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감동을 만난 엔니오 모리코네 내한 공연!...Cinema Concerto in Seoul 2007
반세기를 활약한 세계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79세의 노구를 이끌고 한국 초연에 나섰다. 10월 3일 아침부터 경주를 출발하여 저녁 5시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들어섰다. 엔니오 모리코네를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청중들은 2시간 반 동안의 공연에 열광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감격하여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엔니오 모리꼬네(79)는 첫 내한공연에서 관객들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박수치는 관객에 총 8번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이 필요 없었다. 인상적인 멜로디, 풍부한 화성,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 등, 그의 음악은 그가 왜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영화음악가인지 말해 주었다.
일찍이 영화에 대한 감성이 예민했던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난 세계적인 히트작 마카로니 웨스턴(이태리에서 만든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의 영화음악인 [A fistful of dollars]의 휘파람 소리는 어린 나의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마카로니 웨스턴 3부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붉은 스트라이프 무늬의 망토 걸치고 담배를 물고 나타나고, 리반 크립이 냉혈한이 되는 [석양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석양에 돌아오다......이 음악을 ‘석양에 무법자’라고 언급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석양에 돌아오다’로 상영했었다. 이 영화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으로 세계 100대 명화에 거론되기도 한다]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음악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반세기 동안의 세계 최고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는 그렇게 만났다. 그는 초창기의 성공 뒤에 그대로 사라지지 않았고 40년을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그를 있게 한 세르지오 레오네가 만든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A fistful of dymite](석양의 갱들)들과 토니노 발레리의 [My name is nobody](무숙자), 롤랑 조페의 [미션],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 죤 휴스턴의 [천지창조], 헤르지 카왈레로비츠의 [막달레나], 웨렌 비티의 [러브 어페어], 배리 래빈슨의 [벅시]와 [폭로], 프랑코 제피레리의 [햄릿], 볼프강 피터센의 [사선에서], 로베르토 파엔자의 [Sostiene pereira]...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명작들은 위시하여 400여편의 OST를 제작했다니 그는 그 성실성과 천재성으로 이제는 하나의 거장을 이루었다고 봐야 한다.
사실 한국 같은 곳에서는 모리코네와 같은 천재가 태어났어도 세계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면 모리코네를 만든 사람은 영화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였다. 그가 당시에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마카로니 웨스턴에 그를 작곡가로 기용했고 그것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레오네가 단순한 오락의 스타일 영화에서 명화 만드는 감독으로 진화했듯이 모리코네도 마찬가지로 진화해 갔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은 엔니오 모리코네는 몰라도 그의 음악은 다 안다. 그만큼 그의 음악은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에 공연은 5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삶과 전설(Life and Legend)
[언터처블스]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데보라의 주제곡]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빈곤]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주제곡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1900의 전설]
4. 세르지오 레오네 영화의 신화의 모더니티(The Modernity of Myth in Sergio Leone Cinema)
[석양에 돌아오다]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석양의 갱들]
[석양에 돌아오다]의 [황금의 희열]
5. 비극, 서정, 그리고 서사시의 씨네마(Tragic, Lyric and Epic Cinema)
[타타르 사막]
[리챠드 3세]
[타타르 사막]의 [Reprise]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
[미션]의 [폭포]
[미션]의 [천상의 지구]......................................................로 연주가 진행되었다.
유명한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알제리의 전투], [시실리안] 등에 이어 우리에게 친숙한 마카로니 웨스턴 3부작 중 완결편인 [석양의 돌아오다](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주제곡이 시작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그리고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연주되자 탄성과 함께 큰 감동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1928년생인 엔니오 모리코네는 그의 나이로 볼 때 이번 한국 공연이 초연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내가 멀리 경주에서 아침부터 달려와 그를 만나러 온 데에는 그것이 하나의 이유였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가를 언제 다시 보겠느냐는 것이다. 수 많은 관중이 운집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그가 직접 지휘하는 음악을 듣고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감동의 도가니였다. 연주회의 음악의 음향이 시설 문제로 크게 충분하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모두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100명의 로마심포니오케스트라(Rome Symphony Orchestra)와 100인조 합창단을 지휘한 모리코네는 차분하고 섬세하며 안정감있는 지휘와 함께 그의 음악의 특징인 다양한 악기들, 일렉트릭기타, 하모니카, 신디사이저, 팬프루트, 봉고드럼, 기묘한 타악기와 관악기들까지 추가시킨 가운데, 메인은 거대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완벽히 표현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평생 그와 같이 작업을 한 멤버들이어서 그 감동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미션]의 [천상의 지구]로 연주가 끝나자 4500여명의 관객들은 하나도 자리를 뜨지 않고 앵콜을 외쳐댔으며 그 답례로 모리코네는 연 이어 3번이나 앵콜곡을 연주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네마천국]의 [사랑의 테마], [석양에 돌아오다]의 [황금의 희열], 그리고 [Here's to You]로 관객들에게 답례를 했다.
그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5번이나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명감독 마틴 스콜세스와 비슷한 경우로, 이탈리안이라는 이유로 탈락하다가, 지난 2월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뒤 "이 상은 착지가 아닌 출발을 의미한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과 노력으로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400여편의 영화의 OST를 남겼지만 그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얘기한 것이다.
‘Here's to You’로 세 번의 앙코르를 마친 그는 강의를 마친 교수처럼 악보를 챙겨들고는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퇴장 뒤에도 기립 박수는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그것은 우리 시대 최고의 거장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나의 생각도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엔니오 모리코네를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생애에 다시 한 번 이 거장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박수를 받을 때마다 왼팔을 지지대에 기댄 채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던 거장의 모습을 한국 팬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밤늦게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의 심포니의 웅장하고 현란한 연주와 그 앙상블로 이어진 그 거대한 영화음악의 감동은 내내 내 가슴에 저미어 왔다. 빗길을 달려 새벽 2시가 되어서 경주 근교에 이르렀을 때에 [시네마천국]의 [토토의 테마]가 우리들의 마음을 다시 설레게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