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의 문장
최 병 창
불가피하다 해서
애먼 발길질로 허공을 걷어차면
숨을 내쉬어야 하는 제발만 아프단다
지평선이 아득하게
일몰 속으로 빠져든다
오르는 물가도
깊이깊이 가라앉으면 좋겠는데
애먼 발길질은 거기가 끝이었다
두드러진 모습이란
차 오르는 일몰같이
친밀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 자리를 옮겨 앉는 것
따끔거리던 등을 내리고
적자생존 속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움직이지 않는 중심은
흡사 회오리바람 같다면서
듬뿍 다가온 어둠이 갈림길에 멈춘다
말문을 닫고 있던 너였던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지
습관처럼 첫 단추를 쓸어내린다
한 줌도 건져내지 못한 애먼 발길질
어둠도 종점의 끝에서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니
허공을 빗긴 그림자만
두드러지지 않을 어둠을 밟고 있다
입술 붉은 홍 매화는 어찌하라고.
< 2020. 04. >
금낭화 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