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실버타운이라 하는 노인복지주택은 심각한 설계상 오류(기획의 오류)를 갖고 있습니다.
(실버타운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일정부분 수요는 있을 것이며, 일부 실버타운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현실은 실버타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분양에만 열을 올리고 갖가지 방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갈수록 넘쳐나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찬찬히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시간'과 '공간'으로 개념을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시간의 오류
우리사회는 어느덧 더 이상 실버타운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외국에서 도입된 것이 분명한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이 우리나라에서 정착되기도 전에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 것이다. 바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가 마치 도둑과 같이 우리 앞에 닥친 것이다.


"노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실버타운을 짓는 일은 조만간 쓸모없는 짓이 될 것이다" (실버타운 설계의 시간적 오류)
우리나라에 실버타운이 도입되던 시기였던 1990년 중후반에는 지금과 같은 초고령사회 현상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 무렵 대부분의 실버타운은 실버타운 입소자들에게 주어진 남아있는 시간을 약 5년~10년 정도로 예상하고 설계, 기획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은퇴후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의 기대 수명이라는 상상 그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일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이 왜 실버타운을 거부하는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간의 오류
실버타운의 '공간적 오류'란 다름아니라 실버타운이란 것이 본래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라는데 주목해야함을 뜻한다.
미국처럼 땅덩이가 넓고, 일찌기 개인주의가 발달한 곳에서나 어울리는 매우 제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고 부동산 가격이 비싼 곳의 경우 대규모의 실버타운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무모한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마지막으로 '비용 측면'을 고려해보자. 어느 실버타운은 보증금이 약 10억원에 달하고 매월 드는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른다. 이런 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노인들의 수가 많지도 않겠지만 설령 감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있다면 굳이 스스로를 고립(孤立, isolation)시킬 수도 있는 실버타운에 입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실버타운은 과다한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수익성은 높지 않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일종의 사양산업)이기도 하다.
일부 실버타운은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하겠지만 더 이상 확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실버타운 같은 '시설위주의 정책'보다 '주택'을 중심으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린 공통된 결론이기도 하다.

"실버타운에 비해 경쟁우위에 있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개념(지역사회 중심, 기존 공간의 활용)" (실버타운 설계의 공간적 오류)
첫댓글 그래도 실버타운은 필요할 것입니다..제 생각으로는 도심이나 주택단지에서 대중교통에 접근하기 좋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지역에 소규모로 실버타운을 건립하면 좋겠습니다...산속에 콘도를 짓듯이 짓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일상생활을 하기 좋은 위치에 작은 규모] 짓는 것이 좋겠습니다.... 분양보다는 임대방식이 더 좋겠습니다...개인이 짓기보다는 공공기관이나, 교회 등 종교기관, 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등이 건립하면 더 좋겠습니다....또한, 더 많은 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노인이 살기 좋은 유니버설 주택]이 병행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수요자(소비자) 중심이 되어야 할 자본주의의 성격이 매우 강한 '서비스 상품'인 실버타운이 우리나라에 잘못 도입되면서 이 '소비자 중심'이 완전히 빠졌습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희망이 없습니다.
교수님 말씀하신 해법은 실버타운(유료노인복지주택이란 이름의 유료복지시설)이 아닌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일본의 서고주 등)' 등으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가 결국 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