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자양강장제
쌍화탕/광동제약 제공
뚜껑을 여는 순간 몸에 좋은 한약 냄새가 난다. 그래서일까? 몸이 으슬으슬할 때 데워 마시면 감기 기운이 금방 사라질 것 같다. 막상 마셔보면 기대한 만큼 효과는 없다.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 가장 먼저 찾게 된다. 약국에서 파는 ‘쌍화탕’ 이야기다. 사실 쌍화탕은 감기약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감기 때문에 콧물이 날 때, 기침을 하고 열이 날 때마다 찾곤 한다. 실제 쌍화탕을 먹고 감기가 나았다고 하는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감기약이 아닌 쌍화탕만 먹고도 감기 증상이 사라질 수 있을까?
◇쌍화탕, 피로회복 효과… 편의점 쌍화음료는 약 아닌 ‘차’
쌍화탕은 예부터 피로회복을 위해 먹던 보약이다. 1970년대 들어 광동제약이 광동쌍화탕을 선보였고, 지금처럼 약국에서 쉽게 구매해 먹을 수 있게 됐다. 쌍화탕에는 작약,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계피, 감초 등 9가지 약재가 들어있다. 구체적인 효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피로회복, 체력보강 등에 도움이 된다. 동의보감에서도 쌍화탕을 먹으면 피로감을 해소하고 땀이 나는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쌍화’라는 이름을 단 여러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약국 쌍화탕과 편의점 제품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쌍화음료는 쌍화탕의 특정 성분이 조금 들어간 혼합음료, 즉 일반적인 차(茶)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쌍화탕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일반의약품으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 효과·안전성을 인정받았다. 당연히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마신 뒤 일반의약품 쌍화탕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편의점 제품에 쌍화탕과 같은 성분이 들어갔다고 해도, 효과를 볼 정도로 많은 양이 들어가 있진 않다. 피로 회복이 목적이라면 편의점이 아닌 약국에서 ‘쌍화’ 뒤에 ‘탕’이라고 명시된 제품을 구매·복용해야 한다.
◇감기약 아닌 자양강장제, 증상 완화 효과 없어
쌍화탕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쌍화탕은 감기약이 아닌 자양강장제다. 자양강장제란 몸에 영양을 보충해주고 체력을 보강해주는 약으로, 쉽게 말해 피로회복제다. 쌍화탕 역시 몸이 허약하고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마시면 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뿐, 그 자체로 콧물, 기침, 발열과 같은 감기 증상 완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연구회 회장 오인석 약사(수지솔약국)는 “쌍화탕이 체력과 영양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쌍화탕만 마셔서 콧물, 기침, 가래 등과 같은 감기 증상이 완화될 순 없다”고 말했다.
◇약 함께 먹어야… 몸에 열 많은 사람 복용 주의
그럼에도 쌍화탕을 마신 뒤 감기가 나았던 경험이 있다면 둘 중 하나다. 일시적인 체력·면역력 저하로 인해 나타난 초기 감기 증상이었거나, 쌍화탕과 종합감기약을 함께 처방받아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몸이 살짝 으슬으슬한 정도일 때는 쌍화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쌍화탕에 사용된 원료가 혈액순환과 항염증 작용을 돕고 몸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콧물, 기침, 발열과 같은 증상이 없는 초기 감기에만 도움이 되며, 심한 감기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증상에 맞는 약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콧물이 나면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열을 내리기 위해 해열제를 먹는 식이다. 오인석 약사는 “비염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한 단순 코감기일 경우, 약과 쌍화탕을 함께 복용하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쌍화탕을 복용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감기로 인해 열이 높아졌거나, 평소 몸에 열이 많은 사람 등이다. 쌍화탕의 원료는 대부분 따뜻한 성질의 약재로, 이미 열이 많은 상태에서 해당 성분이 몸에 들어오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위장에 열이 많은 사람 또한 위장의 소화·흡수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전종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