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빨리도 흘러갑니다. 우리들은 푸른 꿈을 안고 의예과를 66년에 들어와 동숭동 캠퍼스와 청량리 예과 건물에서 공부를 하였었고, 본과로 올라와 대강당에서 진입식을 한 일이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해부학과 실험실, 본관 옥상 가건물인 도서실, 학생회관 등은 벌써 사라졌고, 한갓진 자리에 서있어 데이트 약속 장소이었던 히포크라테스 동상도 옮겨져 있습니다. 누가 묻더군요. ‘저 자리에 서양식 저택이 있었는데’. ‘아, 그건 스코필드선생님 댁이었어.’ 지금 우뚝 솟아 있는 동창회 건물자리이었지요. 병원으로 오르는 언덕에 위치한 붉은 벽돌의 연구실 건물, 그 앞에는 매혈자들의 누리끼리한 얼굴들을 보면서 올라가면 서있는 시계탑건물의 강의실에서 임상공부와 컨퍼런스, 낡은 병동에서 임상실습과 졸업생의 일부는 전공의 수련을 받았었고 수련이 끝나기 전 신축병원의 공사는 무려 십여년이 걸려 완공되느라 대학에 남은 또 일부를 빼고는 근무도 못해보았습니다.
행사의 전야제는 10월 13일 저녁에 팔레스호텔에서 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학을 졸업한지가 사십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니까 의사가 된지도 사십년이지요. 그동안 국내에서, 외국에서, 의학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을 한 동기들이 자랑스럽게 모였습니다. 졸업 후 처음 만난 동기들도 몇 분이 보이는 군요. 더구나 이즈음 대학을 떠나면서 자리를 바꾼 동기들도 많이 있네요. 준비위원장인 황순재동기와 오용호미주대표의 인사로 시작하여 우리 곁을 먼저 떠난 여러 동기들에 대한 묵념에 이어 좌석별 참석자의 소개와 우리들 중 제일 나이가 드신 이신재동기의 샴페인으로 건배가 있었습니다. 이어 시작된 만찬은 가족별 슬라이드 쇼를 보면서 넉넉히 준비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와인으로 계속되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어떤 가족은 내리 3대로 대가족인가 하면 어떤 가족은 아직 단촐하게 2대만이었지요. 전야제는 2부로 넘어가 Happiness란 주제 하에 추억의 사진전으로 임재훈 동기의 준비된 작품을 보며 웃고 느끼는 그런 자리이었습니다. 이어 Harmony란 주제는 왕년의 합창반 들이 나비넥타이차림으로 등장을 하여 우리가 설악산 졸업여행 때 불렀던 ‘사랑해 당신을’ 등과 동기중 가수부부인 김광현, 이경희의 10월의 어느 날, 그렇지요 지금이 바로 시월이지요. 이어진 Health란 주제는 박재형의 별난 퀴즈로 새로운 사실들을 ‘개구리는 동면 중 숨을 쉬지 않는다.' 등의 가르쳐 주었고, 박귀원동기의 BESTFRIEND의 낱말 풀이, 바둑 1등상으로 오수정동기, 항상 동기카페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식동기에게 카페지기 시상이 있었습니다. 또 이권전 동기부부가 제작하여 협찬한 도자기의 설명과 작품 이름 알아맞히기로 두 동기가 행운을 얻었고 얄팍하나 제일 알찬 경품권 추첨, 그리고 단체 촬영으로 내일의 여행을 기약하고 일단 끝내었습니다.
다음날 떠난 남해안 여행은 사실상 이번 행사의 하이 라이트이었지요. 시간약속이 엄격한 의사들답게 이번 행사 내내 철저한 시간 지키기로 일관 했었습니다. 또 모든 준비 하나 소홀함이 없었고 숙소와 식사 등도 크게 아쉬움이 없었던 건 준비위원회와 회장단의 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째 날은 압구정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간단한 아침도시락, 금산 휴게소에서 잠시의 휴식, 진주성에 도착하여 때맞추어 행사 중인 유등축제에 편승을 하게 되어 진주 시민과 같이 축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촉석루에서는 수주의 시, 논개가 생각나는 군요.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의암에 서서 논개의 마음을 생각해봅니다. 점심으로는 멍게비빔밥, 잦은 태풍으로 멍게 양식의 소출이 줄어 멍게는 보이질 않고 오로지 향만 나더군요. 버스는 남녘으로 달려 도착한 통영, 다시 배를 타고 도착한 한산섬. 충무공의 충정이 서린 성스러운 곳입니다. 오르는 길 양옆으로는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당신의 수루에는 무심한 관광객들만 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존경하는 옛 분으로는 충무공과 세종대왕이 아니겠어요. 그날 저녁의 마리나 리조트의 식사는 참 좋았으나 모처럼 만난 동기들끼리 마신 술이 조금 과하였나요. 미국에서 온 동기들은 시차를 해결하지 못하여 약간씩을 졸았고요. 자랑스러운 26회 동기 선정 발표를 하였고, 각각의 주특기들을 자랑하였었지요.
둘째날은 아침 식사 후 동양최초의 해저터널을 걸어서 통과한 뒤에 도착한 대우 해양 조선소는 그 규모의 거대함과 수많은 인원과 세계 유수한 건조실적을 안내자에게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습니다. 점심은 세 가지의 게장, 간장, 된장 및 매운 게장으로.
해금강 유람을 풍랑으로 인하여 약식으로 하고는 그림같은 외도 보타니아 관광, 그리고 각종 회로 가득 찬 저녁식사, 리조트에 돌아와서는 이관세동기의 ‘명화에 숨겨진 비밀’이란 해박한 명화감상 강의를 들은 후 홀에서는 노래방이 열렸었고, 다른 한 방에서는 MGR(mighy grand round)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셋째날은 이번 여행 중 유일하게 등산 프로그램으로 미륵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서 한려수도의 진면목을 보면서 정상에서 기념촬영까지 하였습니다.
점심은 굴정식으로 다들 맛있게 먹었고 이어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최참판댁을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 구경하였었고
바깥사랑채에 올라가 황금빛 악양벌판을 보았습니다. 정희현동기의 그림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화개장터에서 참게매운탕을 곁들인 저녁 식사 후 한화리조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었습니다.
넷째날은 시원한 해물된장찌개로 아침을 먹은 후 화엄사관람을 떠나 적멸보궁 앞에 있는 국보 4사자 삼층석탑을 이규덕동기의 해설, 불 지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각황전을 보고 남원 광한루로 이동을 하였지요. 여기에서 서울의대 졸업생을 안내하게 되어 자부심에 찬 가이드의 너무나 상세한 해설로 구경을 마치고는 오작교에서 기념 촬영, 추어탕으로 점심 식사, 귀경을 하다 안산의 개성집을 통으로 세 내어 푸짐한 동태 찜과 노래방으로 여행을 즐겁고 재미있게 끝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로 나누어 진행된 모교 방문의 날 행사는 한점의 차질도 없이 진행되어 모처럼 학생의 기분으로 돌아갔었고 가든 뷰의 중식으로 모든 공식행사는 끝이 났으나 안윤옥동기의 후의로 신청한 음악을 들으며 학림에서의 커피를 마셨지요.
정말 참석하신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사를 기꺼이 맡아 하신 회장단과 준비위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첫댓글 우선 간단한 후기를 올립니다.
난, 참석 못하였지만, 남도 여행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