이 무엇인가?
첫째, 연공서열 임금 체계다. 초임은 2500만원, 19년 근속 6300만원, 30년 근속하면 8천만원(?) 이런 시스템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노동의 양, 질이 아니라 생애주기상의 필요에 따라 임금이 책정 되는 것 말이다. 물론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면, 신참과 고참, 선배와 후배의 연대임금(?) 방식으로 채택할만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인간의 수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의 수명이 짧아지고, 변화부침이 극심한 시대라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장기근속(정년보장) 확실한 곳이 얼마나 있겠나? 공공부문 정도 밖에 없다. 선진국 중에서 일본 정도 밖에 없다. 시장, 기술, 사회 환경과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 깨놓고 연공서열 임금체계는 '희망 고문/약탈' 방식이다. 희망을 미끼로 한 신참/후배/청년/후세대 고문/약탈이라는 얘기다. 이들 대부분은 직장이나 직업을 여러 번 바꿀테니까!
둘째, 노동의 질과 처우의 균형 문제다. 코레일 임금을 얘기할 때, 근속년수를 따지는 사람은 좀 봤어도, 노동의 질을 따지는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다.
노동의 질 얘기 하니까, 맛이 한 참 간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의 잔재라고 얘기한다. 일리가 있다.
사실 처우(근로조건)는 잘 작동하는 시장 혹은 생산성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한국은 시장이 잘 작동하는 곳은 노가다와 영세자영업 등 몇 곳 뿐일 것이다. 나머지는 대체로 독과점이다. 전후방 가치사슬에 대한 약탈, 이른바 갑질이 극심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런 곳은 하는 일에 비해 권리, 이익이 너무 높아서 고용유연성이 없다. 생산성을 따지는 대 전제인 분모(수익성)와 분자(노동력) 자체가 선진국 현실과 너무 다르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 어떤 선진자본주의 국가도 시장이 결정할 수 없는 처우가 너무나 많다.공무원과 교사와 군인 등이 그런 것 아닌가? 사실 전문가도 어느 정도 그렇다. 그래서 시장도 비교적 잘 작동하고, 사람을 너무 쉽게 자르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직무급(노동의 질에 상응하는 임금) 체계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직무급은 마르크스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채택한 임금체계 아닌가? 생산성을 따지기 힘들고, 힘 순으로 할 수 없다면 이 방법이 그나마 대충 합리적이지 않나?
세째, 그 누가 뭐라해도 1차 분배구조의 근간 내지 기준은 GDP의 60% 내외를 총인구의 50%(2500만명) ~ 60%(3000만명)이 나눠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자 1인당 GDP의 1~1.2배 꼴이다.
이는 재벌을 해체하고,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를 엄청 세게하고, 노조조직률을 50%로 올리고, 협동조합을 엄청 활성화 해도 변하지 않는다. 물론 노동-자본 분배 구조를 개선할 여지와 취업자 몫을 늘릴 여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5%P, 혁명적으로 해도 10%P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모두가 귀족되는 사회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노동-노동, 노동-비노동(자영업자, 비경활인구)의 분배구조 개선에 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핵심은 사회적 연대성에 입각한 중향평준화, 효율성에 입각한 직무급이다. 연공서열 철폐다. 그리고 벤처기업가 등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는 사람이 많이 받아가는 것은 박수를 쳐 줘야 한다. 그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남는 장사니까!
취업자 1인당 몫을 키우는 방법은 GDP의 절대값을 키우는 방식이 있고, 취업자 숫자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임금근로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실제 이런 야만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그래서 임금근로자 비율이 총취업자의 71~2%(1800만명)수준 밖에 안되는 것이다. 이들이 GDP의 46%를 나눠먹기에 OECD국가에서 임금근로자(특히 제조업 정규직) 평균임금은 GDP대비 가장 높을 것이다.
단순 산술계산으로 힘센 놈(공공부문, 전문직, 조직노동, 고참)이 GDP의 2.6배, 3배를 가져가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파이나눔판(노동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알바를 뛰거나, GDP의 0.5 내외의 알바를 뛰어야 한다.
유시민의 얘기의 요지는 19년 근속에 6천3백만원--그 좋은 공무원연금 빼고-- 받는 사람을 귀족이라고 비난하면 곤란하다는 것다. 물론 '귀족'을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살면서 맨날 파티/잔치나 벌이며 놀고 먹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맞는 얘기다.
하지만 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솔직히 한국 보수와 진보를 초월하여 공유하는 생각이지만, 천인공노할 '직장계급 사회' '양극화 사회' '청년에 대한 희망 고문/약탈 사회'를 만드는 전형적인 사고방식이다. 연공서열을 당연시하고, 노동의 질을 묻지 않고, GDP 2.6을 당연시하면, 필연적으로 청년들의 몫은 ZERO(별의미도 없는 졸업장 딴다고 대학/대학원 다니고, 고시공시 낭인으로 사니까)거나 GDP의 0.5(알바) 일수밖에 없으니까!
네째, 우리의 고비용 구조다. 이 지독한 고비용구조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힘센 자들의 자제, 양보, 한마디로 중향평준화는 씨알이 먹힐 수가 없다.
과도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지도 않는 격차로 인해 교육시험 경쟁이 오죽 심한가? 이 핵심은 실은 공공부문과 관련 되어 있다. 고시공시는 공공부문 입사자격을 얻거나, 관리 발급하는 면허증과 관련 되어 있으니! 게다가 1960~80년대 도시 개발을 하면서 국공유지로 가지고 있어야 할 땅을 당시 권력과 정보가 앞선 자들(이들이 보수의 핵심일 것이다)에게 분할해서 팔아서 엄청난 부동산 불로소득을 처잡수시게 해놨기에, 수도권과 대도시 인구/산업 집중으로 인해 엄청난 근로소득이 부동산 소유주들에게 흘러가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자동차, 정유, 설탕, 대학 학비 등 너무 많은 업역에서 소비자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
(공공요금과 택시, 미장원, 이발소 등 완전경쟁 상태의 서비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싸서 어느 정도 만회할 것이다. 이래저래 독과점 업역과 부동산 불로소득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고 있다. )
19년 근속자가 얼마를 받으면 되겠냐고 캐 묻는 사람들이 좀 답답하다. 해외 물 먹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고용임금 사상은 왜 이리 논리적 정합성도 현실적 정합성도 없는지!! 해외에서 공부만하고, 직장 생활도, 살림살이(가계부)도 안해봐서 그런가? 아니면 부모가 상당히 고소득자라서 그런가? 을, 병, 정 같은 기업에서, 영세자영업 하면서, 노가다 하면서 40, 50, 60까지 일하는 사람들의 비애나 눈높이를 몰라서 그런가? 연봉 5~6천만원을 왜 이리 우습게 아나?
백 수십년 전 개화, 개방은 당시 대부분의 식자들과 백성들에게 결코 당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산업화, 민주화도 그랬을 것이다. 이 패악을 들먹이며 반대하는 논리가 엄청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무엇이 역사의 진행방향이었는지 명백하다.
상향평준화,하향평준화가 아닌 중향평준화, 공평한 직무급제, 실력주의사회, 소수의 빼어난 인재들과 기업가들에 대한 높은 보상은 개화만큼이나 명백한 방향이 아닐 수없다. 이것을 전제로 하고 코레일 사태와 한국 노동조합의 고용임금 사상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첫댓글 사회 디자인 연구소 소장인 김대호는 80년대 대우자동차 노동자, 노동상담소 활동등 치열한 노동운동에 참여했다
자신의 문제를 집어보고 무엇을 주장하고 무었을 해야하는지 온갓비난을 감수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이야기를
사회에 던지고 있는데 많은 지식인들이 욕먹는 예기는 입다물때 중요한 예기들을 서습없이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