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는 경기도 북부의 행정 중심지이다.
분단 이전에는 원산으로 가는 길목이자 양주의 중심지였고,
분단 이후에는 서울을 방어하는 군사도시의 역할을 맡았다.
특히 6.25 전란 이후에는 시내 곳곳에 부대가 주둔하여 도시 발전에 차질을 겪었지만,
미군기지 이전 및 306 해체로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도약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그러나 버스터미널만큼은 과거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침체에 빠져있다.
신터미널이라는 이름을 붙인 채 1990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해온 의정부터미널은,
과연 신터미널이 맞는지 의문스러울 만큼 낡고 비좁은 시설로 말이 많다.
대다수의 의정부 시민들은 만성적인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주차 공간이 없어 기사 입장에서도 여간 까다로운 터미널이 아니다.
분명히 구터미널에서 이전해왔을 때에는 새로운 기대를 한몸에 받았겠지만,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하나의 계륵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 의정부터미널의 오늘을 잠시 찾으러 간다.
의정부터미널에는 정확히 5년 반 만에, 4차 투어의 첫 일정으로 다시 방문했다.
첫 번째로 왔을 때와는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적인 차이가 난다.
그 시간 동안 의정부시는 엄청난 격동의 세월을 겪었다.
격변을 상징하는 가장 큰 시설은 경전철이다.
경전철 역이 생기면서 하천을 건너는 구름다리가 생겼고,
구름다리 너머로 보이는 고가와 높이 솟는 고층건물은 의정부의 변화를 상징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의정부는 고층 제한이 심하여 이렇다 할 고층 건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도심 곳곳에 하늘을 뚫을 듯한 건물이 삼삼오오 올라가고 있다.
시내 부지를 잡아먹던 군부대가 죄다 이전하고 고층건물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또한 민락지구가 들어서면서 코스트코, 3번국도 우회도로, 포천 고속도로가 생기는 등
의정부는 지난 10년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버스터미널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의정부같이 발전 속도가 빠른 도시에서 낡고 후진 인프라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10년 전에도, 지금도 의문이었지만 여기는 '신터미널'이다.
신터미널이 이런 모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지난 10년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아마 필자뿐 아니라 의정부터미널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점일 테다.
터미널이 있는 위치는 의정부역, 행복로, 부대찌개거리가 있는 중심지와 매우 가깝다.
즉, 의정부시의 심장이자 교통의 젖줄에 위치한 곳이다.
게다가 의정부시가 그렇게 크지도 않아서 의정부IC, 동의정부IC 모두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입지만 보면 더 이상 좋은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최상급이다.
그러나 정작 신터미널은 너무 열악하고 낡은 구식 시설이어서 이용이 불편하다.
휠체어 하나 지나가기도 버거울 만큼 좁은 인도를 사이에 두고,
2층짜리 길쭉한 건물에는 새까만 때가 잔뜩 끼어있다.
심지어 건물 높이가 맞지도 않아서 건물에 들어가려면 인도에서 세 계단 정도 내려가야 한다.
건물을 지을 돈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기술력이 없었던 건지,
아무리 지은지 30년 가까이 흘렀다지만 어떻게 건물을 이렇게 지었을까 싶다.
10년 전인 2008년 방문 당시에도 낡고 우중충한 느낌이 강했던 것을 상기하면,
건물을 지을 때부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이렇게 낡고 비좁은 시설 때문에 의정부터미널은 실제 수요에 비해 사람이 많아 보인다.
의정부터미널은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2,000명이 이용하는 터미널이다.
의정부 인구가 44만 명 + 양주, 동두천, 포천에서 찾아오는 환승객까지 포함하면
수요가 그렇게 많다고 볼 수는 없는 숫자인데도 불구하고,
대합실은 언제나 사람들로 정신없이 북적인다.
버스터미널을 옮겼을 당시에 지금처럼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측을 못 했던 걸까?
아니면 이만하면 충분히 크다고 생각해서 지어놓은 것일까?
만약 의정부가 성남, 수원처럼 사람 많은 터미널이었다면,
건물 밖에서 버스를 기다릴 정도로 사시사철 미어터졌을 것이다.
건물 중앙의 매표소는 하필 복도 공간을 잡아먹는 위치여서,
건물 양옆을 지나가기가 상당히 불편하게 되어있다.
지금은 모바일 예매 및 무인발매기가 활성화되었지만,
반대로 2층에 있던 고속버스 대합실이 폐쇄되어 이곳에만 사람이 몰리는 구조로 바뀌었다.
30여 년 전 건물을 지을 때 동선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으니 그 대가를 수십 년째 치르고 있다.
이래뵈도 의정부터미널은 꽤 많은 노선이 들어오는 대형 터미널이다.
경기북부 행정 중심지로서 자체적인 기반이 탄탄하기도 하거니와,
교통이 불편한 경기도 동북부에서 지방으로 가기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 군부대에서 복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동서울과 함께 의정부가 아주 익숙한 터미널이다.
지방 노선 횟수를 살펴보면 대전 12회, 청주 11회, 전주 / 천안 7회, 부산 / 강릉 6회,
광주 / 대구 5회, 익산-군산 4회, 마산-창원 3회(주말 4), 구미 3회, 울산 / 충주 2회 등이다.
대체로 노선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횟수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영월-태백 7회 / 원주-제천 5회, 홍천-속초 4회, 당진-서산-태안 3회, 세종 2회가 있으며,
수도권으로는 안산 5회, 이천-장호원 4회, 평택-안성 3회가 운행되고 있다.
다양한 지방 노선에 비해 수도권은 상당히 부실하다는 걸 알 수가 있는데,
인천 및 천안까지 연결되는 1호선이 큰 영향을 끼치며,
경기순환버스의 영향으로 단거리 시외버스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의정부에는 포천, 철원 방면으로 가는 시외버스가 자주 들어온다.
3001번과 3002번 시간표가 A4용지에 따로 안내되어 있는데,
단거리 시외버스 중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된 노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천, 철원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은 이 노선을 통해 의정부에서 간혹 환승하기도 한다.
의정부터미널이 포천, 철원 방면 시외버스의 중간 경유지이면서,
인천으로 가는 3700번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신성에서 KD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횟수가 크게 줄어 현재는 하루 16회(1시간 간격)가 전부이다.
송추-장흥-고양동-원당-화정-능곡-김포공항-오정동-갈산동-부평-석바위 등등
수도권에 남은 몇 안 되는 완행 시외버스로서 의미가 있다.
3300번도 몇 안 되는 완행 시외버스라는 의미가 있으나 3700만큼은 아니다.
포천 고속도로 개통 이후 의정부에서 잠실까지 무정차 운행을 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선진에서 KD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횟수가 크게 줄어 하루 12회가 전부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있기는 하나 비교적 최근에 뚫렸기 때문인지,
의정부터미널은 거리 대신 요금이 다소 비싼 편에 속한다.
특히 차로 30분,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동서울터미널과 차이가 심하다.
의정부터미널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요금이 비싸다고 해도 서울까지 나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자체 경쟁력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포천, 철원, 양주, 동두천, 연천에서 넘어오는 환승객까지 있으니
잠재력은 상당히 재워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군인을 비롯한 환승 수요의 대부분은 최근 들어 동서울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군인 및 환승 수요의 영향이 없는 3700번의 경우에도,
부평까지 7천원 가까이 나오는 비싼 요금 때문에 경쟁력을 거의 상실한 상황이다.
버스는 비싸고 시설은 너무 열악하니 시민들조차 이곳을 찾아야 할 메리트가 떨어진다.
노선 숫자에 비해 횟수는 적고, 특히 수도권 시외버스 노선이 멸종위기라는 점은
의정부터미널의 현 위치를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도세는 커져가는데도 불구하고,
터미널이 갖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에는 지금쯤이면 새로운 건물을 짓고 터미널을 바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머지않아 터미널을 갈아엎을 듯한 느낌이 강했고,
실제로 그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신축에 관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나고 개장 30주년을 앞둔 현재에도 감감무소식이다.
시설 노후화 자체는 그러려니 해도, 수요에 비해 너무 비좁은 대합실과 승차장, 주차장
그리고 장애인에게 너무 불친절한 동선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그 흔한 리모델링조차 없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조금만 선을 넘으면 부딪힐 것 같이 아슬아슬한 승차장 역시 그대로이다.
실제로 5년 전 이곳에서 얼음에 미끄러진 버스가 대합실까지 돌진한 대형사고가 터졌었다.
당시 뉴스를 보고 경악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른다.
요새 건물들은 어지간해선 버스가 벽에 박을 일이 없고,
실제 있다 해도 벽을 뚫고 지나간다는 건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런데 급발진 하나로 건물이 부서진 채 대합실까지 버스가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약한 재질로 부실하게 건물이 지어졌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도 사고 이후 다시 건물을 복원하여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다.
의정부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신터미널로 통할지언정,
현실은 구터미널보다 못한 시설 속에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안고 산다.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 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의정부터미널이,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첫댓글 터미널기행기잘봤습니다
이번이 3번째네요
사진올린날짜를보면 처음올린날짜가 08/12 두번째올린날짜가13/09 그리고요번이세번째인데 터미널주변은 변한데비해 터미널은 십년이 지나도안변했네요
요즘은 오래된터미널은 리모델링하거나 새로짓거나하던데 오랜세월이 지나도 의정부터미널은 바뀔생각을 안하네요
5년 주기로 세 번을 사진찍었는데 정말 변한게 없네요. 언제쯤이나 바뀔려나요
10년전 군대 전역후 버스타던 의정부터미널 그대로네요...
2층 대합실이 폐쇄된 것 빼고는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어요 ㅎㅎ
진짜 저곳은 의정부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봅니다.
실추...까지는 몰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건 맞는 듯 합니다.
출처:태백터미널 // 의정부-태백은 정말 다양하죠
정말 다양하네요 ㅎㅎ
어떻게 하다 보니 의정부터미널의 고속노선은 금호고속만이 운행하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공주터미널과 같은 방식으로 금호에서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짧게 생각해 봅니다.
생각해보니 의정부터미널의 고속버스는 금호 혼자 운행하고 있네요. 개인적으로도 광주, 부산 노선에 대한 추억이 있어 익숙합니다. ㅎㅎ 금호가 나서준다면 다행이겠지만 실현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동두천터미널을 먼저봐서 그런지..많이 비교되네요.
예나 지금이나 좁고 불편한것이 문제될것이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의정부는 수요에 비해 부지가 좁고 노후화가 심한데, 동두천은 부지가 넓고 시설이 좋지만 수요가 없죠. 의정부터미널 시설은 문제될 것이 많고 실제로 사고가 한번 터졌음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거라서 더 문제입니다:
@Maximum 아..혹시 오해를 하실지 모르겠는데요..
Maximum님과 저는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있지만..
정작 매일 사용하는분들이나 공공기관에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해서..적었던 것입니다
몇번 다녀본 저역시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찬슬 그런 뜻이었군요. ^^ 공공기관에선 어떤지 모르겠으나 제 주변에 의정부터미널을 자주 이용하시는 분들은 불만을 많이 털어놓습니다. 이용객 분들은 그러려니할 뿐 불편함을 많이들 느끼시는 것 같더군요 ㅎㅎ
저는 사진 속의 의정부터미널의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오던 터미널로 알고 있었습니다. 90년대에 이전해 온 신터미널이라는 사실은 이번 글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신터미널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시설입니다. 군부대 수요를 많이 모을 수 있는 철원, 동송에서 오는 노선들이 의정부에서 종착을 했다면 사정이 좀 다를 수 있었겠으나 동서울까지 이어지다보니 환승 수요를 잡을 여지가 더 작아진 걸로 보입니다. 노선도 동서울에 비하면 적은 편이기도 하고요. 의정부와 주변의 양주 등지에 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운행횟수나 시설 면에서 너무 열악하다는 점이 못내 걸립니다.
아마 내막을 모르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리 생각하실 겁니다. 저도 9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얘길 처음 들었을 때 몇번이나 되물을 정도로 믿기지가 않았거든요 ㅎㅎ 군부대 환승 수요는 동서울에 뺏기고, 지역 주민들 수요는 1호선을 통해 서울역, 용산역 등으로 이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씀처럼 양주, 남양주에 대규모 개발이라는 호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의정부 5년째 거주하는데 사실 매우 불편하죠.시청에 민원도 넣어봤는데 답변은 크게 와닿지 않네요. 고향이 군산이라 가끔이용하는데 사실 저도 지하철타고 강남으로 갑니다.요금 차이도 많이 나고 시간이 많이 빠르지요ㅡ위 어느 분처럼 가는 시간이 있어서 가끔 고민도 하지만 10번중에 5번은 강남으로 향합니다ㅡ정말 시급하다고 생각되어지는데 새로운 사업자나 부지가 빨리 확보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글 잘 보고 갑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남까지 거리가 상당한데도 찾아가실 정도면 의정부터미널 이용이 얼마나 불편하실지 짐작이 됩니다. 개선이 정말 시급하죠.
1996–98 군복무 기간 광주-의정부 동양/코오롱을 타고 와 의정부에서 영종여객으로 갈아타곤 했었는데 그 때 그 터미널이 지금도 그대로이니..
오죽하면 예전에 드라마 응답하라1994 촬영지로 쓰였쥬...옛날 터미널 모습인지라
(윤진이 어머니와 삼천포가 터미널에서 만났던 장면)
90년대와 지금의 모습이 같다는게 참 놀랍네요. 응답하라1994 장면은 정말 유명하죠 ㅎㅎ 응사 재밌게봤는데 그 시절 느낌에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옛날 터미널이 잘 보존 됐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응사 보면서 ㅎㅎ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ㅎㅎ
1991년 의정부터미널 입니다.
개장 초기의 모습이 지금과 똑같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터미널 앞 도로는 노반을 올렸군요. 도로가 건물보다 더 높은게 항상 의문이었는데 사진을 통해 알게 됐네요. ^^