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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바둑, 미치도록 좋지도, 그렇다고 싫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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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바둑이란 직업이 어려운 것을 알기에 바둑쪽으로 빠지지 못하도록 했다. 둘째도 재능이 있었다. 그것은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재능이었다. 만4살, 5살의 꼬마가 배운 바둑은 7살 무렵에 속칭 프로와 정선에 버틴다는 '강1급'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때쯤 아버지의 수준을 이미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재능을 보고 프로로 키우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이때부터 이른바 '신진서의 독학'이 시작된 것이다. 2012년, 드디어 아버지 신상용씨는 20년간 부산에서 해오던 바둑학원을 정리하고 둘째아들의 입단을 위해 서울 응암동에 터를 잡았다. 신진서의 재능을 발견한 부산의 바둑계 사람들이 그동안 강권하던 일이기도 했다. 서울 응암동은 신진서가 올 3월 들어간 충암도장과 가깝다. 아버지는 아들의 오래된 '독학' 스타일이 충암도장의 훈련 스타일과 어긋나 망가지지 않도록 둘째를 잘 돌봤다. 원래 이런 독학 스타일은 프로입단을 위해 전문바둑도장에 등록할 경우 원생 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충암도장의 한종진 지도사범도 그런 점을 특히 주의했다. 그래서 부산의 바둑신동 '신진서'의 '괴초식'은 더욱 탄력을 받으며 그대로 살아남았다. "신진서는 진작부터 프로의 실력을 가진 아이에요. 5년 안에 정말 큰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종진의 말대로 프로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던 신진서는 이날 제1회 영재입단대회에서 첫번째 주자로 테이프를 끊었다. 결과를 기다리던 인터넷 기자들과 K-바둑 윤상현 PD가 신진서 초단의 입단 인터뷰를 함께 했다. - 독학하다가 도장생활을 했죠. 입단 전 5개월동안 도장에서 실력이 강한 형들과 바둑을 많이 뒀을텐데 실력이 더 늘었나요? "바둑이 그렇게 쉽게 느는 종목이 아니라 단기간에 엄청나게 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도장에 들어오기 전보다 탄탄하고 두터워진 느낌이 듭니다." - 이번 입단대회 성적이 무패라고 들었는데요. 입단할 자신이 있었나요? "전제 12승이었요.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 12연승인데, 그런 연승을 할 수 있는 집중력은 이기는 것에 대한 즐거움에서 나오나요? "두다 보면 집중이 되서 재미있어요. 이기는 게 좋지만 져서 배우는 것도 많아요. 그래서 졌을 때도 (배울 것이 있었다면) 그리 나쁘지 않아요." 인터뷰는 한국기원 4층에서 했다. K-바둑이 동영상으로 인터뷰를 땄는데 더베스트(The Best)라는 이름의 촛점국 해설 프로그램이다. 신진서의 바둑을 인터뷰등의 자료화면과 함께 방영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의 눈이 그래서인가 더 걱정스럽다. 혹시라도 실수할까봐. 아버지는 "진서는 승부사 체질이 아니에요. 미치도록 바둑을 즐기지는 않고 또래들처럼 다른 게임도 좋아하고 놀기도 좋아해요. 다만 바둑을 싫어하지는 않을 뿐이에요. 중요한 대회에 나가서는 손을 부들부들 떠는 것도 자주 봤어요. 그래서 20년간 바둑학원을 꾸리면서 바둑이 힘든 생활임을 잘 아는 제가 좀 걱정이 됐어요." 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걱정과는 달리 아들은 천연덕스럽다. 어려운 질문에도 천천히 또박또박 부산 사투리 억양을 섞어 대답하는데 듣기 좋다. 신진서는 '독학'이라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일단 바둑학원을 경영하던 신진서의 부모님또한 최초의 바둑 스승이라 할 수 있고 , 부산지역의 어른들, 그리고 장수영도장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물론 기력이 성장하는 데 있어 스스로 공부하는 사람 특유의 기풍, 그러니까 공격성 같은 것이 강하긴 하다. "오늘 판이요(신민준과의 대국). 마지막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던 거라서요. 후회없이 잘 둔 것 같아요" - 신진서의 기풍을 이세돌 같다고도 하는데, 본인의 기풍은 어떤지? 어떤 프로가 되고 싶어요? "헤, 강한 전투형? 비슷하긴 해도 좀 달라요. 박정환처럼 되고 싶어요. 1인자가 되었는데도 쉬지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져요. 이창호 사범님도 1인자를 수십년 해왔는데 자만없이 바둑을 열심히 하시는게 멋있구요." 마치 입단 인터뷰를 준비 한 것 같다. 밖에서는 한종진 감독(스마트오로)이 도장에 같이 들어가기위해 신진서를 오래 기다리고 있다. -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평소처럼 했어요. 눈뜨면 기보를 놓아보구요. 사활을 풀다보면 너무 어려워서 진짜 1~2시간도 걸리는 게 있는데 풀었을 때 정말 기분 좋아요. 입단 대회 전까지도 크게 다를 거 없이 평소대로 도장에서 8시간 정도 공부했어요. 아침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집에선 인터넷 바둑을 두고 다시 기보공부를 했구요. 바둑에 지고나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도장이건 어디건 상대가 굳이 대국 신청을 내가 이길 때까지 받아주진 않잖아요. 그럴 땐 밤새도록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 바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하느라 뜸을 들이자 아버지의 말씀이 들려온다. 넌 바둑을 미치도록 좋아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해서 바둑을 미워한 적도 없잖니?) "네 그냥 바둑을 미치도록 좋아한 적도 없고, 바둑을 싫어한 적도 없어요. 그냥 주변의 공기처럼, 옷 입는 것 처럼 바둑은 제게는 그냥 제 생활이에요." 인터뷰가 끝났다. 조금 오래했다는 느낌이 들긴한다. 지도사범 한종진이 신진서의 손을 잡고 말한다. "이제 우리 진서를 놓아 주실 거죠?" |
첫댓글 한국 바둑의 샛별. 밝게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