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간 '아빠 어디가' 가족들은 짐승이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테이블매너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사랑스런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60년대 충북 영동읍내에 미국인 선교사 부부가 세운 작은 교회가 있었다. 헌데 딸아이가 학교에 갈 때가 되었는데 달리 보낼 곳이 없자 교회에다 초등학교를 차렸다. 어머니가 교장이고 학생은 단 한 명뿐인 학교였다. 그러자 동네 어른들과 유지들이 미국식 서당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견학을 하기 위해 교실 뒤쪽에 앉았다.
헌데 처음 일주일 동안은 종일 내내 혼자 머리 빗는 법을 가르치고, 다음 일주일은 혼자 갖가지 옷을 입고 벗는 법을 가르친 다음, 셋째 주부터야 드디어 알파벳을 가르치더라는 것이었다. 해서 모두들 “역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최근 방영한 모 방송국의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를 글쓴이가 보고 느낀 일을 올린 글인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올립니다.
<아빠 어디가> 한편을 보고, 그 중 식사 장면에서 테이블 매너를 점검해 보았다.
테이블 매너를 하나씩 짚어 보자.
먼저 아웃도어와 인도어 구분이 안 되는 한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백을 가슴에 그대로 건채로 소파에 거꾸로 뒤집어 누워 몸을 뒤틀어대면서 핸드폰 귀에 얹어놓고 전화를 하고 있다. 아마도 평소 집에서 제 아버지가 하던 것을 따라 한 것이겠다. 남의 집 소파에서 동물처럼 뒹굴다니! 훈육이 안 된(undisciplined) 아이. 서구의 관점에선 인격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개(犬)과로 본다. 다시 말해 끝난 인생이다.
우선 호스트(주인)가 반팔로 식사하고 있다. 실내 기온이 그만큼 따뜻하기도 했겠지만 식사 중에는 아웃도어 옷인 후드 잠바는 벗는 것이 예의다. 또 다른 한국인 출연진 가족은 모두 아침에 바로 로케차 외출하기 위해서인 모양인데 미리 파커를 챙겨 입고서 식사를 하는데 이도 잘못이다.
빵바구니를 식탁에 가져다 놓던 아이가 그 자리에서 빵을 집어 든다. 그것도 모두 다 차지하겠다고 들었다 놓았다 하며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을 손으로 이리저리 만졌다. 서구 문화의 시각에서 보면 경악할 대형사고. 남의 음식에 침 칠하듯 더럽힌 것이다. 빵은 호스트가 식탁에서 각자의 접시 위에 나눠주며 드시라고 하기 전까지 그 소유권은 호스트에게 있다는 사실. 어차피 먹을 건데 미리 먹으면 어떠냐고 관대하게 생각하겠지만 실은 주인의 빵을 도둑질한 것이다. 버릇없는 개가 그러듯.
더구나 그 아이는 음식들이 모두 제 자리에 차려지고 이어 주인집 아저씨 선도로 냅킨 펴며 행해지는 식사 개회선언 하기도 전에 배고픔을 못 참고 식탁 주변에 서서 빵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입으로 베어 먹고 있다. 어떤 음식이든 식탁을 벗어나면 안 된다. 주인집 아이들처럼 식탁에서 먹어야 하고 빵은 입에 들어갈 만큼 조금(thumb, 엄지손가락 윗마디 분량 만큼)씩 뜯어먹어야 한다. 그리고 식탁에서도 빵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는데 이도 금물이다.
어느 연예인 아버지는 식사 시작하면서 건배를 하는데 한국식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무례를 범했다. 마치 자기가 돈 내어 밥을 사는 모양새로. 일단 테이블에 앉으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절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게다가 역시나 한국의 아버지나 아이들 모두 상대방 눈을 보지 않고 잔을 보고 엉터리 건배를 했다.
어른이 있는 공동체 식사자리에선
아이들도 성인에 준하는 인격체 예법을 지켜야
아이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앉아서 춤을 추는데 서구에서 그랬다간 바로 귀싸대기 올라가고 쫓겨나 굶어야 한다. 또 한 아이가 키가 작아 겨우 식탁에 머리를 올려 식사를 하고 있다. 이때에는 반드시 두터운 깔개(혹은 전화번호부 책)를 달라고 해서 높여주어야 하고 등 뒤에는 쿠션을 가져다 받쳐주어야 한다. 그런 게 아버지가 챙겨야 할 일이다. 주인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질려서 그냥 모른척한 것이겠다.
한 아이가 연신 포크를 빨아대고 있다. 또 한 아이는 손가락으로 음식을 찍어 먹고 있다. 호스트의 숟가락이 가기 전에 즉, 식사 개회선언 전에 손님이 먼저 손가락을 댄다? 절대 금물이다. 한 여자 아이가 식사 중간에 머리카락을 마구 긁어댄다. 모조리 서구 사람들은 개(犬)가 하는 버릇으로 여긴다. 식사 중 할리우드식 오버 액션을 하면서 억지로 아이들의 자리바꿈을 시키고 있다. 역시 완전 무례다. 어처구니없어 당황해 하는 주인집 아이들. 그걸 재미있다고 억지 해석하는 한국 아버지와 촬영진들. 완전 난센스다.
캡 모자를 쓰고 식사하는 한국의 아버지. 아닌 밤중에 비니 모자 투구로 완전 군장까지. 그게 무 매너인 줄도 모른다. 연예인이니까 그런 게 제멋이고 특권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팔꿈치를 식탁에 올려놓은 여자 아이. 손만 올려야 한다. 머리를 박아 고기를 입에 물고 뜯어먹는 아이, 소시지를 입으로 잘라먹는 아이, 모두 나이프로 적당한 크기로 잘라 먹어야 한다. 음식을 씹을 때 입을 벌리고 쩝쩝대며 먹는 아이. 식사 중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 접시에 입을 대고 빗자루로 쓸어대듯 음식을 폭풍 흡입해 먹는 아이.
식사가 마치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다 먹었다고 거실 바닥에 나가 나뒹굴며 노는 아이들. 주인집 아이들은 그러고 싶어 하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어른들과 함께 끝까지 앉아 있다. 그랬다간 나중에 내릴 끔찍한 벌이 두려운 게다. 식사 중 의자에 올라앉아 쉬지 않고 노닥거리며 제 아버지더러 계속 입에 음식을 넣어달라고 보채는 아이. 개별 인격체, 아이의 자주성을 무시한 처사로 유아가 아닌 이상 스스로 제 도구를 사용해야 마땅한 일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직무유기를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다.
▲ 접시에 입 대고 음식물을 쓸어 넣기.
▲ 고기 입에 물고 뜯어먹기.
▲ 식사를 마치기 전에 한국 아이 둘은 자리를 떠 마루에서 뒹굴고 있다.
▲ 주인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식사 시작 전에 빵을 집어 먹고 있다.
아침에 세수도 않고 식사자리에 부스스 나온 아버지와 그 아이들. 식탁에서 얼굴 부비고 머리카락 만지기. 토일렛 세면기 놔두고 키친 싱크대에다 아이를 세수시키고 머리 감기는 아버지는 아이를 식재료쯤으로 여기는 모양.
도무지 싸가지라곤 찾아볼 수 없음에도 귀여운 아이들? 아무렴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엽다 친다하지만 그 망나니 고슴도치 가족들이 공중파 TV를 통해 뿌려대는, 전염성 강한 어글리 코리안 DNA 가시들로 대한민국 남의 자식들까지 다 망가뜨린 그 무개념 아버지들의 책임은? 그게 아니면 시청자들더러 제 자식 개판치고 망가지는 것을 보고 쾌감이라도 느끼라는 것인가?
아무렴 뉴질랜드 주인집들에선 웬 개떼들이 한바탕 집구석을 휘젓고 간 기분이겠다. 그 아버지들과 그 아이들이야 그렇다 치고 함께 따라간, 화면에는 나오지 않은 촬영진들은 또 얼마나 개판치고 왔을까?
혹여 자녀들의 식탁 테이블매너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2013년 12월 8일 방영된 MBC TV '아빠 어디가-뉴질랜드에 가다 3부'를 다시 한 번 보기를 권한다. 그 나라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확연하게 구분이 되고 있으니 이만한 교육(?)자료도 다시없다. 양반과 상것, 인격과 짐승격의 극명한 대비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
아이들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 하지만 방송에 나온 그쪽 뉴질랜드의 어느 집 아이도 외양으로 비쳐보이는 그 마음 속내에서 그처럼 매너(싸가지)없이 식사하지 않았다. 그 가정들이 중상류층도 아닌 그냥 평범한 가정이다. 남의 나라 식습관이 우리와 다를진대 그걸 비교해서 비하하는 건 지나치지 않나? 물론 식사도구와 음식이 다르고 절차도 다른 점이 있다.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배우게 하며 가르쳐가며 식사를 시켰어야 했다.
고작 애들 프로를 가지고 너무 심한 얘기 아니냐고 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실은 그게 더 문제다.
'동물농장'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어쩌면 그보다 못한
이런 불편한 진실을 알고는 계십니까, 그 많은 기러기 아빠님들?
비자 연장시 면접 시 옷이나 머리 매무새도 심사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엊그제 기껏 공부시켜 하버드대학에까지 보냈더니 시험을 치르기 싫어 학교에 폭발물 설치했다고 협박 메일 보냈다가 쇠고랑 찬 한국유학생도 있다.
세상을 망치는 일은 반드시 높은 양반들만이 하는 것 아니다. 필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자식들의 공부도 중요하고 자유분방한 개성도 중요하고 ‘끼’를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사람 됨됨이에 필요한 기본기는 가르쳐서 내보내야겠다. 아무렴 그 많은 비용을 들여서 아이를 사람으로 받아주지도 않을 문명사회에 유학 보낸들 뭘 배워 오겠는가. 분명 배운 것보다도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부모의 의무가 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헬렌 켈러의 일생을 그린 영화를 구해보고 설리번 선생이 헬렌에게 맨 먼저 가르친 과목 테이블 매너가 왜 그토록 중요한 지 자녀들에게 일러주었으면 한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가족 얘기를 다룬 미국 TV 드라마 ‘소프라노스(시즌 1-6)’의 가정내 식사장면 화면자료도 검색해보기 바란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가정에서의 공공 행위, 식탁을 통제하지 못하는 가장이 기업을 잘 운영해낼까? 이탈리아에 가족 기업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테이블 매너 교육은 유아기부터 시작해야
- 축하자리 샴페인 외 와인은 안 마신다.
- 냅킨을 무릎 위에 제대로 놓을 자신이 없으면 목에 찔러 건다.
- 스파게티 먹을 때 자신이 없으면 포크에 보조도구로 스푼을 사용해도 된다.
- 커피는 안 마신다. 몸에 해롭기 때문에. 디저트 요리로 식사가 끝이다.
이왕 참고로, 글로벌 선진문명사회권에서는 위 4가지 사항 외 어린이용 테이블매너는 따로 없다. 그 외는 모두 성인처럼, 다시 말하면 어린이도 식탁이라는 공적(公的) 장소에서는 사회적 인격체답게, 행동할 것이 요구된다. 대화에도 일정부분 참여해야 하므로 대화거리도 자기 나름껏 자동 준비해야 한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첫댓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