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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
※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31]
바지주머니에 오른손을 찔러 넣은 체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후락이와 바닥에 너저분히 놓여있는 내 가방을 주워드는
랑해의 모습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가방을 찢어놓았던 여자애들은 ‘이건 또 웬 기사’냐는 시기의 눈으로 입술을 물어뜯는 반면
남자애들은 바닥에 침을 뱉으며 강한 척을 해보였다. 그들은 후락이와 랑해가 우리보다 한 살 적은 고1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윽고 후락이가 나에게 당도했고 곧 남자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넌 또 뭐야?”
내가 바라보는 위치에서 왼쪽에 서있던 남자애가 후락이에게 물었다. 후락이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김후락.”
“야! 누가 언제 네 이름 물었냐? 그럼 내 이름은 이철수다!”
“근데?”
“근데는 뭐가 근데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왼쪽에 서있던 남자애가 흥분을 하자 오른쪽에 서있던 남자애가 손을 가슴 위까지 척 들어올리며 그를 저지했다.
이를 본 후락이가 눈동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린다. 이제 후락이와 오른쪽 남자가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말고 네들 갈 길이나 가라.”
왼쪽에 비해 조용히 얘기하는 오른쪽이다. 아주 잠깐 후락이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너무 울어 눈이 벌겋게 충혈 된 나를….
후락이는 다시 오른쪽 남자를 보았다.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네 등 뒤에 있는 여자가 내 상담교사라서.”
“뭔 교사? 지랄을 하네. 오춘자가 교사면 난 박사다! 이 새꺄!”
왼쪽이 소리쳤다. 날 굉장히 무시한다. 그래도 성적은 중상위권을 항상 유지하던 나인데.
“박사? 생긴 건 완전 특수반(부진아반) 반장인데? 킥.”
“뭐, 뭐라고? 이 자식이!!”
“이철수, 닥쳐.”
오른쪽의 말 한마디에 흠칫하며 폭발한 화를 억누르는 왼쪽이다.
오른쪽 남자애가 신사적인 자세로 교복재킷을 벗으며 후락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꺼질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이런 말을 하는 걸로 보아 이 남자아이 조금은 강한 듯 했다.
“흥. 나랑 맞장이라도 떠보자는 거냐?”
하지만 후락이는 전혀 기가 죽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남자들은 주먹을 들었고 먼저 선방을 날린 사람은 오른쪽 남자애였다.
그렇지만 자신 있게 던진 선방은 빗나가버렸고 다음 주먹을 날리기도 전에 후락이의 발에 차여 담벼락에 등을 부딪친 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를 본 왼쪽 남자애가 다시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해내며 후락이에게 덤벼들었다.
여자애들은 이미 멀찍이 떨어져 싸움구경을 하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나 때문에 벌어진 싸움이라 후락이가 다치기라도 할까 발을 동동 구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가슴만 졸였다.
그때 내 시야를 낯익은 가방 하나가 가려버렸다. 너덜너덜해진 내 가방이다.
“후락이는 걱정 마. 상대방 남자들을 걱정하는 거라면 괜찮지만.”
내 가방을 주워준 랑해의 표정이 자신만만이다.
“후락이가 이길 확률 99%, 누나네 학교 남자들이 이길 확률은 1%.”
랑해가 내린 비율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하듯 우리 학교 남자 2명은 후락이에게 무참히 깨지고 있었다.
싸움짱이라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윽. 튀자!”
멋있는 척 폼만 잡던 오른쪽 남자애의 외침에 여자애들까지 덩달아 줄행랑을 쳤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후락이, 랑해. 그리고 볼품없게 변해버린 내 가방이다.
나는 힘없이 가방을 끌어안았다. 울음을 그친 지는 꽤 되었다.
“너 학교에서 맞고 살았냐?”
후락이가 날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아니야. 지금은….”
“그럼 예전에는 맞고 살았다는 거네?”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
날 도와줄 사람을 내려 보내준 하늘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으련만 난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 사람이 후락이와 랑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미 가방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후에 보내줬다는 점이다.
가방은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찢어져버렸다. 이제 설우를 무슨 낯으로 볼지 앞이 캄캄하다.
“대답 안 하는 거 보니 진짠가 봐.”
랑해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래, 이 놈들아! 나 등신 같이 맞고 살았다! 그게 뭐 어때서?!”
…라고는 절대 창피해서 말 못한다. 솔직히 자랑할 일도 아니니까.
정말 두 사람에게 못 보여줄 것을 보여주고 말았다. 오늘 있었던 그 사건은 내 수업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덕분에 아이들(특히, 후락이)이 내게 가졌던 신뢰가 조금 깎이고 말았다. 그래도 ‘다’가 아닌 ‘조금’이라는 게 어딘가! 하고 생각해본다.
후락이와 랑해는 아직 이 사실을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제1과정이 ‘따돌림 당하는 이유를 알자’라는 주제로 진행이 됐다면
오늘부터 들어갈 제2과정은 ‘서로를 알자’라는 주제로 진행이 될 거야.”
“서로를 알기 전에 선생에 대해서 먼저 아는 게 더 중요할 듯싶은데.”
후락이가 끼어들었다. 빈정대며 말을 하는 게 나를 곯려주기로 작정을 한 것 같다. 난 녀석의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제2과정은 앞으로 약3개월간 이루어질 거야.”
“몇 과정까지 있는 데요?”
비야가 손을 들고서 물었다.
“5과정까지. 3과정은 서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는 시간이고 4과정은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시간이야.
그리고 마지막 5과정은 변화된 자신을 확인하는 시간이지. 왕따에서 벗어났다면 전 과정을 모두 완벽하게 끝낸 것이고
만약, 전과 다름없는 학교생활이라면 6개월간 헛고생만 한 게 되겠지.”
“누구한테 가장 필요한 교육이로구만.”
또 후락이다.
난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이유를 물을까봐 금방 울상을 풀었다.
랑해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데 왜 저 자식은 입을 못 놀려 안달인 걸까? 친구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렇지. 너한테 가장 필요한 교육이지.”
이때 랑해가 나를 도와주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한 글자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해주었다.
난 튀어나오려던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괜히 눈치 없이 웃었다가 후락이 녀석이 언제 또 모든 사실을 불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왜! 누누이 말하지만 난 따같은 건 절대 아니야! 내가 애새끼들을 따돌리는 거지!”
어느 쪽이 사실인지 언제 한번 남산고(후락이와 랑해가 다니는 학교)에 가서 확인을 해보고 싶다.
오늘은 딱히 갈 데도 없어 그냥 우리 집에서 놀기로 했다.
자유시간을 주자 랑해는 우리 아빠의 서재로 가더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가 제일 먼저 책장에서 빼내본 책은 프랑스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라는 소설책이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의 소설이라 우등생 랑해가 읽지 않았을 리 없다고 생각이 돼 그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너 이 책 안 봤어?”
“날 뭘로 보는 거야? 당연히 봤지! 한 3번은 봤을 걸?”
“그런데 왜 또 봐?”
“아…갑자기 기억이 안 나는 게 있어서 확인해보려고.”
“뭐가 기억이 안 나는데?”
후락이가 책을 여러 장 넘기며 대답했다.
“183페이지에 보면 아빠가 아들에게 크리스마스선물로 어항을 주거든?
그 어항 앞부분에 달려있던 계기판에 적힌 문구가 생각이 안 나서 그래.
<융합>,<중력>,<폭발>,<담그기>,<고열굽기>,<저열굽기>,<분산>,<고압>,<저압>,<안개>,>…
도무지 마지막이 뭐였는지 기억이…아! 찾았다.”
183페이지를 펼친 랑해가 소리쳤다. 그는 막혔던 장이 뚫린 것 마냥 후련해했다.
“아, <벼락>이었구나. 이제야 생각났네. 하하하.”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다. 왜 그런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 걸까?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왔다. 화장대에 앉아있는 비야가 보인다. 그녀는 내 고데기로 머리를 말고 있었다.
“도와줄까?”
“아니요. 혼자 할 수 있어요. 근데, 언니는 화장품이 이게 다예요?”
“응. 왜? 필요한 거 있어? 그래도 로션이랑 스킨은 있는데.”
“그것까지 없으면 여자가 아니죠. 전 기초화장품은 디올과 샤넬제품으로 두 세트나 가지고 있다고요.
게다가 그 뿐 아니라, 버버리, SKⅡ, 베르사체, 안나수이 등등 향수만 해도 20개가 넘어요.
선생님, 설마 아이크림도 없는 건 아니죠? 눈 밑 주름은 지금부터 예방을 해야 되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팩 좀 하시구요.
그래야, 저처럼 탱탱한 피부를 가질 수가 있다고요.”
......
듣기 싫어서 뒤에 위치해있던 컴퓨터로 이동했다.
컴퓨터 앞에는 우리 중학생 소년들이 오붓이 앉아있었다. 열심히 게임 중이다.
“재미있니?”
녀석들이 귀여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둘 다 대답이 없다. 다시 한번 물었다.
“재미있냐고.”
이번 역시 두 녀석 다 못들은 척 한다. 결국 난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재미있냐고 묻잖아!”
“아씨! 지우머리에 이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귀찮다는 듯 소리를 꽥 지르는 소유였다.
이게 또 웬 헛소리야? 내가 언제 지우머리에 이가 있는지 물어나 봤냐고!
잠시 생각해보니 소유 녀석은 ‘쟤 이 있어?’라고 들은 것 같았다.
사오정은 모자에 귀가 가려서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지만, 이소유 넌 뭐 때문에 말귀가 그렇게나 어두운 거냐?
쾅!! 거대한 대포소리가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더니 두 사람 사이에 희비가 교차했다.
이긴 사람은 소유고 진 사람은 지우였다.
“악! 지우야, 도대체 게임을 왜 그렇게 한 거야?”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우 본인이었다.
“아니야. 처음엔 내가 거의 다 이긴 게임이었는걸? 우리 구역 뒤에 대포가 숨어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
정찰병을 뒷마당에도 한 마리 보내는 거였는데.”
지우는 자신이 패한 원인에 대해 요밀조밀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또 다시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 것이다.
방에서 나와 거실로 갔다. (한 일도 없지만)쉬기 위해 소파에 앉았다.
잠시 후 후락이가 다가왔다.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너 내일 학교 가면 또 맞는 거 아니냐? 걔네들한테.”
내 이럴 줄 알았다. 또 밖에서 있었던 일을 꺼내놓는다.
“안 맞아.”
설우가 있어서….
“선생님 때메? 너 솔직히 말해봐. 너도 왕따지? 그래서 왕따들 불러놓고 친구나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 아냐?”
“아니야! 난 이제 왕따 아냐! 학교에 남자친구도 있는 왕따 봤어??”
“우왕! 남자친구도 있으셔? 그 얼굴에 의왼데? 남자도 너처럼 생겼냐? 원래 끼리끼리 사귀잖아.”
이…이게 사람 무시하네?
설우와 함께 다니다보니 성격까지 전염이 돼버린 것일까? 어울리지 않게 욱해버렸다.
“아니야! 아니라고! 설우가 얼마나 잘 생겼는데! 넌 설우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걸?! 이건 내가 장담해!”
이 한마디에 후락이의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내게 진지한 어조로 묻는다.
“자신이 넘치나 보구만? 그래, 어디 네 애인 면상이나 한번 보자. 당장 사진 까봐.”
“사진? 그런 거 없어.”
“사진만 없는 게 아니라, 애인도 없는 게 아니고?”
후락이는 끝까지 나를 무시하며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설우의 존재를 거부하려고만 하다니.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후락이의 잘난 콧대를 확 꺾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끝내 물을 엎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내일 봐! 내일 누가 더 잘생겼는지 한번 대보자고!”
엎질러진 물은 이제 주워 담을 수없게 되었다.
하는 수없이 걸레로 물을 닦아 일을 마무리 지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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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세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으려고 했는데..
비가 오네요. =0=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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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까이야기□
First Story。그녀석의 슬픈인형.
Second Story。ⓐⓝⓖⓛⓔ'ⓣⓞⓡⓨ.
Third Story。전국 고교 일진협회.
Forth Story。춘자고교 왕따 오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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