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더 이상 기존 자연 재난·재해 대책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폭우, 태풍, 가뭄, 홍수, 폭설, 한파 등 단일 사안을 대상으로 그때마다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1년을 기본 단위로 중장기 자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재난 대책에 따라 반응하고 움직이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행정안전부 주재 폭염·가뭄 대처 상황 점검 회의가 열렸지만 40일 이상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에 어떤 뾰족한 대안을 제시했는가. 기본적인 대처 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자연 재난·재해에서 정부가 관여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 이상 기후로 발생하는 재난은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는 상태다. 같은 지역에서 한쪽은 40도 이상으로 펄펄 끓는데 다른 한쪽에선 4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적지 않다. 하물며 같은 지방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정부가 책상머리에 앉아 전국 상황을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난 재해가 변화무쌍할수록 해당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대응해 설계하고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극심한 폭염으로 울산시의 주요 상수원 중 하나인 회야댐에 녹조 비상이 걸렸다. 회야댐에 녹조 ‘관심’ 단계 경보가 내린 건 지난 2009년 이후 17년 만이다. 문제는 이미 녹조 범벅이 된 낙동강 원수가 회야댐으로 흘러 들어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울산시는 부족한 원수를 낙동강에서 끌어다 회야댐 등에 비축한 뒤 이를 수돗물로 정제해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돈을 주고 끌어다 쓰는 물이 회야댐 녹조 비상의 원인인데 울산시가 독자적으로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식수 댐을 건설하려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고 그 예산은 결국 정부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을 유치했다. 여러모로 미비한 여건임에도 의지로 관철했다. 역대 시정이 거듭 좌절했던 외곽순환도로 건설에도 성공했다. 태화강 국제정원 박람회 개최도 일궈냈다. 모두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끈질기게 밀어붙인 결과다. 자연 재난·재해 대응 대책 마련도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다른 광역지자체에 앞서 필요한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국제적 모델이 될 대응 대책을 수립해 ‘재난 대응 으뜸 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